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818 vote 1 2016.11.23 (16:47:09)

 

   
    인간들에게는 실망한지 오래다. 제법 아는척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를 그들이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말이 멋지다.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씩씩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피가 끓어오르는 이야기, 가슴이 뛰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들 시시한 이야기나 하더라. 70억 중에 한 명쯤 있을 것도 같은데 내가 찾는 진짜는 없더라.


    대화가 통해야 한다. 너와 나 사이의 경계를 정해야 대화에 착수할 수 있다. 친한 형제와의 대화는 실무적이다. 동료직원과의 업무에 관한 대화나 부부 사이의 대화라도 그렇다. 내가 대화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화제거리에 끌려가게 된다.


    ‘오늘 밥 맛있었지?’ ‘그래 맛있었어.’ 서로 맞장구 쳐주기로 합의가 되어 있다. 물론 ‘오늘 날씨 좋지!’ 하고 인사하면 ‘좋기는 뭐가 좋아! 흐리잖아. 저 구름 안보여?’하고 시비거는 삐딱이도 있다. 역시 딴지맨으로 자기 캐릭터를 정한 거다.


    다들 집단 안에서의 역할에 갇혀 있으니 대화는 뻔하게 굴러간다. 시시하다는 말이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과의 의기투합하는 대화라야 한다. 약간의 긴장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주고 상대의 심중을 넌지시 떠보는 코스도 있어야 한다.


    적당한 정도의 밀당이라면 나쁘지 않다. 의례적인 정중함 이후에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점차 상호작용이 긴밀해져야 한다. 천하를 엎어먹는 역적모의를 해야 한다.


    유비, 관우, 장비의 만남과 같은. 제갈량과의 융중에서의 만남과 같은.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끌어내는 그런 만남, 그런 대화는 참으로 드물다.


   555.jpg


    친구 좋아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일상의 반복되는 역할 속에 자신을 가두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언제라도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친구와의 뻔한 레파토리가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는 거죠. 그 결과는 나빠집니다. 점차 무례해지고 무감각져서 날로 변하는 세상의 생장점과 균열을 일으킵니다. 낯선 것이 더욱 낯설어지면 결국 익숙한 쪽으로만 가게 됩니다. 낯선 사람과의 어색하고 불안한 지점을 과단성있게 통과해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3767 구조론 다시 읽기 image 김동렬 2017-03-27 12359
3766 지구는 둥글다 image 김동렬 2017-03-25 13748
3765 미장센이냐 편집술이냐? image 김동렬 2017-03-23 13332
3764 정말 사랑은 없다 image 1 김동렬 2017-03-23 13168
3763 구조론 한자 互 image 1 김동렬 2017-03-22 12504
3762 하이눈과 리오브라보 image 김동렬 2017-03-21 13069
3761 펜타그래프 구조론 image 김동렬 2017-03-17 13395
3760 칸트의 정언명령 image 김동렬 2017-03-14 15234
3759 구조는 분화되지 않는다 image 김동렬 2017-03-14 12075
3758 라라랜드의 아부전략 image 3 김동렬 2017-03-13 13011
3757 이것이 그것이다. image 김동렬 2017-03-10 14075
3756 총균쇠의 교활한 인종주의 image 2 김동렬 2017-03-08 13513
3755 구조론의 특수성 image 김동렬 2017-03-08 12164
3754 구조론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7-03-07 12202
3753 제대로 하는게 구조론이다 image 15 김동렬 2017-03-07 13578
3752 정명은 소통이다 image 김동렬 2017-03-04 12480
3751 생물의 진화와 구조론 image 3 김동렬 2017-03-03 12384
3750 구조론은 대폭발이론이다. image 1 김동렬 2017-03-02 12500
3749 유기농 비판 - 제대로 하자 image 4 김동렬 2017-03-01 12865
3748 라라랜드, 남자의 사랑을 알아? image 3 김동렬 2017-03-01 13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