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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69 vote 0 2022.05.04 (18:28:50)

    눈으로 보는 것은 겉을 보는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 속에는 구조가 있다. 구조를 안다면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의 구조는 살펴서 안다. 사건의 구조는 깨달아서 안다. 깨달음은 복제된다는 점이 다르다. 복제하려면 보이는 것 이상을 알아야 한다.


    앵무새는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한다. 소리를 복제할 수는 있어도 의미를 복제할 수는 없다. 인간의 뇌 안에는 앵무새에게는 없는 특별한 복제기능이 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기가 문법을 깨치듯이 영리한 개가 주인의 마음을 읽어내듯이 무의식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뇌가 패턴에 반응하면 호르몬이 분비된다. 흥분하게 된다. 이론으로 배운 사람보다 감각으로 터득한 사람이 더 높은 예술의 성취를 이뤄내는 이유다. 아기가 웃으면 다들 따라 웃는다. 인간은 표정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복제한다. 더 나아가 사건을 복제할 수도 있다.


    본 다음에는 알아야 하고, 안 다음에는 깨달아야 하고, 깨달은 다음에는 쥐어야 하고, 쥔 다음에는 다루어야 한다. 구조를 안다는 것은 연결을 안다는 것이며, 존재가 곧 연결임을 안다는 것이다. 도구는 주체와 객체를 연결한다. 사람과 대상을 연결한다. 도구를 장악해야 한다.


    칼은 있는데 손잡이가 없다면? 차는 있는데 핸들이 없다면? 돈은 있는데 계좌번호를 까먹었다면 곤란하다. 말은 재갈과 고삐로 다스리고, 소는 코뚜레로 다스리고, 개는 목줄로 다스린다. 반드시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건설해야 한다.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주체가 객체를 이겨야 한다. 인간이 도구를 지배해야 한다. 정치는 권력을 창출하고 경제는 신용을 창출하고 자연은 기세를 창출하여 그것을 지배한다. 그것은 무에서 생겨난다. 한 사람이 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세 사람이 모이면 어느새 권력이 탄생해 있다. 


    질서가 만들어져 있다. 보고, 알고, 깨닫고, 쥐고, 다루어야 한다. 보는 것은 과학이다. 현미경을 사용하여 볼 수 있다. 아는 것은 수학이다. 수학은 가로세로에 씨줄날줄이 얽혀 있음을 아는 것이다. 깨닫는 것은 구조론이다. 사물을 넘어 사건이 얽혀 있음을 아는 것이다. 


    쥐는 것은 철학이다. 객체가 아닌 주체가 변해야 한다. 세상을 사람에게 맞추듯이 동시에 사람이 세상에 맞춰야 한다. 그것이 상호작용이다. 다루는 것은 그 이상이다. 지금 없는 플러스알파를 취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철학가를 넘어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


    조금 아는 사람은 사물을 인간에 맞춘다. 객체를 주체에 맞춘다. 많이 아는 사람은 인간을 자연에 맞춘다. 자신을 변화시킨다. 진정한 사람은 그것을 넘어선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다. 자연을 개조하는게 아니고 인간이 적응하는게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새로운 하모니를 이루고 앙상블을 일구는 것이다. 무에서 유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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