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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60 vote 0 2022.06.28 (10:37:24)

    치약튜브를 짜면 치약이 나온다. 치약을 짜는 것은 의사결정이다. 치약이 나오는 것은 2차적인 효과다. 우리는 치약을 짜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치약이 나오는 것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어야 한다. 타자는 정타를 맞혀야 한다. 공을 정확히 쳤는데도 수비수가 호수비로 잡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홈런을 쳤는데 옆바람이 세게 불어서 파울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고사를 지내고 치성을 드린다고 해서 파울이 홈런 되겠는가?


    닫힌계 안에서 에너지는 모일 뿐 흩어지지 않는다. 흩어지는 부분은 내부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 외부사정에 따른 2차적인 효과다. 금고에 돈을 모아놓는 것은 나의 결정이고 도둑이 털어가서 돈이 흩어지는 것은 타인의 결정이다.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변화는 언제나 모이는 방향이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모인 상태에서 한 번 더 모이는 것이다. 모인 것을 또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인간들은 흩어지는 부분에 주목하여 많은 잘못을 저지른다.


    문제는 인간들의 관심이 흩어지는 부분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모이는 부분보다 흩어지는 부분이 눈에 잘 보인다는 이유도 있다. 인간들은 수렴보다 확산, 필연보다 우연, 전체보다 부분, 머리보다 꼬리, 원인보다 결과에 주목한다. 놀이개를 흔들면 달려드는 고양이처럼 홀리고 낚이고 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방향성만 보고 즉흥적으로 판단한다.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결정적으로 방향을 오판한다. 사건을 정반대로 해석한다. 많은 사람이 확률을 불신하는 이유는 막연히 확률을 흩어지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규분포를 배우지 않았다. 막연한 느낌으로 오해한다. 막연히 확률은 흩어지는 것이고 흩어지면 통제할 수 없다고 여기고 좌절감을 느낀다. 확률의 정규분포는 모이는 것이고 모이면 통제할 수 있다. 확률은 모아주니 좋은 것이다. 


    우리가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흩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 먹는 것은 내 입으로 모이고 싸는 것은 화장실로 흩어진다. 버는 것은 내 지갑으로 모이고 쓰는 것은 편의점의 금고로 흩어진다. 우리는 언제나 모이는 부분만 신경쓰면 된다.


    원인은 모이고 결과는 흩어진다. 전체는 모이고 부분은 흩어진다. 머리는 모이고 꼬리는 흩어진다. 필연은 모이고 우연은 흩어진다. 둘 중에서 어느 쪽에 주목할 것인가다. 모이는 부분에 주목해야 객체를 통제할 수 있다. 밥을 주면 모이고 밥을 주지 않으면 흩어진다. 밥을 주면 모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모아야 뭐든 해볼 수 있다.


    문제는 학계의 방법론이다. 진화생물학계는 진화의 원인을 자연선택으로 본다. 필연이 아닌 우연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우연적 요소도 있다. 사람이 죽는 것은 필연이지만 언제 어디서 죽는가는 우연이다. 우연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거기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내가 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신경쓸 이유가 없다.


    수만 년 전부터 사피엔스의 뇌가 작아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학자들은 이를 선택압으로 설명한다. 뇌가 작아지는 쪽으로 선택압이 작용하여 자연선택에 의해 뇌가 작아졌다는 거다. 선택압이라는 용어는 자연선택과 충돌한다. 둘은 공존할 수 없다. 방향이 다르다. 자연선택은 우연이므로 예측할 수 없다. 선택압은 필연이므로 예측된다.


    구조론으로 보면 진화는 합당한 생태적 지위를 찾아가는 것이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분명한 방향성이 있다. 점점 커지거나 점점 작아진다. 사바나에서는 커지고 섬에서는 작아진다. 인간의 뇌가 작아졌다면 유전자가 인간의 생존환경을 격리된 환경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이 기르는 가축은 모두 뇌가 작아졌다. 격리된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선택압이라는 용어에 주목해야 한다. 기압이든 수압이든 압이 걸리면 닫힌계가 형성되고 닫힌계 내부는 균일하다. 압이 걸리면 내부압력은 동일하다. 일원화 되는 것이다. 여럿이 아닌 하나로 모이는 것이다. 필연의 세계다. 진화가 우연에 지배된다는 자연선택 개념은 틀린 것이다.


    사슬은 약한 고리에서 끊어진다. 선택압은 인류의 뇌용적을 약한 지점으로 보고 공략한 것이다. 사슬에서 약한 고리는 언제나 한 개뿐이며 진화는 정확히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영화든 만화든 드라마든 일본군은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시스템 위주로 움직이는 데 비해 우리의 주인공은 황당무계하게 행동한다. 우연한 행운에 의해 승리한다. 독일군과 레지스탕스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독일군은 과학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무모한 도박을 감행한다. 그게 사실은 지는 거다. 심지어 필자가 어렸을 때 읽은 반공도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의 치밀한 계획에 맞서는 주인공 반공소년의 황당무계한 소영웅주의 무모한 모험의 우연한 성공으로 이야기를 몰아간다. 사람들이 그걸 좋아한다. 개념 없고, 계획 없이 덤벙대고, 우쭐대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설득력이 있나?


