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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860 vote 0 2016.08.04 (18:17:12)

     

    구조론자의 교양


    세계에 200여국이 있으나 되는 나라는 극소수다. 지금은 한중일미독 다섯이 되고 나머지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다. 아이큐는 비슷한데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노력이 부족해서 안 되는게 아니다. 인종이 열등해서 안 되는게 아니다. 지정학적 이유와 문화적 이유가 있다.


    핵심은 일의 원리다. 일은 치고나가는 방향성이 있으니 방향이 틀리면 미끄러진다. 잘못 미끄러지면 엉뚱한 데로 가버린다. 특히 보수는 눈치를 보다가 중간에 방향을 틀면 된다고 여기는데 중간에 방향 못 튼다. 박정희 – ‘적당한 시점에 민주화 한다니깐. 언젠가 하긴 할건데.’ <- 사망.


    트럼프 – ‘대선후보 먹었으니 이제 말조심 해야지. 할건데.’ <- 결국 안함. 역사의 허다한 독재자가 초반에 물리력으로 질서를 잡아놓고 적당한 시점에 빠진다고 선전했으나 나폴레옹의 몰락코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암살된 독재자가 가장 좋은 독재자다. 카이사르가 그렇듯이 말이다.


    먼저 자기를 극복하고, 다음 사회를 극복하고, 마침내 일의 원리를 이기는 훈련을 해야 한다. 화가 난다고 곧 화를 내면 지는 거다. 이길 마음을 가지고 타깃을 정해 의도적으로 화를 내야 한다. 상대를 이기려고 하면 망하니 일을 이겨야 한다. 자기와의 싸움도 아니고 일과의 싸움이다.


    자기 안에 미끄러지는 관성이 있고, 사회 안에도 미끄러지는 관성이 있고, 일 안에도 미끄러지는 관성이 있다. 자기 안에서, 사회 안에서, 일 안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끊어내야 한다. 나를 끊고, 사회를 끊고, 일을 끊어 나를 이기고, 사회를 이기고, 일을 이기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다만 헷갈리는 것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로 가는 플러스 방향의 전개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갈 것이냐다. 구조론의 답은 ‘평천하치국제가수신’이다. 평천하가 인仁이다. 인은 관용이니 유식한 말로 하면 똘레랑스다. 타자를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이거 반드시 훈련해야 된다.


    전통적인 관념으로는 수신이 먼저다. 먼저 내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메갈리아는 나쁜 사람이니 배척하면 불인不仁이다. 이게 문제다. 예수가 사랑을 설파하고 석가가 자비를 주장한 이래 동서고금의 모든 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으니 타자를 포용하라는 거다.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착한 사람 되기 위해 나쁜 사람을 만들어낸다.
    ◎ 평천하치국제가수신 – 큰 일을 이루기 위해 타자를 받아들인다.


    인이 1번이다. 그런데 수신제가를 연마한 유림들이 서태지 노래를 딱 들어보니 이거 사탄이네. 나는 착한 사람인데 서태지는 나쁜 사람이네. 비틀즈 나쁜 사람이네. 불인不仁을 행사하게 된다. 그것을 수신이라고 여긴다. 평천하의 호연지기가 먼저다. 천하에는 원래 별 것이 다 있다.


    별 것을 다 포용해야 이긴다. 단 포용은 강자의 태도다. 약자가 강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슴이 사자를 포용한다는건 있을 수 없다. 여자가 더 강자라고 주장하면 고딩이다. 구조론은 지도자의 교양이다. 강자의 태도다. 약자라도 강자의 가는 길에 묻어 가야 강자 된다.


    생각나는데로 막 행동하지 말고 이것이 과연 천하를 책임지는 강자의 길인가 하고 반문해봐야 한다. 평천하는 인仁으로 하고, 치국은 지智로 하고, 제가는 신信으로 하고, 수신은 예禮로 한다. 구조론은 다섯이니 가족과 국가 사이에 정당을 끼워넣으면 의義로 정당활동을 해야 한다.


