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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527 vote 0 2016.09.21 (23:52:39)

     

    그것이 그것이다 


    구조론을 이해하는 기본은 ‘그것이 그것이다’이다. 알고보니 자기장이 전기장이더라. 알고보니 질량이 에너지더라. 이런 식으로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합쳐나가는 과정이 과학의 발전이다. 구조론은 만물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바 패턴복제인데 상호작용의 형태만 바꾸었다는 말이다. 근원의 하나는 사건의 완전성이다.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구조론을 착상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 국어사전 찾기 숙제를 하다가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좆≫자지, 자지≫좆 하는 식의 순환정의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이게 무슨 개수작인가 해서, 나중 어른이 되면 국어사전을 내가 고쳐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사전의 기술체계를 연구한 것이다. 마땅히 족보가 있고 메커니즘이 있을텐데 왜 국어사전의 기술원칙을 메커니즘과 족보에 맞추지 않았느냐다. 중학교에 다니는 형의 교과서를 봤는데 형의 책은 뭔가 아귀가 척척 맞아지도록 써놨는데 내 교과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둥 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써놨던 것이다. 초딩이라고 무시하는건가 싶어서 화가 났다. 형의 교과서와 내 교과서를 비교하다가 메커니즘을 포착한 것이 오랫동안 화두가 되었다. 메커니즘은 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된다는 식의 대칭과 호응의 짝짓기 구조다. 뭔가 짝이 맞고 뭔가 구조적이고 뭔가 반듯하고 자세 나오는거 있잖은가? 언어에도 폼이 있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생뚱맞으면 안 된다. 중학교 때 배운 린네의 분류법에 힌트를 얻어 분류이론을 연구했다. 고등학교 때는 제논의 궤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이너스 원리를 알아낸 것이 구조론의 큰 기둥이 되었다. 초등학교 여름방학때 나눠주는 방학공부 책에 학이 한쪽 다리로 서는 이유는 강물이 차가워서라는 말이 도무지 납득이 안 되어 오래 사유한 끝에 일의성의 원리 곧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임을 깨달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구조론은 국어사전의 기술원리가 되는 족보≫대칭과 호응의 메커니즘≫일의성≫린네의 분류법≫에너지의 마이너스 원리로 발전시킨 것이다. 엔트로피가 모든 논리의 최종근거다. 모든 것은 에너지 하나로부터 연역되어야 하며 에너지는 하나 안에 둘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모순이므로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이 척력이고 확산에서 수렴으로 방향을 바꾸면 둘의 상호작용에 의해 공간의 여유가 생긴다. 거기서 에너지의 방향성이 얻어진다. 척력이 인력으로 바뀌며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사건 안에서 대칭구조는 붕괴되며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가지 상호작용형태로 모습을 바꾼다. 사건은 완전히 종결하며 완전성을 드러낸다. 완전성은 곧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 내게 발언권이 있다. 그래서 말한다. 당신에게.


    이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감성과 이성을 대립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성은 감성에 크게 의지한다. 이성이 뇌의 의사결정 에너지라면 그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것은 감성이다. 사이코패스는 감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태연하게 한다. 3초도 못 가서 들킬 거짓말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한다. 너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므로 오히려 의심받지 않는 수도 있다.


    흥분해야 할 때 흥분하지 않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다. 그들은 냉철하기 때문에 크게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명박처럼 비이성적인 일을 저지르고 만다. 사이코패스는 뇌의 의사결정 에너지가 약한 것이다. 상주 농약할머니 사건이 대표적이다. 옆에서 친구가 죽어가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감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이성이 죽는다. 그러므로 이성적인 자는 눈물이 많다.


    뇌는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쪽으로 혹은 흥분상태를 지속하는 쪽으로 판단한다. 그 쪽이 의사결정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느냐다. 회로를 차단할 수 있느냐다. 인간은 전두엽에 기름이 많아서 회로를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멈추지 못하고 계속 간다는 말이다. 그것을 세우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


    지혜란 실패의 기억이다. 사건을 접하면 뇌가 흥분하여 호르몬을 쏟아내고 그 호르몬 때문에 고도로 집중하게 되어 도박에 빠진 사람처럼 딴 생각을 못하지만 실패한 기억이 있으면 신중하게 된다. 이때 갈등한다. 두 가지 판단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이므로 사건의 기승전결을 따라 직진할 뿐 방향을 틀지 못한다. 그런데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맞물리면? 더 중요한 것을 판단한다.


