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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00 vote 0 2023.03.11 (21:59:29)

    인공지능이 앞에서 끌고 양자역학이 뒤를 받치는 시대다. 이 시대와 결이 맞는 이론은 열역학과 게임이론이다. 이들이 가장 앞서 있다. 이들은 개체가 아닌 집단을 다룬다는 점이 각별하다. 구조론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움직이는 집단을 해석한다. 비로소 완전해졌다.


    존재의 엔진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근원의 동력원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할 때다. 분명히 무언가 있다.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을 제시하고 존 내시는 집단의 구조를 제안한다. 열역학의 닫힌계 개념 역시 집단의 성질이다. 인류의 사유는 개체에서 집단으로 전진해 온 것이다. 더 나아가 움직이는 집단에 도달하면 구조론이다.


    사람들은 열역학과 내시 균형을 특수한 사례로 여긴다. 다양한 이론 중에 그런 것도 있어서 구색을 갖춘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구조론은 그것을 일반화한다. 열역학과 내시 균형은 구조론의 특수한 적용이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모든 것에 해당되는 보편원리다.


    움직이는 집단에 존재의 동력원이 있다. 존재의 엔진은 밸런스의 복원력 곧 동적균형 dynamic balance다. 움직이는 집단은 충돌을 피하는 경로를 선택한다. 충돌을 피하면 결과적으로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존재하게 되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물고기는 피시볼을 이루고, 새는 세 떼를 이루고, 메뚜기는 메뚜기떼를 이룬다. 나그네쥐와 스프링복은 대집단을 이루고 일제히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움직이는 집단이 충돌을 피하면 질서가 발생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둘이 하나의 사건에 엮여 충돌한 경우다. 의사결정한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움직이면 충돌한다. 충돌을 피해야 산다. 둘 다 범행을 부인하고 무죄로 석방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지 않다. 자신의 카드를 써서 의사결정한다면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열역학의 통계적 접근은 결과론이다. 존재의 엔진은 원인론이라야 한다. 무질서도 증가는 결과 측 사정이고 질서도 우위는 원인 측 사정이다. 죄수는 자기 손에 하나의 카드를 쥐고 있다. 최악보다는 힘의 우위다. 죄수는 그 카드를 행사하여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는 결정을 내린다.


    인간의 손에 어떤 카드를 쥐여주면 곧 그것을 행사한다. 다른 경로는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부분이고 당장은 눈앞의 지푸라기를 잡는다. 지푸라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확실히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은 차가운 것보다 질서도의 우위에 있다. 열은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이동한다. 그냥 갈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이다. 다른 코스는 봉쇄되어 있다.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은 직진만 선택한다. 쫓기는 사슴 입장에서 그것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카드다.


    인간은 똥이든 된장이든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져 있는 것을 선택한다. 정치판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이유다. 안철수의 모든 선택은 똥이지만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 팃포탯 상황에 몰려 있다. 다른 선택은 상대를 믿어야 하므로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다.


    인간은 YES와 NO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일단 NO를 선택한다. YES는 자신에게 목줄을 채워 상대방 손에 쥐여주는 것과 같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죄수가 동료를 믿고 범행을 부인해야 하지만 그 경우 결정권은 동료에게 있으므로 자신의 선택권 행사가 아니다. YES는 특별히 훈련된 사람만 할 수 있다. 


    인간은 그저 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하는 존재다. 숨겨진 이유나 특별한 의도는 없다. 고소공포증 환자에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뛰지 않는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굳는다. 최종적으로는 물리적 장벽을 만나게 된다.


    내시 균형이 있듯이 김동렬 경로가 있다. 집단 무의식의 압박, 스트레스의 압박, 호르몬의 압박에 의해 물리적으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하나뿐이며 다른 경로는 심리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그쪽으로 떠밀린다. 인간은 저쪽이 막혀서 이쪽으로 가는 존재다.


    구조론은 모든 것의 이론이다. 모든 것은 구조로 설명되어야 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무엇으로 설명해 왔는가? 설명하지 않았다. 인간은 진지하게 묻지도 않고 엄격하게 답하지도 않는다. 개별적으로 접근할 뿐 전체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문화든 구조가 그래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A가 어떻게 해서 B가 어떻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차적인 진행 과정의 상대적 원인이지 일차적이고 절대적인 원인이 아니다. 사건의 최초 격발이 아니다. A가 움직였다면 이미 사건이 상당히 진행된 것이다. 


    총성이 울리면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 나간다. 멀리서 관찰하는 외계인은 지구인 한 사람이 뛰니까 우르르 뛰어가는구나 하고 착각한다. 우사인 볼트가 앞장을 서니 다들 쫓아가네. 틀렸다. 외부의 관측자는 그 이전에 그들이 출발선에 모여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하나의 공간을 두 명이 점유하는 모순이 진정한 원인이다. 모든 사건의 모든 원인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충돌상황이다. 트로피는 하나인데 경쟁자는 둘이다. 둘의 운명이 엮인 것이 구조다. 사건은 움직이는 둘의 모순에 의해 격발되고 밸런스에 도달해서 멈춘다.


    닭들이 싸우는 이유는 닭장이 비좁아서 스트레스받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구조론이다. 보통은 심술궂은 닭이 먼저 쪼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쪼는 닭을 제거하면 다른 닭이 쪼는 닭이 된다. 전쟁은 히틀러나 푸틴과 같은 독재자 한 명의 야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개체의 고유한 속성에 떠넘기는 태도는 비겁하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개인의 이기심은 원자론과 같이 개체의 속성을 탓하는 것이다. 그것은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고유하다는 말은 모르겠다는 말과 같다. 그것은 얼버무리는 말이다.


    구조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설명한 것이 아니다. 우주 안의 모든 구조는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답은 동적균형이다. 움직이는 것은 균형에 도달해서 막힐때까지 움직인다. 


    세계관을 갈아타야 한다. 개체 중심에서 집단 중심으로, 정적 균형에서 동적균형으로. 사유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뭐든 잘게 쪼개기만 해도 상당히 답을 찾을 수 있다. 자동차는 분해하면 되고 인체는 해부해 보면 된다. 그러다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면 다시 조립해야 한다. 인류는 쪼개기의 한계까지 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원자는 소립자로 쪼갤 수 있지만 움직임 그 자체는 쪼갤 수 없다. 그것이 에너지다. 에너지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교착되고 거기서 멈춘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경로는 그곳에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사유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chow

2023.03.12 (03:19:46)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고

없으면 자해하고

반작용할 수 있으면 하고

없으면 부서지고

[레벨:5]윤민

2023.03.14 (10:29:54)

자연에 대한 인류의 최선의 대답! 구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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