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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075 vote 0 2007.02.04 (15:01:36)

<개인적인 글입니다. 옮기지 마십시오>

무질서도의 증가란 무엇인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르면 닫힌계 안에서 모든 존재는 복잡에서 단순으로 이행한다. 더 복잡해지지 않는다.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열역학에서 무질서하다는 것은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년 전 처음 초등학교를 열었을 때는 결혼한 젊은이도 1학년으로 입학하였고 7살 꼬마도 입학하였고 심지어는 서당 훈장님도 초등학생으로 입학해야 했다. 다양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100년 후 지금 초등학교에는 같은 나이, 같은 신장, 같은 수준의 균일한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점점 더 고르게 된다. 이렇게 균일해지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말하는 무질서다.

100년 전 초등학교는 양반과 상놈, 기혼과 미혼, 상투를 튼 학생과 단발학생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단지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분류할 수 있을 뿐이다. 분류기준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분류기준이 곧 질서다.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질서있는 것이며 균일해져서 분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무질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르면 닫힌계 안에서의 변화는 항상 무질서한 방향으로 이행한다.

다윈이 주목한 종의 특성은 100년 후 초등학교와 같다. 변이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거꾸로 균일해진 것이다. 오늘날 생물 종은 날로 균일해지고 있다. 건강한 잡종은 점차 소멸하고 점점 병약한 순종이 되어가고 있다.

100만년 후라면 어떨까? 피그미족과 부시맨과 애보리진은 사라지고 흑인종과 황인종 백인종의 피가 각각 1/3 씩 섞인 신인종 하나만 남는다. 단순해진다. 균일해진다. 질서 곧 규칙성의 숫자가 감소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법칙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오늘날 종은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차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 점차 병약해지고 있다.

숨은 복잡성이 드러난다

부시맨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통역들을 동원해야 한다. 첫째 부시맨 말을 알아듣는 아프리카 원주민이 있어야 한다. 둘째 그 아프리카 말을 통역할 수 있는 프랑스인이 있어야 한다.

셋째 그 프랑스어를 할줄 아는 영국인이 있어야 한다. 넷째 영어를 할줄 아는 한국인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부시맨을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이와 유사한 해프닝이 일어난 일이 과거에 있었다.

아프리카 나라들 중 다수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쓰기 때문에 더 복잡해 졌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개체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중간 매개들이 필요한 것이 엔트로피의 법칙에서 질서도가 높은 것이다.

부시맨과 한국인의 접촉이 점차 빈번해져서 부시맨이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는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무질서도가 높아진 것이다. 닫힌계 안에서 가만히 놓아두면 점차 통역들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말과 자동차와 배와 비행기가 무질서도를 높였다. 문자와 언어와 인터넷이 무질서도를 높였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회는 더 무질서해진다. 점점 더 균일해진다. 점점 더 소통하기가 쉬워진다.  

어떤 두 개체가 있다고 치자. 그 개체를 분류할 수 있는 어떤 공통분모도 발견되지 않았다 치자. 두 개체는 같은 금속종류인가? 아니다. 두 개체는 같은 무게인가? 아니다. 두 개체는 같은 형태인가? 아니다.

이 두 개체 사이에 그 어떤 공통성도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 두 개체의 만남은 지극히 복잡한 만남이 된다. 이 둘을 연결하여 소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중간 매개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매개체는 환경이 제공한다. 둘 사이에 환경이 가세하여 공통점을 만들어 나가는데 이때 둘 사이에 링크가 하나씩 연결될 때 마다 새로운 복잡이 발견된다. 두 개체는 겉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속에 복잡성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두 개체는 겉으로는 아무런 쓸모도 나타내지 않았지만 특정 환경 안에서 둘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를 만날 때 그 어떤 용도로도 가공될 수 있는 만능의 슈퍼물질이었던 것이다. 높은 복잡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와 남자가 같은 방에서 같이 산다면 어떨까?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 결정은 지극히 쉽다.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방에서 같이 살기로 한다면?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만남의 절차는 복잡하다.

이렇듯 서로가 만날 때 많은 절차를 숨기고 있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말하는 질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둘이 서로 익숙해져서 그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질서도의 증가다.

생물의 대진화는 이렇듯 내부에 복잡성을 숨긴 두 개체의 만남으로 하여 촉발되었다. 두 개체 사이에는 어떤 공통성도 없기 때문에 그 만남을 주선하는 환경이 많은 베이스를 제공해야 한다.

도시사람과 도시사람이 만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도시사람과 시골사람이 만나면? 둘 사이에 서열이 나누어지고 질서가 만들어진다. 도시사람은 매너를 알려주고 시골사람은 생존술을 알려준다. 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 3자가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난다. 생명체 뿐 아니라 모든 진보하는 것은 반드시 이러한 전진과 후진의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

● 대진화 - (전진적 발달) 공통성 없는 둘의 만남..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 소진화 - (후진적 발달) 익숙해진 둘의 만남.. 많은 절차가 생략된다.

공룡에서 포유류로 나아감은 대진화다. 포유류 종이 세분됨은 소진화다. 둘의 진화원리는 다르다. 대진화는 물리적 개입에 의해 일어나고 소진화는 대진화로 얻어진 불안정성의 안정화 과정에서 일어난다.  

부부가 결혼을 할 때는 많은 제 3자들이 들러리를 쓰고 증인을 선다. 엔트로피의 법칙에서 말하는 복잡함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 3자들은 모두 돌아가고 부부 두 사람만 남게 된다. 무질서도의 증가다.

우리는 그냥 진보라고 말하지만 모든 진보하는 것에는 이러한 상반되는 과정이 공존한다. 하나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 3자가 개입해야 하고 개입한 다음에는 다시 빠져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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