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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57 vote 0 2017.01.26 (18:55:29)

     

    동적균형이다, 방향성이다, 서스펜스다, 에너지의 결이다, 일의성이다 하고 여러 가지로 말하지만 모두 같은 것을 말하고 있음을 여러분은 알고 있을 터이다. 자신의 직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색함이나 위화감, 부자연스러움, 창피함, 민망함 이런 감정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느끼는 거다. 어색함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특히 민망하다는 말이 한 동안 유행어였다.


    그런 느낌이 들면 여러분의 뇌 안에서 깨달음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박그네 어록을 보자. 전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조론에서 하지 말라는 자기소개다. 저런 이야기 하면 낯이 화끈거리는 거다.


    무엇인가? 무슨 말을 하려면 먼저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발언권을 가져오는 절차가 생략되어 있다. 보통은 국제정세부터 먼저 언급하고 다시 국내정치로 범위를 좁혀 포지션 잡는다.


    누가 물어보지 않은 자기 이야기부터 하는건 쪽팔리는 짓이다. 뜬금없잖아. 생뚱맞잖아. 편지를 쓰더라도 날씨 이야기를 먼저 하고 상대방 안부 이야기를 먼저 거론한다. 날씨는 너와 내가 공유하는 거다.


    둘의 일치를 먼저 찾고 다음 상대방 위치를 정하고 다음 조심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때 상대방이 먼저 질문해줘야 한다. 국제정세의 엄중함을 먼저 거론하고 상대방인 국민의 어려움을 묻는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다. 그냥 막 들이대는건 미친 짓이다. 다만 러시아 사람은 특이한게 요즘 잘 지내지? 하고 인사하면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고.


    아 요즘 나 뭐를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지내고 있어 하며 매우 길고 진지하게 설명한다는데. 보통은 자기 이야기를 할 의도로 상대방 입장을 물어주는 것이다.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매우 쪽팔린다.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은 권위에 호소하기 수법을 쓴다. 초딩도 그냥 말하면 어색하니까 ‘울엄마가 그러던데’를 구사하고 중딩은 ‘울 담탱이가 하는 말인데.’ 하며 엄마의 권위나 선생님의 권위를 내세운다.


    고딩쯤 되면 신문에 기사가 났는데, 어느 책에 나오는데, TV에서 봤는데 수법을 쓴다. 사람의 권위가 망하고 미디어의 권위가 힘을 쓴다. 대학생쯤 되면 ‘어느 미친 넘이 그딴 소리를 해?’ 하고 반격한다.


    권위에 의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쪽팔린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는 외국의 석학 아무개가 한 말인데 하며 칼럼을 쓰는 자가 있지만 그게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질병이다.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메커니즘에 의존해야 한다. 자연법칙에서 근거를 가져오는 것이다. 보통은 일화를 쓴다. 이순신 장군의 일화라든가 혹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에피소드를 모두에 꺼내고 그것을 정치현안과 연결시킨다.


    이렇게 가면 자연스럽다. 하여간 이런건 학교에서 안 가르쳐준다. 왜 안 가르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안 된다. 그건 니 주관적인 생각이고 누가 니 생각 물어봤냐고?


    우리에서 너를 거쳐 나로 오는 것이다. 구조론은 어색함에 민감한 필자가 어색하지 않은 것을 찾다가 패턴을 발견한 거다. 음악의 어색함은 잘 모른다. 다만 스티로폼으로 유리창 문지르는 소리는 괴롭다.


    화음도 있고 불협화음도 있다. 그림은 소실점이 안 맞으면 어색하다. 게임 캐릭터 그림은 굉장히 어색한데 왜 그렇게 그리는지 모르겠다. 서양 고전명화들은 모두 몸을 뒤틀고 있다. 그거 보는거 괴롭다.


죠죠서기 실사판.jpg


    죠죠서기 실사판


    죠죠서기라는게 있다. 심심하신 분은 검색해 보시길. 중국의 옛날 회화나 삽화는 인물들이 등을 보이고 있다. 관우나 장비가 죄다 등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벽화는 인물들이 죄다 옆으로 서 있다.


