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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001 vote 1 2016.11.01 (23:24:23)

 

    옛글에 추가하고 잘라내고 수정한 글입니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라


    연예인 중에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이 무려 4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게 다 공부를 안 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뇌는 부단히 정보를 요구한다. 제때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뇌가 화를 내는 것이 공황장애다. 가짜 정보라도 상관없다. 어떻든 뇌에 정보를 주기만 하면 일단 수습이 된다. 그것은 종교의 방법이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일베충은 공황장애에 걸리지 않는다. 뇌가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물원의 오소리처럼 단순반복행동을 한다. 곧 정형행동Stereotypic Behavior이다. 그런데 연예인은 스타다. 스타의 뇌는 자신이 주목받는다는 사실을 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집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럴 때 집단의 무의식이 마음을 조종한다. 스타의 뇌는 최신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 해주기 바란다. 세상의 중심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려는 것이다.


    누구든 한 가지씩 자기 문제를 안고 있는 법이다. 가벼운 조울증 정도는 누구에게나 있다. 불안장애도 있고 망상장애도 있고 공황장애도 있고 일베장애도 있다. 증상은 다르나 심리장애의 본질은 같다. 그것이 인생의 근본문제이니 곧 상호작용의 문제다. 답은 간단하다. 상호작용을 늘리면 된다. 실패는 막다른 길로 가는 데 있다. 자꾸만 답이 없는 쪽으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왜? 동물원의 전시실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오히려 상호작용이 긴밀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상대성이다. 밖으로 나가서 상호작용을 늘리면 되지만, 반대로 자신을 좁은 공간에 가두어도 상호작용이 증가한다. 히키고모리나 오타쿠들의 방법이다. 그래서 동물원의 기린은 죽어보자고 철창을 핥는다. 곰은 계속 몸을 흔들어대고 여우는 제자리서 뱅뱅 돈다. 피가 날때까지 자기 피부를 핥는 사슴도 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인간들도 넓은 의미에서의 동물의 정형행동이라 하겠다.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는 종교의 방법도 원리는 같다. 사슴이 자기 몸의 상처를 계속 핥아대면 고통을 느낀다. 그 방법으로 뇌에 정보를 준다. 그럴수록 더욱 자신을 옭아매게 된다. 더 깊이 그 세계로 빠져든다. 게임이든 도박이든 경마든 종교든 점점 자신을 좁은 세계에 가두는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높여간다. 그렇게 인간은 수렁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올가미에 걸려 버렸다.


    상호작용하려면 대칭을 세워야 한다. 넓은 세계와 대칭을 이루기는 어렵고 좁은 세계와 대칭을 세우기는 쉽다. 그래서 게임과 도박에 빠진다. 오타쿠가 되고 히키고모리가 된다. 반면 연애인의 공황장애는 다르다. 그들은 스타가 되어 겁도 없이 넓은 세계로 와버렸다. 김제동처럼 말이다. 수습이 되느냐고. 대책없이 넓은 세계로 갔으나 거기서 적절한 대립지점을 찾지 못한 사람이 공황장애에 걸린다. 왜? 이념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다. 김제동은 똑똑해서 괜찮다.


    넓은 세계로 가서도 부단히 상호작용할 대립지점을 찾으려면 반드시 이념을 얻어야 한다. 이념이라는 커다란 전쟁 안에서 자신이 사수해야할 작은 진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오타쿠는 게임 속의 아바타와 대적하지만, 넓은 세계로 간 정치인이나 지도자나 CEO나 스타가 대적해야 할 만만한 상대를 포착하지 못하면 공황장애에 걸리는 것이다. 이념을 얻은 똑똑한 연애인은 때려주어야 할 적이 있으므로 괜찮다. 허공에 주먹질하는 사람이 공황장애에 걸린다.


