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19 vote 0 2019.04.14 (15:03:30)



   의미 속에 내가 있다


    심부름을 갔다가 임무를 잊어버렸다. 무엇을 잃어버린 느낌인데 무엇을 잃었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생각나는 것이 없다. 나는 내가 아닌 것이 아니다. 내 안에는 내가 없다. 내 안에서 의미를 찾지 마라. 반대로 생각하라. 의미는 내게 있는게 아니라 의미 자체에 있다.


    대승적 사건 속에, 천하 단위의 사건 속에, 커다란 의미 속에 내가 있고 그대가 있다. 개별적인 것에는 의미가 없다. 내게 속하는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잃어버린 것은 나의 소지품이 아니다. 반대로 커다란 의미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큰 사건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역사의 현장에 내가 있어야 한다. 진리의 현장에 내가 있어야 한다. 내 주머니를 뒤져서, 내 재산목록 속에서, 내게 속하는 나의 소지품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말고 천하의 커다란 사건 속에서, 진보의 커다란 의미 속에서 나를 발견해야 한다. 내가 그곳에 가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사건 속에 또 다른 사건이 있고 의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커다란 사건과 의미 속에서 호흡하는 작은 존재다. 사건은 나보다 먼저 있었고 의미는 나보다 먼저 있었다. 우주는 나보다 먼저 있고 진리는 나보다 먼저 있다. 나를 중심으로 사고하면 곤란하다. 삼가야 할 자기소개다.


    의미는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해가는 것이다. 바둑을 둔다면 다음번에 둘 자리는 바둑판 안에 있다. 내가 바둑판 안으로 들어와 바둑알 하나가 되어 있다. 천하라는 바둑판 안에서 나의 설 자리를 찾을 일이다. 사건은 일어나 있고 나는 사건 속의 존재다. 의미는 사건 속에서 나의 위치다.


    하지 않으면 당한다. 내 자리를 찾지 못하면 남이 그 자리를 빼앗는다. 이다음에 나는 무얼 해야 하지? 자기를 개입시켜 무언가 하려고 하므로 안철수 되고 변희재 된다. 바둑알이 제 자리를 떠나 돌아다니려고 하면 안 된다. 주목받고 보상받고 칭찬받고 무언가를 받으려고 한다. 틀렸다.


    받으려는 것은 어린이의 태도다. 반대로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무언가 받아 챙기고 그것을 의미로 여기면 안 된다. 받는다면 주도권을 잃고 종속된 것이다. 인생에 받아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덤으로 갈 뿐이다. 상장을 받고 훈장을 받고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는 건 어린이다.


    받는 것을 의미로 여기는 것은 어린이의 태도다. 사건은 천하 속에 있고 천하의 불은 번져가는 것이며 의미는 거기에 있고 나의 있을 자리도 그곳에 있다. 내가 무언가를 챙겨 받는 것을 의미로 여기면 안 된다. 천하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의미다. 천하라는 큰 집에 벽돌 하나 될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4.15 (02:56:38)

"사건은 천하 속에 있고 천하의 불은 번져가는 것이며 의미는 거기에 있고 나의 있을 자리도 그곳에 있다."

http://gujoron.com/xe/1080492

[레벨:30]이산

2019.04.15 (23:30:06)

큰 사건 속에서 나를 찾고 내가 그곳에 가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207 사회게임론 1 김동렬 2020-08-07 2819
1206 세상은 마이너스다. 김동렬 2021-05-18 2818
1205 변화가 좋다. 1 김동렬 2019-01-15 2818
1204 슬픈 인간군상 1 김동렬 2022-03-03 2815
1203 원자론과 구조론 10 김동렬 2021-05-12 2813
1202 중력의 이해 3 김동렬 2019-04-09 2813
1201 진화의 전략 김동렬 2021-07-11 2812
1200 성선설과 성악설 김동렬 2021-03-15 2812
1199 자유로 가는 길 김동렬 2021-01-13 2812
1198 구조론을 읽고 말하자 1 김동렬 2019-08-04 2812
1197 구조가 성질이다. 김동렬 2023-05-20 2811
1196 금태섭 심상정의 기생寄生정치 김동렬 2021-02-13 2811
1195 구조 1 김동렬 2020-02-16 2809
1194 외계인의 침략 1 김동렬 2019-09-12 2809
1193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1 김동렬 2020-05-03 2808
1192 비겁한 한국인들 1 김동렬 2022-04-14 2807
1191 무신의 난 윤석열 김동렬 2021-11-27 2807
1190 솔로의 비애 1 김동렬 2019-07-29 2807
1189 커플은 솔로를 이긴다 1 김동렬 2019-06-20 2807
1188 차원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0-12-13 2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