    조금 틀어졌다고 곧 탈당한다는 정의당원들은 의리義理가 없는 자들이라 하겠으니 한심한 일이다. 존엄≫자유≫사랑≫성취≫행복에 대면 존엄은 인, 자유는 지, 사랑은 의, 성취는 신, 행복은 예다. 무례하면 불행, 불신하면 실패, 불의하면 증오, 무지하면 억압, 불인하면 비참해진다.


    공자는 가족이 범죄를 저질러도 숨겨주는 것을 인이라고 했다. 평천하가 인이라면서 왠 가족주의냐고 따질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을 알 수 있다. 자기 가족을 해치는 사람이 인종차별을 안하겠느냐고. 트럼프는 자기 가족을 사랑한다고 주장한다.


    천만에. 돈이라는 쇠사슬로 가족을 결박해 놓은 자다. 돈이 없으면 바로 떠날 인간들이다. 인은 타자를 포용하는 것이며 가족과의 공존을 통해 그 공존이 훈련된다. 부족민은 15살이 되면 자녀를 쫓아낸다. 인이 없는 것이다. 평천하라는 이름의 거창한 단어에 겁을 먹을 이유는 없다.


    자기 안에도 천하가 있고 가족 안에도 천하가 있으니 자기를 학대하는 사람은 인이 없으며 가족을 학대하는 사람은 인이 없다. 봉건시대면 자기집 하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아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다. 현대라면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 사람의 인을 판별할 수 있다.


    평천하가 꼭 지구천하인 것은 아니다. 어떤 집단이든 그 소속집단 전체를 먼저 챙기는 것이 평천하다. 자기 안에서, 가족 안에서, 동아리 안에서, 부족 안에서, 국가 안에서 제 식구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CEO라면 고객과 직원을 제 식구로 챙겨야 한다. 대통령은 야당까지 챙겨야 한다.


    박근혜는 세월호를 챙기지 않고, 오월광주를 챙기지 않고, 야당을 챙기지 않으니 제 가족과 싸우는 자라 인仁이 없다. 야당은? 여당을 챙길 필요없다. 야당은 야당을 챙겨야 하니 더민주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챙겨야 한다. 먼저 닫힌계를 챙겨 척력을 인력으로 바꾸어야 통제가 된다.


    그 다음에 지로 지도자를 세우고 의로 팔로워십을 세우고 신으로 지속가능하게 하며 예로 완성한다. 그러므로 교양이 필요하다. 서구철학에서 강조하는 문화상대주의는 가족을 챙기는게 아니다. 내버려두는 것이다. 아시아놈들은 저렇게 살게 놔둬. 건드리지 마. 이게 문화상대주의다.


    반대로 마르크스주의는 지나치게 개입한다. 역시 인仁이 아니다. 평천하가 아니라 역천하다. 먼저 닫힌계를 만들어야 한다. 계급으로 가르지 말고 인류를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구조론자의 교양은 달라야 한다. 무뇌좌파들의 계몽주의 수법은 올바른 교양이 아니라 무례한 태도다.


    ◎ 마르크스는 인을 앞세우지 않았다.
    ◎ 탈근대 – 문화상대주의는 외면하고 방치한다.
    ◎ 노자-일본-허무주의는 약자의 철학이니 무력하다.
    ◎ 니체는 잘난척 하는 귀족의 철학이니 인이 부족하다.
    ◎ 기독교는 독선적이니 타자를 포용하는 인이 부족하다.
    ◎ 주자-퇴계는 차별하고 배척하니 공자의 인이 아니다.
    ◎ 무슬림의 명예살인과 인도의 차별관습도 불인이다.


    구조론은 에너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맨 처음에는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을 논한다. 닫힌계를 정하고 확산방향을 수렴방향으로 바꾸면 위치에너지가 결집된다.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 혹은 두 세계의 만남이 에너지를 격발한다. 남녀가 만나도 에너지가 생기는게 그렇다.


    계급간에도 그러하고 지역간에도 그러하다. 비슷한 넘들끼리 모여있으면 에너지가 없다. 남녀간에 한쪽으로 권력이 기울면 에너지가 엔꼬되어 망한다. 남녀의 힘이 대등해야 제대로 만나게 되고 에너지가 충전되어 사건이 터지는 것이다. 우리는 전방위로 힘이 대등하게 조직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대등하도록 유도하고, EU와 러시아가 대등하도록 유도하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하도록 유도하고, 젊은이와 노인이 대등하도록 유도하고, 한중일과 미독이 대등하도록 유도한다.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되 기계적으로 똑같이 맞추면 안 된다. 적절히 장단을 줘야 한다.


