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79 vote 0 2019.11.07 (18:00:22)

 

    구조의 눈


    구조는 내부를 보는 것이다. 사물의 내부는 쪼개보면 된다. 사건의 내부를 보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소용된다. 사건은 시간을 타고 간다. 버스가 떠난 뒤에 손 흔들어 봤자다. 사물은 외부에서 끊임없이 개입한다. 사건은 버스의 출발과 동시에 문이 닫히고 외부개입은 차단된다. 그것이 닫힌계 개념이다.


    사물은 외부를 관찰하여 누가 건드리는지 알아내면 된다. 몰래 와서 속삭이는 자가 반드시 있다. 사건은 내부에서 진행되므로 추론해야 한다. 같은 사건을 재현해 보면 된다. 사물의 외부는 무언가 플러스될 수 있다. 그것이 원인이다. 칼은 휘두르는 자가 있고 총은 쏘는 자가 있고 공은 차는 사람이 있다.


    작용하는 것이 있다. 그 원인측을 추적하면 된다. 사건은 버스가 출발하면 외부에서 작용할 수 없으므로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내부는 언제나 빡빡한 상태다. 잉여가 없다. 여유가 없다. 잠수함처럼 실내가 좁다.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간의 작용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물은 겉에 덧씌워지므로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지만 사건은 절대적으로 형식이 중요하다. 사건은 움직인다. 움직이려면 가벼워야 한다. 덧씌울 수 없다. 사물의 왕자는 좋은 옷으로 덧씌워진다. 폼잡을 수 없다. 사건에 들어가면 좋은 옷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링 위의 선수처럼 홀딱벗어야 한다.


    사건은 달린다. 마라톤과 같다. 좋은 옷과 폼나는 모자와 장식은 쓸모가 없다. 사건은 언제나 극한의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제된다. 여기에 의미가 있다. 사물은 내가 100을 작용해도 저쪽에서 100으로 막으면 무효가 된다. 그러나 사건의 버스는 이미 떠났으므로 이쪽저쪽 다 무효다.


    그렇다면? 사건은 선제대응하는 사람이 이긴다. 먼저 와서 판을 설계하는 사람이 다 먹는다. 즉 사건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저쪽에 돈이 많고 힘이 세고 빽이 있어봤자 쓸모가 없다. 내가 설계한 판은 내가 먹는다. 사물은 보수가 힘으로 눌러서 이기지만 사건은 언제나 진보가 이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1.08 (04:03:04)

"사건은 선제대응하는 사람이 이긴다. 먼저 와서 판을 설계하는 사람이 다 먹는다. 즉 사건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http://gujoron.com/xe/1139461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90 인간들에게 하는 말 김동렬 2022-02-21 2371
689 마크 저커버그 승 일론 머스크 패 김동렬 2023-07-13 2369
688 구조주의와 구조론 김동렬 2020-09-24 2369
687 수수께끼 김동렬 2023-09-20 2367
686 여자는 있고 남자는 없다 김동렬 2022-05-18 2364
685 인류의 모든 사상 김동렬 2022-03-27 2364
684 생태주의를 제압하라 김동렬 2022-03-23 2364
683 사색정리 결산 김동렬 2020-12-09 2364
682 도구를 다루는 것이 철학이다 2 김동렬 2020-08-26 2364
681 권력서열 1위 천공이 LK99 사기 배후? 김동렬 2023-08-03 2363
680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2362
679 방향전환 1 김동렬 2020-02-24 2362
678 생각의 단서 김동렬 2022-11-15 2357
677 젤렌스키와 푸틴 김동렬 2022-04-10 2356
676 3축짐벌 구조론 김동렬 2020-11-01 2355
675 아베의 죽음 1 김동렬 2022-07-09 2354
674 누가 볼츠만을 죽였는가? 김동렬 2021-12-09 2353
673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3-06-10 2352
672 어주니랑 거니랑 김동렬 2022-06-01 2352
671 지식권력의 문제 김동렬 2022-01-08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