    필자의 방법은 이렇다. 내가 이 우스꽝스런 세상에 빌붙어 살아있어도 좋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신은 있는가? 둘째 신을 만났는가? 셋째 나는 완전한가? 넷째 나는 만족하는가? 다섯째 내가 이겼는가? 이 물음들에 YES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숨쉬고 하루를 살 수 있다. 나는 어쩌다가 큰 세계로 와버렸고 이념이라는 대립지점을 얻었다. 나의 적은 큰 적이어야 했다. 신을 때려주어야 했다.


    인생의 정답은 굽히지 말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계속하며 전진하는 것이다. 그 전진하여 가는 길의 끝에 신이 존재한다. 의사결정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특정 종교의 신 개념을 들이대면 피곤한 거다. 신은 모든 의사결정의 궁극적 근거가 되는 일자다.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것이 이념이다.


    신이 없다면, 나의 모든 의사결정이 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당연히 없다. 일관되어야 합리적이다. 일관될 수가 없다. 답은 간단하다. 포개면 된다. 큰 의사결정 안에 작은 의사결정을 집어넣는다. 밥 먹고 똥 싸는 것은 작은 결정이니 옳고 그르고를 논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진리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작은 것은 그 큰 의사결정과정 안에서 모두 용해된다.


    둘째 신을 만났는가다. 만나지 못하는 신은 필요없다. 기도하고 은혜를 베풀고 이런건 만나는게 아니다. 그것은 멀리서 구경한 것이다. 일대일이 되어야 신을 만난 거다. 주인과 노예의 만남은 성립될 수 없다. 주인은 노예를 만나지 않는다. 대신 부린다. 대등하지 않으면 만남이 아니다. 만나서 의사결정해야 한다. 내가 손해를 봐야 의사결정이다. 안전한 상태에서의 의사결정은 가짜다. 내가 다치고, 내가 깨지고, 내가 죽어야 의사결정이다. 밥을 먹고 똥을 싸고 방귀 뀌는건 내가 다치는 것이 아니므로 의사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생리현상이다.


    신을 인식하고 신을 만나고 신과 닮아야 한다. 그러므로 셋째 나는 완전한가를 묻게 된다. 충분히 신을 닮았는가다. 개인은 불완전하나 집단의 진보는 완전하다. 머리가 좋거나 얼굴이 잘생겼거나 신체가 건강한건 의미없다. 완전성을 결정하는 것은 주어진 임무다. 차는 짐싣고 달려야 완전하다. 나는 이념을 향해 부단히 전진해야 하며 멈춰서면 불완전하다.


    거울을 보고 완전성을 찾으면 나르시시즘이다. 성적표를 보고 완전성을 찾으면 왕자병이다. 완전성은 내 안에 없다. 집단의 완전성으로부터 연역된다. 집단이 진보할 때 나는 완전하다. 집단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인간은 완전해진다. 그러므로 부단히 세상을 타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을 건드려 긴장을 조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을 화나게 하고, 그렇게 세상의 반응을 끌어낼 때 나라는 한 인간의 연주는 완전해진다. 세상이라는 악기에 손대지 않는다면 내 인격이 어떻게 고결하든, 내 얼굴이 어떻게 잘생겼든 완전하지 않다. 연주하지 않는 음악의 완전은 있을 수 없다. 소리내지 않는 종은 가짜다.


    넷째 나는 만족하는가다. 인간은 원래 불만족하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만족한다. 인간이 죽음을 겁내고 성공을 원하고 곧잘 불평을 터뜨리는 것은 인간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밥만 주면 꼬리치는 개처럼 쉽게 만족하는 존재라면 곤란하다. 인생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러한 결핍이 내게는 만족스럽다.


    북유럽 나라나 부탄왕국이나 북한주민은 만족을 주장하지만 나는 그들의 만족을 비웃는다. 나는 나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다.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수렁 속으로 빠뜨린다. 그곳에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있고 내 안에 열정이 있으며 가슴 깊은 곳에 꺼지지 않은 분노의 불이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


    고흐는 그것을 정념이라고 했다. 화가는 무엇을 그려야 하나? 정념을 그리지 않으면 그것은 그림이 아니다. 그런 기개가 고흐에게 있었던 거다. 둔탁한 악기보다는 예민한 악기가 좋다. 세상은 적당히 시끄러워야 한다. 사고치는 연애인도 더러 나와주고, 유명인의 비리를 폭로하는 소동도 나와주어야 한다. 가슴 속에 정념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곳은 공동묘지다. 그곳은 죽음의 공간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보다 시끄러운 정오의 나라가 만족스럽다.