    균형을 맞출 의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말하지 말고 구조론의 원칙으로 걸러낸 다음에 의도를 갖고 말해야 한다. 구조론은 계를 한 줄에 꿰어 1점을 통제한다. 세상이 다양하고 복잡한데 왜 1점을 컨트롤 하느냐고? 변화 앞에서 1이 되기 때문이다.


    군대는 행군할 때 1렬이 되니 기습을 해도 행군하는 때를 기다려 습격한다. 남녀는 연애할 때 1이 되니 판촉을 해도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린다. 가족은 명절제사때 1이 되니 농부들이 때맞춰 과일을 출시한다. 소년은 진학할 때 1이 되니 수험생 때는 고3 명찰을 앞세워 대접을 받는다.


    구조론자의 교양은 그 1을 도출하기 위한 변화를 환영하는 것이다. 상당한 무질서와 혼란을 일부러 조성한다. 김어준이 졸라와 씨바를 쓰는 것은 혼란조성이다. 그런데 디시인사이드는 김유식이 망쳤다. 그냥 혼란하다 혼란해 그러면서 인원을 흩어 버렸으니 확산방향이라 맛이 갔다.


    구조론자의 교양은 일부러 혼란을 조성하는 것이지만 계속 혼란하게 놔두지 않는다. 서브컬쳐의 개판상황은 즐긴다. 낮에는 스위스인처럼 넥타이 매고 점잖게 근무하다가 밤에는 술집 가서 별짓 다하는게 구조론자의 교양이다. 별짓 다하다가 원심력에 말려 튕겨 나가면 촌넘이다.


    대부분 이게 조절이 안 된다. 풀어주면 개판치고 묶어주면 의기소침하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필요하다. 수십가지 악기가 각자 제 소리를 내면서도 판을 깨지 않는다.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고 한 방향으로 몰아가면 가능하다. 이건 고급기술이니 때로 의도적으로 부추긴다.


    균형을 맞추는 거다. 그래서 1점을 연출하고 그 1점을 통제하여 무리를 인도하는 것이니 모세도 광야에서 무리를 통제하지 못했고, 미국의 청교도 정신과 한국의 유교정신이 강자의 방향성이나 억압적인 모습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능한 양치기 개가 양떼를 우리에 몰아넣을 수 있다.


    구조론자의 교양을 가져야 한다. 구조론자의 교양은 강자의 교양이다. 마르크스는 약자의 분노를 극복하지 못했고, 탈근대사상은 지식인의 현실도피를 극복하지 못했고 노자부류나 선종불교 부류 역시 허무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 퇴계유교와 청교도주의는 억압을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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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히 옳으냐 그르냐 따지면 초딩입니다. '엄마! 쟤가 이랬대요.' 하고 일러바치는 초딩수준은 졸업해야 합니다. 혼란을 연출하고 수습해 보이는 것이 예술가의 방식입니다. 홍상수가 왜 그러냐고요? 예술가는 원래 그런 짓을 합니다. 사회에 혼란을 연출하려는 거지요. 진심으로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다른 예술가들이 그렇게 하니까 흉내를 내본건지는 모르지만 예술가들은 작심하고 사회에 혼란을 조성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강한 에너지가 유도되니까요. 사고쳐서 에너지를 조성하는 것은 예술가의 임무, 그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결집하는 것은 철학가의 임무, 그 에너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가의 임무입니다. 그러므로 아는 사람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다리를 떨어도 그 상황을 즐깁니다. 당시 그거 보고 화낸 미국인이 절대다수입니다. 절대다수가 절대 틀렸습니다. 화가 났습니까? 당신이 틀렸습니다. 화는 불이니 그 마음 속의 불로 천하에 불을 질러야 합니다. 에너지가 공급된 거죠. 에너지를 통제하는 자는 즐기고 통제 못하는 자는 남에게 주니 화내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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