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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10 vote 0 2021.06.22 (15:48:21)

    외계인은 있지만 외계에 있다. 우리 주변에는 없다. 지구를 방문해 올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외계인은 없다. 우리 은하 밖은 멀어서 오지 못한다. 우리 은하에는 5천억 개의 별이 있지만 99퍼센트는 태양보다 작은 별이라서 희망이 없다. 항성이 작으면 행성이 모성에 가깝게 붙어 있어서 생명체가 살지 못한다.


    태양보다 큰 별은 대부분 늙어서 터진 별이다. 태양도 50억 년 안에 터진다. 지구는 10억 년 안에 태양이 부풀고 바닷물이 끓어올라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지구에 인간이 살 수 있는 기간은 땅속에 숨어 살아도 3억 년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더 짧을 테고. 50억 년 태양계 역사에 산업화된 문명의 역사는 기껏해야 1억 년?


    적당한 크기의 항성은 우리 은하에 5억 개 정도다. 대부분의 별은 은하 중심부 팽대부에 있는데 그곳은 초신성 폭발이 빈번한 악조건이어서 생물이 살 수 없다. 생명이 진화할 수 있는 나선팔 구역 중에도 골디락스 존이 되는 괜찮은 보금자리는 많지 않다. 이렇게 보면 5백만 개 항성으로 줄어든다. 그 외에도 조건은 많다.


    대부분의 별은 그냥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 철과 같은 무거운 금속이 존재하려면 초신성 폭발을 여러 번 거쳐야 한다. 여기서 다시 확률은 줄어들어 5만 개 정도가 살아남는다. 여기에 희귀한 지구 가설을 추가하면? 가스형 행성인 목성과 토성을 형제로 두고 적당한 공전궤도와 자기장에 상당한 크기의 달을 가질 확률은?


    적당한 정도의 물, 적당한 횟수의 운석충돌 기타등등 따져봤을 때 지구처럼 운이 좋을 확률은 다시 백분의 일이다. 거기서 다시 백분의 1이 될 수 있다. 거칠게 셈해서 우리 은하에는 5개~500개 정도의 별에 지성체가 있겠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지구 수명은 길지 않다. 지구에 고등생명체가 활동하는 기간은 1억 년이다.


    여기서 또 90퍼센트가 까진다. 이제 0개~50개 정도로 줄어든다. 가로세로높이를 감안하면 나선팔 구역에 생명체가 몰려있다 치고 1만 광년에 인류 정도의 지성체가 하나쯤 있다. 일부는 우리보다 먼저 왔다가 갔고 일부는 아직 열심히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데 태양은 우리 은하에서 꽤 형님이다.


    먼저 왔다가 멸망한 별의 문명은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지구와 같은 운 좋은 행성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구를 발견하지 못했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구만큼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그건 논외다. 그건 외계인이 아니라 외계 원숭이다. 연배가 지구와 비슷하게 맞는 경우는 몇 안 된다. 


    인류가 현실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속도는 광속의 1/10이다. 속도는 더 낼 수 있지만 우주선을 통제할 수 있는 속도는 빠를 수 없다. 착륙하려면 감속해야 하는데 이건 더 어려운 것이다. 모래알만 한 크기의 소행성 파편이 우주정거장에 구멍을 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주선이 무한정 속도를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광속의 1/100일 수도 있다. 외계행성을 찾아도 왕복 200만 년 걸려서 외계인과 접촉할 수 있다. 우리가 달 정도 크기의 소행성 하나를 날려버려야 외계인이 뭔 일이야 하고 고개를 돌려 쳐다볼 것이다. 전파발신으로는 어림 없다. 허블망원경으로 우리는 100광년 안쪽을 탐사했고 앞으로 백배는 올라간다.


    미래에 더 좋은 망원경이 나오면 1만 광년까지 탐사할 수 있다. 그래서 뭔가 알아냈다 치더라도 연락해놓고 회신을 받으려면 2만 년이다. 젠장! 이건 아니잖아. 그래서 결론은? 문명간섭이다. 외계인과 빈번하게 왕래한다면 문명의 의미가 없다. 다들 외계인이 와주기만 기다리며 기우제나 지내고 있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게 다 신의 장난질이란 말인가? 편하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도피하기냐? 아니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간섭이야말로 존재의 최대 골칫거리다. 간섭을 피하는 회피기동은 우주 탄생의 제 1 전제조건이 아닐까? 우주가 탄생하고 물질이 만들어지는 제 1 원리는 간섭회피의 원리였다. 필요한 대전제였다. 


    중력에 의해 우주가 다 붙어서 떡이 된다면 피곤한 일이다. 신이 아니라도 그건 골치란 말이다. 아기의 자궁은 간섭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다. 우주의 자궁도 마찬가지다. 우주가 팽창하는 이유는 간섭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애초에 물질의 탄생 제 1 전제조건이며 그 조건이 아니면 물질은 탄생할 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지구 역사 45억 년 동안 외계인의 간섭을 받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소설을 쓰려면 간섭은 있지만 미개한 지구인 니들은 멍청해서 모른다고 해도 말은 되는데. 신이 특별히 지구를 아껴서 빌어먹을 외계인 녀석들이 장난치지 못하게 외진 곳에 둔 것이 아니라 간섭은 우주의 근본적인 딜레마다. 


    간섭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전제가 충족되어 물질이 탄생한다. 간섭문제는 생명체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보편적인 원리다. 지구가 특별히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간섭이 없는 조건이 원래 확률적으로 희귀한 것이다. 새들은 간섭이 없는 곳에 둥지를 짓는다. 생명은 간섭이 없는 곳에서 진화한다. 우주 탄생도 마찬가지다. 


    정리하면 외계인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간섭문제야말로 존재의 근본 딜레마였던 것이다. 우주의 탄생은 그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레벨:10]하나로

2021.06.22 (16:15:14)

이런식으로  무대책으로  환경파괴가 지속되면

1억년은  고사하고 100년이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인류과학이 과연 문제해결 능력을 갖고 있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6.22 (16:22:17)

한 80억이 죽어도 나머지 일부가 살아서 복구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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