    결국 상호작용이다. 물은 흘러야 만족하고 불은 번져야 만족하고 인간은 상호작용해야 만족한다. 술이나 먹고 헤벌레 하는 것은 만족하는 척 하는 도피행각에 불과하다. 북유럽은 에너지가 없다. 그들은 시든 꽃과 같다. 북한주민은 정말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의미가 없다. 정념이 없다. 에너지가 없다. 눈에 힘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건방도 있고, 긴장도 있고, 섬세함도 있어야 한다.


    다섯째 질문은 내가 이겼는가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기지 못했다. 신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겼다. 내가 졌기 때문에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연결점이 있는 것이다. 계속 일을 이어가는 거다.


    쉽게 이긴 자가 쉽게 진다. 쉽게 명문대 가고, 쉽게 좋은 직장 잡고, 쉽게 좋은 파트너와 맺어져 행복하게 무덤으로 직행한다. 패배자다. 그 안에 당신의 의사결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과 맞서 그대가 깨부숴진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세상의 반응을 끌어낼 것인가? 이것이 인생의 근본문제다. 신이 있어야 한다. 당신의 모든 의사결정이 하나의 지점을 바라봐야 한다. 이념이 있어야 한다. 공황장애이든 불안장애이든 극복할 수 있다. 신을 만나야 한다. 어떻게 만나는가? 운명의 한 순간에 운명적인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인간은 신을 만난다. 그 결정은 당신이 손해보는 결정이어야 한다. 아버지가 시켜서 서울대 간다?


    남들이 알아주는 미인과 결혼한다? 이런건 의사결정이 아니다. 주변의 평판과 이목이 당신을 대리한 거다. 그럴 때 죽는다. 당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운명적인 의사결정을 했을 때 당신은 신을 만난다. 그럴 때 당신의 뇌는 매우 즐거워한다. 뇌의 손에 연주해야할 악보가 쥐어졌기 때문이다. 정념이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가슴 속의 불이 옮겨붙을 마른 섶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당신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잡다한 사건은 순식간에 용해되어 사라지고, 오직 그 하나의 의사결정만이 당신의 전부를 대표하며 그렇게 당신은 순수해진다.


    ◎ 신은 있는가? - 모든 의사결정이 한 지점을 바라보는가?
    ◎ 신을 만났는가? - 내 인생을 건 운명적인 의사결정을 했는가?
    ◎ 나는 완전한가? - 세상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가?
    ◎ 나는 만족하는가? - 세상의 격렬한 반응을 끌어냈는가?
    ◎ 나는 이겼는가? -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있는가?


    신을 알아보고 신을 만나고 신을 대적하고 신과 춤을 추다가 깨진다. 패배하지만 제자가 이어간다. 그 과정에 불은 번져간다. 당신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저런 소리를 하지만 본질은 같으니 그것은 커다란 일이다. 일은 계속 이어져 간다.


    노무현은 실패한듯 보였지만 일은 크게 번졌으니 그것은 본래 인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문제라지만 원래 인류의 일이다. 신의 문제였다. 인생에 얻는 것도 없고 잃는 것도 없지만 이야기는 계속 간다. 본래 인류의 것을 내가 빌려 쓰고 되돌려 준다. 완전한 것은 그렇게 계속 가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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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문제는 에너지의 문제입니다. 에너지의 문제는 상호작용의 문제입니다. 낙차가 있어야 하고 한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긴밀해야 합니다. 좁은 곳으로 가야 긴밀해집니다. 그러므로 좁은 곳으로 달려가다가 망합니다.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점차 좁혀가야 합니다. 대책없이 넓은 곳으로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공황장애에 걸립니다. 이념이라는 나침반을 챙겨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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