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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50 vote 0 2002.11.01 (18:08:08)

긴급분석 - 후단협 탈당사태

여론조사를 곧이 곧대로 믿어서 안된다. 여론이 특별히 왜곡되는 시점이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뭔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이다.

지난 봄 국민경선 때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전직하로 폭락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은 부동의 35프로 고정지지자를 가지고 있는데 왜 지지율이 대폭락했을까? 가짜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돌아선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돌아선 척 위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흉내내기 국민경선을 하자 그 표들은 슬그머니 돌아왔다. 지지율은 회복되었다.

여론조사로 확인되는 민주당 지지율 15프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민은 지금 후단협이 탈당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인 압력의 대상은 동교동이지만 희생양은 후단협이다.

후단협을 희생시켜 모양새만 갖춰주면 민주당지지율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율인 30프로 선 까지는 회복된다.

국민과 정치권 사이에 오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동교동과 국민이 서로 상대방의 항복을 강요하며 버티고 있다. 물론 속으로는 웬만하면 용서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용서해주고 싶어도 구실이 없다.

후단협의 탈당은 그 구실이 된다. 전통적인 30프로가 다시 민주당지지로 돌아올 핑계가 되는 것이다. 그간의 허물은 모두 후단협에 뒤집어 씌우는 방법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타당 지지자들과의 논쟁에서 밀리지 않을 근거를 얻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금은 민주당 하면 바로 동교동을 떠올린다. 지지율 15프로는 그대로 동교동지지율이다. 바꿔야 한다. 민주당 하면 노무현이 연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의 사람들이 앞줄로 나와주어야 한다.

노무현의 사람들이 누구인가? 천정배, 신기남, 정대철, 허운나, 추미애, 김한길, 조순형, 유시민, 임종석, 명계남, 문성근 또 누구인가? 커밍아웃을 해야한다. 지식인들도, 시민단체도, 초선의원들도 뒤에 숨어있지 말고 이제는 앞줄로 나와서 카메라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후단협이 제발로 나가준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후단협의 퇴출은 지지율 10프로 반등요인이다. 원래 민주당은 고정지지자 30프로가 있다. 하도 답답해서 입을 닫고 있을 뿐 그들은 언제든지 멍석만 깔아주면 돌아온다.

두가지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왜곡된다. 하나는 유권자들이 뭔가 앞으로 벌어질 거창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을 때이다. 전성기 때의 노무현 지지율 67프로는 기대감 때문에 생겨난 거품이다.

노무현이 YS와 만나서 돌아선 것이 아니라 실은 거품이 꺼질 때 쯤 되어서 유권자들이 노무현을 떠날 구실을 찾고 있을 때 마침 YS를 만나므로서 그것이 핑계가 된 것이다.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본심은 잘 변하지 않는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고정 지지층 30프로 내외를 가지고 있다. 그 이상 오르거나 그 이하로 내리면 여론조사에 거품이 낀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언제나 5프로 싸움이다.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 5프로의 향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며 나머지는 언제나 거품이다.



[본질은 영남후보다]
상식대로 가는거다. 최초에 노무현은 영남후보였다. 개혁후보라는 방법론으로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이다. 이번 선거도 본질은 지역싸움이다. 단지 명분있는 지역싸움이 되는 것이다.

그 동안의 낮은 지지율은 무엇이었나? 신고식이다. 어디를 가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냉정한 신고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생각하라! 호남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처녀가 총각에게 먼저 고백한 셈이 된다. 광주가 먼저 움직였다. 영남을 짝사랑한 본심을 들켜버렸다. 이거 챙피하다. 잘못하면 채인다.

영남총각 입장에서 보면 횡재다.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던 호남처녀가 갑작스레 내가 좋다고 고백해오고 있다.

"이런 때 안튕기면 언제 튕겨보나? 결혼하면 그날부터 쥐여 살 거 같은데. 동교동 시누이도 밉상이고."

민주당의 안방은 동교동이고 대표는 한화갑이다. 짝사랑 고백해오는건 좋은데 잘못하면 쥐여살게 생겼다. 이런 때 튕겨야 한다. 처녀의 기를 꺾어놔야 한다.

호남처녀 서둘러 고백했다가 챙피 당하고 삐쳐서 돌아앉았다. 무뚝뚝한 영남총각 본심을 숨기고 튕기고 있다. 중부권 들러리는 영호남의 사랑싸움이 떨떠름하다.

"내는 뭐고? 너그들 사랑싸움에 들러리가?"

그러나 타고난 커플은 운명적으로 다시 합칠 수 밖에 없다. 처음 노무현은 영남후보였으며 개혁색깔은 그 자리에 입성하기 위한 까다로운 신고식이다. 노무현이 개혁이라는 지참금을 들고오므로서 영남은 못이기는 척 하고 호남신부를 맞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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