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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51 vote 0 2020.12.06 (11:14:25)

      

    향원을 토벌하라


    향원은 시골에서 존경받는 도덕가다. 공자는 향원을 미워했다. 향원은 도덕의 적이라고 말했다. 공자가 향원을 미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두루 흠잡을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흠잡을 데가 없으면 존경해야지 왜 미워할까?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할 만 하다.


    공자는 교언영색을 싫어했다. 얼굴빛을 꾸미고 목소리 톤을 조절하여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혜민 아부꾼, 강신주 아부꾼들 말이다. 유교주의를 스테레오 타입으로 아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공자는 여러모로 특이한 사람이다.


    평면적인 접근이라면 곤란하다. 공자를 이해하려면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자는 목사나 스님들처럼 항상 얼굴에 웃음 짓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화를 낼 때는 화를 낸다. 치열하다는 말이다. 아는 사람이나 공자를 알아볼 뿐이다. 소인배는 모른다. 


    맹자가 제자의 질문에 공자의 생각을 설명했다. 향원은 시골을 장악한 독실한 인물이다. 비판하려고 해도 비판할 데가 없다. 그들은 속된 무리와 결탁해 있는지라 그 처신은 충직하고 신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 행실은 염치가 있고 고결한 것처럼 보인다. 


    뭇 사람이 그를 환호한다. 그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 여긴다. 세상에 도를 실천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무엇인가? 대승이냐 소승이냐다. 소승은 개인의 덕을 닦고 대승은 사회의 덕을 닦는다. 내 몸속에 덕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자가 바로 향원이다. 


    덕은 사회에 가득해야 한다. 덕은 국가에 가득해야 한다. 덕이 개인에게 사유화되어 있으면 안 된다. 국가에 덕이 없고, 사회에 덕이 없고, 제도에 덕이 없고, 시스템에 덕이 없는데 개인에게 덕이 있다면 그 덕은 국가의 덕을 뒤로 가로챈 것이 아닐까? 


    국가의 예산을 빼돌려서 사사로이 시골에서 인심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진짜는 세상을 바꾼다. 세상을 바꾸려면 세상과 마찰한다. 모두에게 칭송을 듣고 있다면 가짜다. 진짜 선비라면 치열하게 논쟁 가운데 서 있어야 한다. 도망치면 안 된다.


    율곡이 향원을 정의했다. 탐관오리나 아첨꾼은 누구나 간파할 수 있지만 사이비는 실체를 꿰뚫어 보기가 어렵다. 그들의 낯빛은 근엄하고 말은 옳은 소리만 하는 데다 자태와 언행이 군자와 같아서 성현들이 그들을 경계한 것이다. 그들은 세상에 아부한다.


    항상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며 속된 무리와 패거리를 이루고 개혁을 이루려는 선비의 앞길을 막고 참된 학문의 진로를 끊어버린다. 그렇다. 향원은 유학을 사회를 바꾸는데 쓰지 않고 시골에서 개인의 입지를 다지는데 쓰는 퇴계의 무리, 소승의 무리다. 


    그들은 다수를 막고 개인을 세운다. 공공의 것을 사유화하여 패거리에 나눠주므로 인기가 좋다. 진중권이다. 집단지성을 부정하고 진보를 사유화한다. 옛날에는 시골에 향원이 있었지만 요즘은 전문분야에 향원이 숨어있다. 강단에 있고 검찰에도 있다.


    목사 중에 있고 스님 중에도 있다. 향원의 '원'은 바란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 사람이 향원이다. 우러러보는 사람이다. 바로 윤석열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유교가 개인숭배로 변질되어 진보를 가로막는 현실을 공자와 맹자와 율곡은 간파했다.


    집단지성을 가로막고 개인의 입지를 다지는 자가 향원이다. 그들이 민주주의의 적이다. 향원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천하와 함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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