    이성이라는 것은 판단에 있어 상부구조를 쓰는 것이다. 마이너스 원리에 의해 내려갈 수 있을 뿐 올라갈 수 없다. 더 중요하고 큰 사건을 불러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친구싸움이 가족싸움으로 발전하고, 부족싸움으로 커지고, 마침내 국가싸움 되고, 인류싸움이 된다. 그런 경험이 축적된다. 인류싸움을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친구싸움인데도 인류싸움의 전초전으로 보는 것이 이성이다.


    이는 전두엽의 특별한 회로차단 능력이다. 인류싸움의 회로를 켜고 친구싸움의 회로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성이 가능하려면 인류싸움 부분이 항상 켜져있어야 한다. 항상 뇌의 그 부위에 불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 두 싸움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 언제나 신과의 대결상태에 있어야 한다. 24시간 인류와의 전투중이어야 한다. 그것이 이성이다. 위대한 깨어있음이다.


    전쟁터에 있는 병사는 한시라도 전시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갓 자대에 배치된 이등병은 깊이 잠들었다가도 고참인 불침번이 살짝 건드리면 1초만에 벌떡 일어나야 한다. 깊이 잠들어 있는 상태에도 의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칼을 품고 잠을 자는 사무라이처럼 말이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이성은 감성으로 작용한다. 인류싸움 회로가 켜져 있는 사람은 인류애의 관점에서 감성적이 된다. 사건이 커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난다는 의미다. 사랑을 하더라도 사랑의 감정에 취해서 막가는 것이 아니라 멋진 사랑이냐를 두고 화가 나는 것이다. 진리를 두고 화가 나야 한다. 이발소 그림을 보면 화가 나야 한다.


    옷장에 옷이 똑바로 걸려있지 않으면 화가 나야 한다. 새누리와 트럼프의 난동에 화가 나야 한다. 전체를 한 줄에 꿰어 큰 단위로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성은 적절히 회로를 차단하여 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능력이다. 그 방법은 더 큰 사건을 항상 켜두는 것이다. 거기에 감성을 투입하는 것이다.



555.jpg


    이성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것입니다. 단 그 예민함이 큰 사건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신을 바라보고 인류를 바라보고 진리를 바라보고 역사를 바라보고 진보를 바라보는데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어야 합니다. 

   


[레벨:6]Nomad

2016.09.22 (16:00:11)

감사합니다.
본문에서 완전성은 곧 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라 하셨는데, 이와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어 질문 드립니다.

 
불교에서 부처라 말하는 존재는 우주가 제 수명을 다 했을 때 우주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우주의 씨앗이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분명 조그만 씨앗에 우주가 다 들어갈 리가 없지만 꿈 속에서 그 씨앗은 새로운 우주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씨앗 하나에 앞으로 싹이 터서 식물이 자라기까지 필요한 것은 다 들어 있는데, 식물의 몸통을 구성하는 영양분이야 땅에서 받아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씨앗 안에 다 들어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씨앗은 땅에서 싹이 트지만, 우주의 씨앗은 대체 어디에서 싹을 틔우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꿈이 깨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이상한 꿈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동렬님 글을 읽고 나니 다시 그 꿈이 떠올라서 질문 드립니다.

씨앗은 완전성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주의 씨앗이란 것도 있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9.22 (17:19:58)

씨앗은 입자 개념이지 질 개념이 아닙니다.

완전성은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형태로만 있습니다. 

즉 어떤 가리켜질 수 있는 대상에는 완전성이 없습니다. 

진리나 역사나 진보나 문명이나 자연이나 신은 

손가락으로 가리켜 지목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레벨:6]Nomad

2016.09.22 (18:49:55)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군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9.22 (19:03:53)

모든 것은 위대한 만남에서 이루어집니다.

씨앗이라고 하니 여자는 밭, 남자는 씨앗 하며 

엉뚱한 남성우월주의가 나오는 거죠.


남녀의 만남이 사건이며 사건이 존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만남에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며 씨앗은 형식보다 내용을 따지죠.

인간이 조작한 가짜 형식적 만남 말고 자연의 진정한 만남 말입니다.


중매쟁이 끼고 가는 형식적 만남은 물론 만남이 아닌 인간의 연출입니다.

중매쟁이 끼었으므로 이미 형식은 틀린 것이며 홍동백서 조율시이는 이미 가짜.

배가 고플 때 밥을 주듯이 진정한 형식은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입니다.


형식이 보이면 이미 형식이 망한 것이며 진짜 형식은 형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운명의 순간에 운명의 장소에서 운명의 사람을 만나야 진짜 형식입니다.

조작된 시간에 조작된 장소에서 조작된 사람은 연출된 가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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