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137 vote 0 2005.10.15 (18:04:07)

한 달째 오한에 몸살이다.
오늘은 유난히 심하게 앓는다.
아스피린 두 알이 도움이 되겠는가.
창 밖에 구름에 가린 낮달이 슬프다.
언제나 시골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이 놈의 도시가 나를 병들게 한다.
그 시절 독재는 정치에 관심 끊어라 했다.
예술도 있고 문학도 있고 철학도 있고 과학도 있다고 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 쪽에 작은 숨구멍이라도 터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없다.
온통 막혀 있다.
무언가 큰 거 하나가 비었다.
받침돌 하나가 빠져나가 기우뚱하다.
정돈되지 않았다.
온통 뒤숭숭할 뿐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스승이 있어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이념과 철학이 길을 앞에서 밝혀주어야 한다.
좋은 묘목을 구했는데도 심을 정원이 없고
좋은 꽃을 구했는데도 꽂을 꽃병이 없다.
얻어 놓은 생각은 있지만
일구어 놓은 가치가 있지만
스승이 없으니 좌표를 정할 수 없다.
공중에 떠서 이리저리 떠밀리는 느낌이다.
토대가 다져져야 기둥을 세울 수 있고
기둥이 있어줘야 가지를 쳐나갈 수 있다.
근본이 허술하니 도무지 나아갈 수 없다.
비빌 언덕이 될 스승이 있어야 한다.
강준만은 아니었음이 밝혀졌고
유시민은 나서줄 생각을 하지 않는데
노무현은 포위되어 있다.
연정파동 이래로 3개월
나았던 위장병이
강정구로 다시 도져버린 느낌이다.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 어떤 빛나는 가치도
그 어떤 예술도 문학도 작품도
스승이 없다면 이념이 없다면 헛될 뿐이다.
꿰어지지 않은 구슬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꽃다발
날은 저무는데 길 잃은 아이 같은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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