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34 vote 0 2023.01.01 (16:05:39)

    사람이 혼자 있으면 괜찮은데 둘만 모이면 나쁜 짓을 한다. 둘이면 집단이다. 둘만 되면 인간은 집단을 이루고 역할을 나누려고 한다. 이때 나쁜 역할을 시키게 된다. 좋은 일을 시키려면 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일을 시키고 돈을 주지 않으면 그게 나쁜 일이다. 돈을 주지 않으려면 쾌감을 줘야 하는데 그 경우 이미 나빠져 있다. 인간의 나쁜 행동은 대부분 주변의 부추김 때문이다. 여기에는 집단의 역할 나누기라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이것이 사건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인간은 사물 중심으로 본다. 그 경우 왜곡된다. 인간은 먼저 어떤 것이 있고 다음 어떤 것이 움직인다고 본다. 뭔가 잘못되면 그 어떤 것의 고유한 속성에 책임을 떠넘긴다. 원래 그렇다는 식이다. 원래 나쁜 놈이라는 말이다. 실제로는 다르다. 대부분 나쁜 사람은 나쁜 상호작용구조 속에 빠져 있다. 주변에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 패거리가 있다. 집단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개인의 의도, 생각, 목적, 계획, 야망 탓을 하면 보나마나 거짓말이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집단의 구조, 시스템, 흐름, 유행, 기세, 세력 탓을 하면 진실에 가깝다.


    당구공이 굴러가는 이유는 누가 그 공을 쳤기 때문이다. 반드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있다. 개인의 에너지는 집단에서 나온다. 집단과 상호작용하다 보면 나쁜 일이 더 서로 간에 합을 맞추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은 일은 돈이 든다. 돈 없이 뭔가 일을 벌이면 보나마나 그 일은 나쁜 일이다.


    사건으로 볼 것인가, 사물로 볼 것인가다. 사건은 크고 사물은 작다. 언제나 큰 것이 원인이다. 에너지는 집단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에너지는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가는 일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원인을 사물로 좁혀서 보는 관점이 인간의 오판을 낳는다. 사물은 작고 작은 것은 만만하다. 작고 만만한 것을 때려주는 방법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비겁한 자세가 실패의 원인이다.


    사건은 집단 속에서 일어난다. 집단이 에너지 공급자다. 사건으로 보면 문명과 역사와 진보와 자연과 인류의 기세와 흐름이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는 진실이다. 사물로 보면 그냥 어떤 개인이 나쁜 놈이다. 어떤 개인의 생각, 의도, 목적, 계획, 야망이 나쁜 일을 저지르게 한다. 이는 거짓이다. 나쁜 개인을 제거하면 또다른 악당이 그 빈 자리를 메우는 패턴이 반복된다.


    로마 군인황제 시대의 반복되는 혼란, 고려 무신정치 시절의 반복되는 혼란, 베트남 멸망 직전의 반복되는 쿠데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반복되는 혼란은 모두 구조적인 문제로 일어난 것이다. 집단이 움직이는데 따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개인의 돌려막기 수법으로 일을 꾸미면 뒤에 청구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빠진다.


    나라가 잘되려면 집단 전체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집단이 다 같이 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의사결정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비겁한 마음이 집단을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게 한다.


    에너지 없이 일어나는 변화는 없다. 언제라도 에너지 공급자를 족쳐야 한다. 에너지는 집단에서 개인에게 공급된다. 대개 집단의 의사결정하는 구조가 잘못된게 원인이다. 집단의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바꾸려면 비용이 든다. 돈 안 주고 사람을 부리는 방법은 나쁜 짓뿐이다.


    히틀러 한 명의 야욕 때문에 2차대전이 일어난 것인가? 대부분의 거짓말은 원인을 좁게 잡는다. 이게 다 성소수자 때문이다, 이게 다 조선족 때문이다, 이게 다 유태인 때문이다 하는 식이다. 이는 만만한 한 넘에게 독박을 씌워서 집단의 비용을 줄이고 쉽게 가겠다는 비겁한 심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90 인간들에게 하는 말 김동렬 2022-02-21 2371
689 마크 저커버그 승 일론 머스크 패 김동렬 2023-07-13 2369
688 구조주의와 구조론 김동렬 2020-09-24 2369
687 수수께끼 김동렬 2023-09-20 2367
686 여자는 있고 남자는 없다 김동렬 2022-05-18 2364
685 인류의 모든 사상 김동렬 2022-03-27 2364
684 생태주의를 제압하라 김동렬 2022-03-23 2364
683 사색정리 결산 김동렬 2020-12-09 2364
682 권력서열 1위 천공이 LK99 사기 배후? 김동렬 2023-08-03 2363
681 도구를 다루는 것이 철학이다 2 김동렬 2020-08-26 2362
680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2361
679 방향전환 1 김동렬 2020-02-24 2360
678 생각의 단서 김동렬 2022-11-15 2357
677 젤렌스키와 푸틴 김동렬 2022-04-10 2356
676 3축짐벌 구조론 김동렬 2020-11-01 2355
675 아베의 죽음 1 김동렬 2022-07-09 2354
674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3-06-10 2352
673 어주니랑 거니랑 김동렬 2022-06-01 2352
672 누가 볼츠만을 죽였는가? 김동렬 2021-12-09 2352
671 지식권력의 문제 김동렬 2022-01-08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