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34 vote 0 2023.11.09 (00:43:37)

    인생은 게임이다. 게임은 의사결정의 부단한 연결이다. 의사결정이 서로 연동되어 에너지원을 공유하면 효율적이다. 인생의 정답은 합리적인 결정을 계속하는 것이다. 앞의 결정에 뒤의 결정을 연동시켜 효율을 얻으면 이긴다. 게임은 다음 스테이지로 연결된다.        


    에너지 흐름이 끊어져서 사건을 다음 단계로 이어가지 못하고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무효가 되면 게임에 진 것이다. 제작 중인 영화가 중간에 엎어지는 것은 충무로에서 흔한 일이다. 끝까지 불씨를 살려서 만렙을 찍고 최종보스를 죽이고 사건을 완결해야 이긴다.    


    둘이 하나의 에너지원을 공유하며 상호의존성이 작동하는 게임의 구조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큰 것을 먼저 하고 작은 것을 나중 해야 한다. 작은 것을 먼저 하면 큰 것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먼저 설치한 것을 도로 빼야 한다. 자신이 이룬 성과를 부정한다.    


    에너지를 연결하여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자신의 성과를 살려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반대로 자기부정의 모순에 빠지면 지는 것이다. 수원지에서 끌어온 물을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연결해야 한다. 작은 파이프가 앞에 가고 큰 파이프가 뒤로 가면 연결은 실패한다.    


    인생에 두 개의 임무가 있다. 하나는 방향을 좁히는 것이며 둘은 압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렴방향은 흥하고 확산방향은 망한다. 방향이 넓어지면 압력이 감소되어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복선은 반전이 없고, 떡밥은 회수되지 않고, 애드립은 리액션이 없다.    


    ###


    탑은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사건은 뒤로 갈수록 세밀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허리가 꺾어진다. 계를 닫아걸고 점차 공간을 좁혀서 내부의 압력을 유지해야 계 전체가 통제된다. 구석구석 말단부까지 힘이 전달된다. 그러려면 애초에 사건의 범위를 크게 잡아야 한다.    


    힘의 전달은 내부 압력의 유지로 가능하다. 압력의 유지는 공간의 축소로 가능하다. 공간을 줄이려면 미리 확보해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작게 시작하면 더 작아질 수 없다. 열 명이면 아홉 명이 한 명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두 명이면 한 명에게 압력을 가할 수 없다.    


    방향이 수렴이면 계를 닫아걸어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수렴방향은 흥한다. 방향이 확산이면 계가 열려서 압력을 가할 수 없다. 확산방향은 망한다. 어떻게 방향을 수렴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범위를 좁힐 수 있는가? 계를 닫아걸 수 있는가? 힘을 전달할 수 있는가?    


    준비를 잘해야 한다. 미리 규칙을 정해두면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이 믿음이다. 설계도를 잘 그려야 한다. 포석 단계를 잘해야 한다. 이념의 깃발을 세워 동료를 모아야 한다. 미리 둔 포석, 미리 정한 규칙, 미리 만든 설계도, 미리 동료와 약속한 것이 믿음이다.    


    믿음 있는 사람이 앞만 보고 가는 이유는 등 뒤에 벽이 있기 때문이다. 미리 정해놓은 규칙이 내 등 뒤의 벽이 된다. 앞날의 불안을 극복하고 자신의 게임을 선택하게 한다. 타인을 이기려 하므로 방향이 흩어져 이기지 못한다. 언제나 이기는 게임은 신이라 불린다.


    ###


    규칙의 절반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우리는 남자나 여자로 태어난다. 흑인이나 백인으로도 태어난다. 잘나고 못난 얼굴로도 태어난다. 정해진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나머지 절반의 규칙은 내가 정해야 한다. 그것은 내가 게임의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모세의 십계명도 인생의 규칙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 진보에 가담하고, 역사의 편에 서고,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이다. 과학의 편에 서면 모아놓은 지식을 써먹지만 주술의 편에 서면 모아둔 지식을 사용할 수 없어 이기지 못한다.    


    인생의 답은 방향설정과 에너지 압박이다. 성공한 사람의 특징은 주변의 압박을 강하게 받는 것이다. 규칙이 없으면 압박을 받을수록 내가 파괴되지만 규칙이 있으면 압박을 받을수록 내가 더 강해진다. 지면 압박받을수록 손해고 이기면 압박을 받을수록 이익이다.


    혼자인 사람은 압박을 받을수록 벼랑끝으로 떠밀리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은 압박을 받을수록 리더를 중심으로 결집된다. 집단 내부에 코어를 만들고 중심으로 결속해야 이긴다. 웹툰 작가는 마감에 쫓기며 편집장의 압박을 받는다. 그럴수록 집중하여 걸작을 쓴다.    


    천재는 압박에 민감한 사람이다. 진리의 압박, 역사의 압박, 문명의 압박, 진보의 압박, 이념의 압박을 받을 때 인간은 대양을 건너는 거함처럼 편안해진다. 미리 정한규칙의 닫힌계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압력은 유지된다. 절대로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606 사랑과 운명 김동렬 2023-12-25 2233
6605 성탄절의 의미 김동렬 2023-12-24 2577
6604 구조론의 첫 단추 김동렬 2023-12-23 1647
6603 대승의 긍정 1 김동렬 2023-12-22 2425
6602 의도를 읽히면 망한다 김동렬 2023-12-21 3772
6601 긍정적 사고의 힘 1 김동렬 2023-12-21 1664
6600 긍정어법의 어려움 김동렬 2023-12-20 2102
6599 부정과 긍정 김동렬 2023-12-19 1667
6598 권력과 의미 김동렬 2023-12-18 1660
6597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12-18 1562
6596 나폴레옹은 누구인가? 김동렬 2023-12-17 1725
6595 영웅 죽이기 스티브 잡스편 김동렬 2023-12-17 1673
6594 방향과 순서 김동렬 2023-12-15 1420
6593 차령산맥은 없다 image 김동렬 2023-12-15 1694
6592 김건희 마녀사냥 문제 있다 김동렬 2023-12-14 2542
6591 존재론과 인식론 김동렬 2023-12-13 1501
6590 훈요십조의 진실 image 김동렬 2023-12-13 1677
6589 정치의 본질 김동렬 2023-12-12 1992
6588 서울의 봄 위대한 전진 2 김동렬 2023-12-12 1867
6587 제 1 지식 김동렬 2023-12-11 1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