한국과_일본민화비교.jpg


   자연스러운 한국그림과 달리 일본그림은 항상 부자연스럽게 얼굴을 뒤틀고 있다.


    일본회화도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틀고 있다. 이건 수준이 떨어지는 거다. 쪽팔리지도 않나? 왜 사람을 그렇게 바보처럼 그리냐고. 하여간 패죽여야 한다. 디자인이 못생긴 자동차를 보면 심히 괴롭다.


    몽구아저씨는 진짜 이가 갈린다. 500방 맞아야 한다. 왜 가만있는 나를 괴롭히느냐고. 쌍용차는 디자인이 많이 좋아졌다. 로디우스와 렉스턴은 좀 괴롭지만.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는 거다. 그거 어렵나?


    이명박 사격자세 보면 괴롭다. 반기문 국기에 대한 경례는 괴롭다. 최홍만 꿀밤공격 괴롭다. 지켜보는 사람이 괴로운 거다. 답은 자연스러움 안에 있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선사들은 어색하다.


    걸핏하면 내려놓아라 하지만 주어가 없잖아. 괴롭다. 제말 문장이 호응되게 말하자. 우리는 사물의 속성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자석은 쇠를 당긴다. 그것은 자석 안에 고유한 것이다. 천만에. 못 당긴다.


    당기려면 잡아야 하는데 뭘로 잡지? 예컨대 벼락이 친다고 하자. 벼락이 어떻게 땅으로 내려오지? 못 온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벼락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코로나 방전이라는게 있다.


    벼락치기 전에 전자들이 뾰족한 곳에 잔뜩 모여 있다. 즉 구름과 땅 사이에 보이지는 않아도 거대한 장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자석이 쇠를 당기는게 아니고 공간을 미는 거다. 그게 자연스럽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은데 벼락이 갑자기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게 이상하잖아. 그건 어색한 거다.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장이 만들어져 있다. 빨간 사과는 빨갛지 않다. 빛이 빨간 색깔을 연출한다.


    상어지느러미는 맛이 없다. 제비집도 맛이 없다. 맛은 소스에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색깔은 빛에서 나온다. 사과는 색이 없고 상어지느러미나 제비집과 같은 재료일 뿐이고 빛이 맛깔을 연출하는 것이다.


    사과가 빨갛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나? 나는 어색한데? 사과가 빨갛다는 말은 키가 크다는 말처럼 불완전하다. 어떤 사람의 키가 누구보다 크다고 해야 말이 된다. 푸른 사과가 익어서 빨갛게 되었다.


    이건 말이 되는 소리다. 왜? 여기에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키가 큰게 아니라 커진 것이며 사과 빨간게 아니라 익은 것이며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다. 이런건 초딩도 알 수 있다. 이걸 왜 모르냐고?


    방향성이 없으면 보나마나 가짜인 것이다. 어색한 느낌이 들면 틀린 것이다. 구조론이 어렵다는 말은 어색한걸 보고도 어색하지 않다는 거다. 할 말이 없다. 하긴 유럽의 고전명화들도 왜 그렇게 그렸냐고.


    그게 어색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그린 것이다. 할 말이 없다. 어색하지 않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부족민은 화려한 문신을 새기고 있다. 그게 보기에 좋냐고. 근데 보기에 좋으니까 새긴 거다.


    할 말이 없다. 성형수술을 심하게 한 사람이 앞에 있으면 불편하다. 근데 당사자는 불편하지 않으니까 수술한 것이다. 할 말이 없다.


   20170108_234810.jpg


    구조론은 제가 5살 전후부터 어색한 느낌과 자연스러운 느낌의 차이에 주목해서 조금씩 아이디어를 쌓아온 것입니다. 제가 건축에 주목하는 것은 공간의 느낌을 설명할 언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모퉁이나 아늑한 공간감을 주는 천장이나 그런 것을 표현하는 단어를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느낀 그 느낌을 잘 나타내는 단어와 표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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