    마동탁은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고 완벽주의다. 설까치는 덤벙댄다. 설까치가 마동탁을 이기는 과정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관객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환호하지만 필자는 씁쓸함을 느낀다. 주인공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운으로 이겼다는게 좋은 소식인가? 운으로 한 번 이길 수 있지만 99번 진 것은 가려놓을 참인가? 운에 매달리면 안 된다. 주인공이 기적적으로 승리하는건 좋지 않다. 이길만해서 이겨야 한다. 작전을 잘 짜야 한다. 현실에서 자신감을 잃은 관객들은 하늘에서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바란다. 뜻밖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 지경까지 몰렸다면 져도 처참하게 진 것이다.


    문제는 왜 많은 관객이 엉터리 설정에 환호하는가다. 실력보다 운으로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가다. 관점이 비뚤어졌기 때문이다. 모이기보다 흩어지기, 필연보다 우연, 전체보다 부분, 원인보다 결과를 선호한다면 크게 비뚤어졌다. 생각하기 싫기 때문이다. 필연적인 승리를 얻으려면 분석을 해야하는데 그게 싫다. 충분히 연구를 해서 승리하기보다 소발에 쥐 잡기로 로또당첨을 원한다. 그게 멍청한 거다.


    모인상태서 또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흩어질 궁리만 하는게 인간이다. 민주당 내분이 그렇다. 이미 모일 만큼 모였다. 저쪽의 분열이 없이 0.7퍼센트 차이로 졌다면 우리쪽 표를 최대한 모은 것이다. 그동안은 상대편의 분열로 이겼는데 말이다. 지갑을 주웠는데 말이다. 더 모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니 동료를 저격한다. 열림공감TV와 김어준그룹을 비롯한 당의 외곽세력을 당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면 한 번 더 모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 비겁하기 때문이다.


    질은 모여서 입자를 만들 수 있다. 리더를 선출할 수 있다. 입자는 모여서 힘을 만들 수 있다. 공간을 좁혀서 리더에게 힘을 몰아줄 수 있다. 힘은 모여서 운동을 만들 수 있다. 공간을 좁히는 대신 시간의 빠르기를 얻는다. 속도가 빠르면 모인 상태에서 더 모인 결과가 된다. 운동은 모여서 양을 만들 수 있다. 외부와 접촉면을 늘려서 모인 효과를 얻는다.


    모인상태에서 한 번 더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의 관심은 확산으로 향하고, 부분으로 향하고, 우연으로 향한다. 그리고 실패한다. 흩어지면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하지 못하면 진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흩어진다. 그러나 감독은 작전지시를 내려 공수간격을 좁히는 방법으로 모을 수 있다. 흩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될 일이 안 되는 것이다.


    한신은 절망적인 상태에서도 군대를 흩어서 포위망을 만들었다. 역대의 명장들은 적은 병력으로 다수를 포위했다. 포위하려면 흩어야 하고 흩어지면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훈련된 군대는 흩어져서도 바르사의 티키타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겉으로는 흩어졌지만 전술로는 모여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7]오리

2022.06.28 (11:09:07)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진화압' 이라는 표현이 있고.
이 용어의 의미는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저항하려는 방향으로 진화" 한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진화압 이라는 용어는  자연선택설을 부정하는 용어라고 볼수 있겠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2.06.28 (11:28:34)

넓은 의미로 본다면 자연선택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그것을 우연으로 해석하고 방향이 없다고 우기는 것은 그러기를 바란다는 의미.


우연이기를 바라고 방향이 없기를 바라는게 문제.

객관적으로 보면 되는데 개인의 희망사항을 반영해 버려. 


착한 사람이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가지고

착한 사람이 보상을 받게 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면 황당한 것. 


자연에는 선악이 없고 정의도 없고 불의도 없고 확률이 있을 뿐. 

그 확률을 막연히 확산방향으로 해석하는게 과학계의 문제.


확률은 주사위고 주사위는 우연이지. 이런 식의 초딩사고.

야구의 바빕이론이 대표적인 우연추구 헛소동.


생각보다 우연적 요소가 크다는 정도의 해석이 적당한데

백 퍼센트 우연으로 몰고가 버려. 개소리를 하는 거. 


스포츠는 대부분 하드웨어가 결정하는데 노력으로 몰고가버려.

그 심리는 내가 안해서 그렇지 나도 하려면 할 수 있다는 자기 콤플렉스 반영.


스포츠는 그냥 스포츠인데 왜 거기 자기소개가 들어가? 누가 물어봤냐고?

손흥민과 오타니는 하드웨어가 다른 거야.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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