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92 vote 0 2023.04.17 (15:39:43)

    '가야'라는 나라는 없다. 따지면 복잡하므로 지방명으로 부른다. 일본은 금관국, 안라국, 반파국을 구분하지 않고 죄다 '임나'라고 부른다. 왜인들이 한반도 사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라 초기에 낙랑이나 백제와 충돌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은 부실하다.


    한문도 모르는 신라인들이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겼을 리 없다. 신뢰성을 의심할 수는 있으나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거나 연대를 끌어올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다. 그럴 수도 있지만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혼란해진 시점에 신라가 발전한 사실이다.


    구조의 눈으로 역사를 봐야 한다. 삼국의 건국은 철기의 보급, 기병의 등장, 흉노의 멸망과 관련이 있다. 경주 주변에서 한나라 청동거울이 발견된다. 이것은 낙랑이 준 것이다. 사로국 주변까지 낙랑의 영향권에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낙랑과의 충돌은 당연한 거다.


    고조선의 유민이 사로국을 건설했다면 낙랑과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고조선은 중국과의 모피 무역으로 먹고살았던 나라다. 무역로 분쟁이라면 충돌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사로국이 멀리 떨어진 낙랑과 왜 충돌하느냐는 생각은 영토분쟁이라는 오해 때문인 것이다.  


    낙랑군이 직접 신라까지 왔을 가능성은 없다. 가야권에 속하면 가야라고 하듯이 낙랑과 무역하면 낙랑이다. 마찬가지로 백제권에 속하는 마한도 신라인 입장에서는 백제다. 고구려와 별개인 동해안의 예국을 신라는 말갈이라고 한다. 말갈족이 아니고 우리 민족인데?


    임나는 임나인가? 낙랑은 낙랑인가? 백제는 백제인가? 말갈은 말갈인가? 기록은 잘못될 수 있다. 신라는 왕이 두 명씩 있었기 때문에 연대가 잘못 기록될 수 있다. 왕이 없었던 시대도 있을 수 있다. 거서간,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으로 바뀌는 데는 속사정이 있을 거.


    중요한 것은 한나라가 망하면서 낙랑과 백제 중심의 무역로가 깨지고 고구려와 신라가 득세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 멸망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나라는 고구려다. 광개토대왕의 업적은 오랑캐가 중국으로 들어가자 빈집털이를 한 것이다. 새로운 무역로 개설이다.


    한나라 – 낙랑 - 백제 – 왜로 이어지는 무역질서가 깨지고 고구려-신라 중심의 새로운 무역질서가 만들어졌다. 신라는 동해안을 따라 강릉까지 올라가며 무역로를 장악한다. 갑자기 거대고분이 등장한다. 백제와 고구려에는 없는 엄청난 황금유물이 쏟아져 나온다. 


    백제, 가야와 친하게 지내던 왜가 왜 신라와 무수히 충돌했는지 알 수 있다. 광개토대왕비에 왜에 대한 언급이 왜 많은지 알 수 있다. 낙랑이 망하자 왜가 가장 타격받은 거다. 왜가 해안으로 이어지는 무역로를 보호하려면 당연히 신라를 견제해야 한다. 필사적이다.


    초기 신라사는 김부식에 의해 왜곡되거나 소급된 것이 아니라 부실한 것이며 이는 글자를 모르는 신라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다. 그리고 외국의 사정을 잘 몰라서다. 낙랑인지, 백제인지, 말갈인지 신라 사람이 알게 뭐야? 역사는 후대에 기록된다. 


    고려가 망해도 일본이나 중국은 고려라고 부른다. 외국 왕조가 바뀌었는지 알게 뭐야? 지방명이 국명보다 우선이다. 코리아는 고구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고구려가 망해도 코리아는 코리아다. 후대의 기록자가 그냥 아는 이름을 써놓은 것이다. 당연히 부실하다.


    4~5세기 신라는 가장 약하던 때다. 고구려군은 포항까지 남하했다. 그 시대에 가장 많은 황금 유물이 쏟아진다. 후대에는 황금유물이 없다. 무역이 흥하자 금을 팔아먹었기 때문이다. 아랍인이 황금을 바라고 오는데 값비싼 황금을 무덤에 넣어버리자니 아깝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707 온난화의 위기와 고통의 방정식 김동렬 2022-07-24 3216
1706 에너지의 통제가능성 1 김동렬 2019-06-09 3215
1705 세월호와 비행기 김동렬 2023-05-17 3214
1704 운동은 운동하지 않는다 7 김동렬 2019-09-16 3214
1703 죽음과 삶 2 김동렬 2019-10-16 3213
1702 범인은 저절로다 김동렬 2021-10-07 3212
1701 모닥불 구조론 김동렬 2021-01-29 3212
1700 고통은 없다 2 김동렬 2019-03-24 3210
1699 깨달음이라야 한다 2 김동렬 2018-12-10 3210
1698 음모론의 권력욕 1 김동렬 2018-11-26 3209
1697 안시성과 구조론 1 김동렬 2018-10-12 3208
1696 사유의 표준촛불 김동렬 2021-10-01 3206
1695 기세를 알면 다 아는 것이다 1 김동렬 2021-10-08 3205
1694 아베의 고급기술 1 김동렬 2021-09-30 3205
1693 핑크 플라맹고의 비극 image 2 김동렬 2019-03-15 3204
1692 깨달음으로 가는 길 3 김동렬 2018-12-12 3204
1691 뇌는 단축키를 쓴다 2 김동렬 2019-06-23 3203
1690 진짜와 가짜 image 2 김동렬 2020-01-13 3200
1689 대한민국은 철폐될 수 없다. 2 김동렬 2022-03-08 3199
1688 하다하다 해저터널 조공이냐? 2 김동렬 2021-02-03 3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