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31 vote 0 2021.11.10 (00:02:49)

    무슨 주의가 어떻고, 주장이 어떻고, 사상이 어떻고, 이념이 어떻고 말들 하지만 개소리다. 언어가 문제다. 말을 똑바로 해야 한다. 일찍이 말을 똑바로 하라고 가르친 철학가는 없었는가? 없었다. 황폐한 중에 공자의 정명사상이 그나마 좋은 가르침이 된다. 


    그의 괴력난신, 온고이지신, 술이부작, 극기복례는 모두 말을 똑바로 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괴력난신은 근거 없는 개소리를 하지 말자는 거다. 음모론, 초능력, 사차원, 텔레파시, 안아키, 신토불이, 귀신, 천국, 내세 기타등등 무수하다. 


    온고이지신은 흘러간 옛날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공자가 그 시대의 수준에 맞게 표현을 그렇게 했을 뿐 우리가 맥락을 헤아려서 들어야 한다. 공자가 무슨 논문을 쓴 것도 아니고 대화 중에 직관적으로 내뱉은 말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스승이 뼈대를 세우면 제자가 살을 채우는 것이다. 공자가 빠뜨린 부분을 우리가 채워야 한다. 직관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고 관점에서 나온다. 그 관점을 포착해야 한다. 술이부작은 귀납하지 말고 연역하라는 말이다. 


    모형을 복제해야 한다. 극기복례는 동물적 본능과 집단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생각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공자가 다 했잖아.' 다만 후학들이 공자의 참뜻을 모르고 아랫사람들을 제압하고 단속하는데 이 말을 써먹으니 어찌 유감천만이 아니겠는가? 


    한 줄기 빛이 다양한 피사체를 만나 스크린에 여러 가지 그림자를 만든다. 다양한 피사체를 보지 말고 하나의 빛을 봐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인간이다. 그사이를 바로잡는 것이 의리다. 


    말을 똑바로 하여 의를 세울 수 있다. 언어는 화자와 청자의 대칭을 따르며 주거니 받거니 호응하여 담론과 명제를 만든다. 담론은 부르는 말과 응답하는 말이 호응하고 명제는 전제와 진술이 호응한다. 공자가 불렀으니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07 광대역 웹캠 최신버전 김동렬 2003-06-10 19427
6706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6 김동렬 2014-07-21 19407
6705 "우유 많이 마시면 살 빠져요" 김동렬 2002-09-30 19407
6704 Re..위 사진에서 손의 높이는 몇미터쯤? image 김동렬 2002-09-15 19400
6703 박정희의 슬로건 - 중단없는 전진 김동렬 2002-12-15 19382
6702 '신은 없다' 호킹 발언 김동렬 2010-09-12 19317
6701 까뮈의 이방인 김동렬 2006-07-14 19271
6700 동영상 강의 김동렬 2010-01-25 19257
6699 구조론 개념도 image 김동렬 2008-08-25 19247
6698 인터넷 글쓰기의 폐단인가?(펌) (노혜경) 2003-06-12 19205
6697 "`고맙다 김대중`이라고 말하라" 김동렬 2003-01-10 19176
6696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라 2005-09-17 19135
6695 군대가서 좋은 점 image 김동렬 2003-07-14 19133
6694 구조는 자이로스코프다. image 11 김동렬 2012-01-11 19117
6693 물레방아와 축구경기 image 김동렬 2011-06-18 19098
6692 죄송한데여... 노원구민 2002-12-15 19055
6691 그림풀이 image 김동렬 2010-03-05 19019
6690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학문의 역사 김동렬 2006-02-11 19011
6689 여러분 고생많았습니다. 김동렬 2002-12-19 18994
6688 박노자의 글을 읽는 법 김동렬 2003-01-10 18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