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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063 vote 0 2005.09.08 (10:43:34)

 

“회담결렬 좋아하시네”

착각마라. 박근혜는 회담 상대가 아니었다.


웃기고 있어. 얄타회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포츠담선언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아닌데 결렬은 무슨 얼어죽을 결렬이라는 건가.


언론들의 입 가벼움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난다. 조중동부터 한경대까지 전부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이따만한 몽둥이로 궁뎅이를 한 대씩 패줬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 오마이뉴스 너도 마찬가지.


생각하라! 우리는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대통령은 지도자다. 지도자란 무엇인가?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가로 놓여있다. 50 대 50의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을 때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거라면 지도자도, 선거도, 민주주의도 필요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결단했다면 나머지 하나는 그만 잊어야 한다.


대통령이 그 나머지 하나는 가치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정으로 가치없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이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치는 인간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며 그쪽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상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하나는 그림의 떡이다.


대통령은 지도자이고 지도자는 그러한 결정사실을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청와대 회담은 대통령이 결정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수단에 불과하다. 박근혜는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며 그러한 도우미 역할은 야당의 임무다.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이것만 옳고 저것은 절대적으로 그르다는 따위는 없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나머지 하나는 잊어야 한다.


왜 대통령의 노선이 옳은가? 대통령이 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그 선택이 잘못이라면 지식인은 그 사실을 기록해 두었다가 훗날 사가의 평가에 참고로 삼을 뿐이다. 일단은 선택한 길을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대통령은 뭐하러 뽑았나? 대통령이 할 일은 집단이 가지는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부단히 선택해야 하며 하나를 선택할 때 마다 그만큼 안따까움과 미련을 남길 것이다. 


칠천만 겨레는 칠천만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칠천만가지 생각이 다 옳은 것이다. 그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집단의 의사결정은 그 칠천만을 단 하나로 집약해 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6999만개의 소중한 생각들을 상실할 것이며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민주주의를 만든 것이다. 대통령은 그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회담을 하는 것이며 그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라면 따라야 한다.  


박근혜와의 회담으로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회담을 해야한다. 지식인들과도 대화해야 하고 언론인들과도 대화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의 ‘연안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필자는 대통령이 결정한 내용 보다는 그 스타일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즉, 인터넷 쌍방향 의사소통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스타일인 것이다.


대통령은 연정이라는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부담없이 말할 수 있는 멋진 화두를 하나 붙잡은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진정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로 전진하기 위하여.


어쨌든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는 스타일의 대통령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당신들이 궁금해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 수는? 나는 그것이 ‘끊이지 않는 대화의 대장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전여옥의 억장이 무너져 내릴 때 까지 대통령은 말하기를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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