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56 vote 0 2023.01.31 (13:17:58)

    필자가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비트코인을 예로 드는 것이다. 정치판도 개판이고 이런 이야기나 하는 거. 하여간 다단계도 20년 이상 굴러가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모순투성이며 그 자체로 사기다. 


    비트코인이 사기라 치고 그런데 무슨 사기가 이렇게 오래가냐? 그런 이야기다. 따지자면 세상에 사기 아닌게 없다. 금방 망하는 사기와 오래가는 사기가 있을 뿐이다. 시스템의 최종 보스는 오래 간다. 선수는 단명하고 게임의 주최측은 오래 간다. 그걸 알면 돈을 번다. 


    1차 대전은 제국의 무덤이다. 독일제국, 오헝제국, 러시아제국, 오스만제국이 순식간에 멸망했다. 황제들은 왜 일제히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을까? 그들은 쓸모없는 존재였다. 쓸모를 증명하면 죽는다. 쓸모 있는 것은 기능하고, 기능하면 소모되고, 소모되면 대체된다. 


    루이 14세가 먼저 왕의 쓸모를 증명했다. 프랑스인들은 왕의 쓸모를 알아내고 황제로 업그레이드했다. 나폴레옹이다. 왕이라는게 존나 좋군. 더 좋은 황제로 갈아버려. 20세기에 황제 따위가 무슨 쓸모가 있지? 영국왕은 쓸모없음을 받아들였는데 일본왕은 버텨봤다.


    2차대전 때 망했다. 황제의 유일한 쓸모는 제국을 없애는 불쏘시개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 문제는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이런 짓을 한다는 거다. 다섯 명의 망한 황제 중에 하나쯤 ‘이건 등신짓인데?’ 하고 알아챌 법도 한데 말이다. 인간의 무의식은 무섭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판단이 서면 인간은 능동적으로 자신을 폐기한다. 윤석열이 하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불쏘시개로는 나름 쓸만하네. 알아버린다. 결국 쓴다. 인간은 집단 무의식의 조종을 받아 자신을 마루따로 삼아 집단에 유용한 일을 하고 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쓸모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쓸모가 있다면 팔아야 한다. 그것은 더 좋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유일한 쓸모는 다른 코인의 가치를 보증하는 일이다. 달러와 역할이 비슷하다. 달러는 다른 통화를 보증하는게 역할이다.


    금은 쓸모가 있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없다. 달러는 쓸모없다. 그냥 종이잖아. 그러므로 가치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대칭을 이루는 것에 약하다. 달러는 다른 통화와 대칭된다. 중국의 위안화는 당분간 기축통화가 되지 못한다. 중국이 화폐를 수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팔고 물건을 사야 하는데 중국은 물건을 팔아 돈을 사므로 위안화는 달러의 무쓸모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당장 중국은 한국 물건을 사지 않는다. 일본인도 한국제품을 사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악착같이 쓸모를 찾으려 하므로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선택한다.


    하여간 인간들은 뭐든 거꾸로 생각하는 재주가 있다. 명품은 쓸모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명품의 유일한 쓸모는 짝퉁의 감별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과의 대칭이다. 이런 것은 오래 간다. 사기는 사기가 맞는데 시스템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산의 정상이기 때문이다.


    의하여와 위하여다. 쓸모는 위하여다. 무쓸모는 의하여다. 의하여는 살고 위하여는 죽는다. 모든 시스템의 꼭대기에 의하여가 하나씩 있다. 그런데 하나뿐이다. 흔하지 않다. 대표로 한 종목이 뜨는 이유는 의하여 포지션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아류는 포지션을 뺏겼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513 확률과 게임 김동렬 2021-12-11 2183
512 민족과 인종 김동렬 2022-10-15 2182
511 2등인류 중국 2 김동렬 2022-04-28 2182
510 예뻐지고 싶다는 거짓말 김동렬 2024-01-30 2181
509 강체와 유체 김동렬 2023-09-15 2181
508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김동렬 2022-03-24 2181
507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서 김동렬 2023-03-08 2179
506 에너지의 이해 김동렬 2021-12-15 2179
505 21세기 천동설 김동렬 2023-10-02 2178
504 시스템적 아이디어 김동렬 2023-04-18 2172
503 힘의 마술 김동렬 2023-09-13 2170
502 문명의 탄생 김동렬 2022-10-20 2169
501 전쟁은 끝났다 김동렬 2022-05-01 2168
500 구조론의 5단계 김동렬 2021-12-07 2165
499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의 기행 김동렬 2022-12-18 2163
498 벡터와 스칼라 김동렬 2022-06-07 2163
497 초심자를 위한 구조론 김동렬 2022-05-19 2163
496 의리 권력 동원 사회 1 김동렬 2021-11-27 2162
495 조국 돌풍의 진리 1 김동렬 2024-03-15 2160
494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김동렬 2022-05-30 2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