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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60 vote 0 2021.07.09 (10:31:16)

    세상은 변화다. 구조론은 변화를 중심에 놓는 사유체계다. 반면 서구의 원자론은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는 시도다. 동양의 주역사상이나 음양오행사상 그리고 석가의 연기사상은 변화 중심의 사유다. 노자의 이유극강이 그러하다. 변화가 불변을 이긴다는 말이다.


    그런데 변화를 판단하려면 변하지 않는 판단기준이 있어야 한다는게 관측의 역설이다. 서양은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주변을 탐색했으나 오히려 성과가 있었고 동양은 정곡을 찔렀으나 도리어 혼미해졌다. 이는 직관의 한계다. 변화가 본질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변화를 보면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불변을 봐야 변화가 보인다. 원자는 불변이다. 그러나 이는 막연한 기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우주 안에 없다. 존재가 곧 변화이기 때문이다. 존재는 외력에 맞서 자신을 유지한다. 외력의 작용이 변화이므로 그에 맞서는 대응도 변화다. 


    그렇다면 불변은 무엇인가? 그것은 변화와 나란한 변화다. 원자는 없고 그 자리에 두 변화의 나란함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구조다. 구조는 우리가 원자에 기대하는 성질을 갖추고 있다. 원자는 하나지만 구조는 둘이라는 점이 다르다. 둘이 하나로 행세하면 효율적이다. 


    그 효율성의 힘으로 외력에 맞서 존재를 달성한다. 효율성이 없으면 구조가 풀린다. 나란하지 않게 된다. 그 경우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외력에 맞설 수 없어서 존재가 무너진다. 우주를 지탱하는 근원의 힘은 둘이 하나처럼 행세하는데 따른 구조의 효율성에서 나오는 힘이다. 


    전자의 공유결합이 대표적이다. 공유하면 효율적이고 효율적이면 안정적이다. 자연계의 4대 힘 곧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모두 수학적으로 도출되는 구조적 효율성의 힘이다. 힘이 있다는 것은 효율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한동력이 없는 이유는 효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화다. 구조는 변화를 해석한다. 변화의 문제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거다. 변화가 한 번 격발되면 관성력에 의해 사건이 계속 진행된다. 이미 구조가 작용하여 효율성을 획득한 상태에서 또다시 효율성을 쥐어짜는 방법은? 나란한 상태에서 또다른 나란함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이미 효율성을 소비했으므로 선택지가 제한된다. 여기에 사건의 방향성이 있다.


    투수는 공을 던지고 비틀거리며 쓰러질 뻔한다. 씨름선수는 상대를 넘어뜨리려다가 자신도 함께 쓰러진다. 이때 수습하는 방법은? 한 번 변화는 구조를 이용하면 되는데 관성력을 수습하는 두 번째 변화는? 유도선수는 상대방의 몸과 나의 몸 2를 포개서 1로 만드는 기술을 쓴다. 상대를 메친 다음은? 


    2를 1로 만드는데 효율성이 있다. 이미 1이 되었다면 1을 만들 수 없다. 그때 1을 만드는 방법은 자기 내부를 쪼개는 것이다. 2를 1로 만드는 과정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미 내부에 갇힌 상태에서 다시 2를 조달하려면 내부를 쪼개야 한다. 그러므로 변화는 밖에서 안으로 가는 일방향성을 가진다.


    존재는 나란함을 추구하며 구조가 나란하게 하지만 관성에 의해 변화는 멈추지 않으므로 나란한 상태에서 또다른 나란함을 추구하기를 반복하므로 사건은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 방향은 범위를 좁히는 방향이다. 그러므로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다. 닫힌계 안에서 사건의 진행은 카드를 하나씩 꺾는다. 점차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갈수록 선택지가 감소하므로 우리는 결과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원자는 화학에서 쓰는 개념이고 물리학은 원자를 넘어선지 오래다. 원자는 존재가 없고 우리가 원자에 바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변화의 일방향성에 따른 예측가능성이다.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불변과 같다. 예측가능한 변화는 무섭지 않다. 인간은 그것을 원했다. 구조가 답을 제시한다.


    무른 것은 다루기 힘들고 단단한 것이 의지할 만하다. 살은 무르고 뼈는 단단하다. 일찍이 데모크리토스가 단단한 존재의 뼈대를 찾아 거기에 원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물질은 뼈가 없고 변화에 뼈가 있다. 존재는 변화하고, 변화하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에너지가 수렴되어 단단해진다. 무른 변화 중에 상대적인 견고함이 구조다. 그것은 안쪽에 있다. 외부에 닫힌계를 둘러치고 사건의 안을 찾고 다시 안의 안을 찾아 한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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