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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88 vote 2 2017.02.11 (13:13:27)

    

    마음은 안정되려고 하나


    마음은 안정되려고 하나 외부자극이 흔들어 놓는다. 무언가 포착되면 곧 호르몬이 작용하여 현혹되고 만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포착된 대상과 긴밀해야 한다. 미인을 만나면 마음이 흔들린다. 피하고자 하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대상과 긴밀해져야 평안해진다.


    관계를 맺고 긴밀해져서 마음이 안정되었는데 이번에는 집단이 흔들린다. 처음 혼자였는데 누가 찾아와 마음을 흔든다. 타자와 긴밀해지면 집단이 탄생한다. 그렇게 집단을 이루고 안정을 찾지만 이번에는 집단이 공격받는다. 그럴 때 인간은 집단의 의사결정중심으로 쳐들어가게 된다.


    집순이처럼 혼자 잘 살고 있는데 타인들이 찾아와서 방해한다. 시집가라고 장가가라고 합격하라고 승진하라고 하며 흔들어댄다. 외부자극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장기계획을 세워 대처해야 한다. 공부해서 안정된다. 취직해서 안정된다. 결혼해서 안정된다. 그러나 역시 안정되지 못한다.


    공부하니 사회가 흔들리고, 결혼하니 가정이 흔들리고, 취직하니 회사가 흔들린다. 그럴때 족장이 되려고 하고,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TV에 나오려고 하고 주목받으려고 한다. 집단의 가운데로 도피한다. 촛불 들고 광장으로 나온다. 개인의 안정추구에서 집단의 안정추구로 바뀐다.


    인간은 두 번 변신한다. 개인이 흔들릴 때는 구석에 숨으면 안전하다. 집단이 흔들릴 때는 가운데로 나와서 중심을 잡으면 안전하다. 먼저 구석에 숨으려 한다. 결혼하여 독립하면 간섭받지 않으니 구석에 숨은 셈이다. 취직하고 승진하고 합격하면 간섭받지 않아 구석에 자리잡는다.


    인간은 먼저 자기 포지션을 찾으려고 한다. 왜? 불안하기 때문이다. 골키퍼든 공격수든 집단 안에서 역할을 얻으면 안전하다. 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보수다. 보수는 승진하든 취직하든 합격하든 결혼하든 얼른 역할을 얻어 구석에 자리잡으려 한다. 그때부터 방어모드로 간다.


    나만 잘 살면 돼! 나만 안전하면 돼! 나만 성공하면 돼! 나만나만나만 하고 아집을 부리며 고집만 늘어난다. 그런데 말이다. 취직하고 보니 회사가 흔들리고, 결혼하고 보니 가정이 흔들린다. 이번에는 집단이 흔들린다. 철밥통 공무원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대학교수들도 흔들리지 않는다.


    공무원과 대학교수, 의사, 검사가 꼴통짓 하는 이유는 안전한 포지션을 잡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성은 시집가서 가정주부가 되었다며 안전한 포지션을 잡았다고 여기고 보수화 된다. 그런데 가정이 흔들린다면? 이혼했다면? 맞벌이를 해야 한다면? 해직되었다면? 진보로 갈 밖에.


    그럴 때 인간은 집단의 중심을 장악하려고 한다. 만인의 주목을 받으려고 한다. 권력의지가 작동하는 것이다. 잘 되면 대통령이 되고 잘못되면 변희재 된다. 인간은 먼저 변방에서 자유롭고자 한다. 독자적인 포지션을 잡으면 자유롭다. 검사도 교수도 공무원도 가정주부도 나름 자유롭다.


    그 자유가 오래가지 않는게 문제일 뿐. 공부하면 자유로워진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자유가 없었다. 외출할 수도 없다. 글자를 알아야 버스를 탄다. 회사를 창업할 수도 없다. 작품활동을 할 수도 없다. 혼자 외국여행을 할 수도 없다. 공부하면 가능하다. 홀로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


    자기 회사를 세울 수 있고, 작품을 창작할 수도 있다. 자영업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지반이 흔들린다. 공부하면 세상의 부조리가 보이고 사회의 모순이 보인다. 매우 흔들린다. 공부할수록 불안정해진다. 그러므로 권력의지가 작동한다. 남성의 위력이든 여성의 매력이든 모두 권력의지다.


    인간은 권력을 탐하는 존재다. 안정되려면 트래픽이 분주한 중심지를 떠나 궁벽한 곳에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나 지반이 흔들리면 돌아가는 팽이의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 중심이 가장 덜 흔들린다. 처음에는 개인의 안정을 찾아 스님처럼 조용하고 궁벽한 곳을 찾는다. 자연인들처럼.


    다음은 집단의 안정을 추구한다. 개인의 안정이 아니라 천하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소화해내면 다될줄 알았다. 그런데 나라가 망한다. 조선왕조가 망하니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답지 못하다.


    천하인의 마음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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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만큼 자영업자 되기를 소망하는 나라도 없을듯 합니다. 남의 간섭 받지 않고 배짱편하게 살겠다 이거지요. 자영업자가 다 새누리당에 투표하는 보수꼴통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불경기가 찾아오고 구제역이 터지고 조류독감이 창궐하면 자영업자도 배짱편하게 장사할 수 없습니다. 보수꼴통의 망상임을 알아야 합니다. 천하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그 어디에도 도망갈 구멍이 없습니다. 중심만이 안전합니다. 신의 위치에 자리잡음만 못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systema

2017.02.12 (03:52:57)

좋은 글입니다. 천하와 마음의 동적균형.

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배태현배태현

2017.02.12 (09:35:09)

맞고 틀리고가 문제가 아니라 대비를 한다는 것이 중요.

에너지를 이끌어 실체적 운용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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