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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견제와 노무현의 도전

안용복은 울릉도와 독도를 찾아오고도 조정으로부터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빌어먹을 관료주의가 문제였다.

부시정권이 카트리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도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따로노는 미국식 관료주의 때문이다.

문제는 지식인들이 관료주의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해결사의 등장을 환영하지 않는다. 해결사는 지식인의 충고를 무시하고 편법을 쓰기 때문이다.

해결사는 한 건을 해결하지만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다. 빌어먹을 박정희가 대표적인 예이다.

박정희는 겉으로 문제를 해결한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놓았다. ‘박정희 신화’라는 ‘똥’까지 한무데기 싸질러 놓고 튀었다.

역사가 중요하고 또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박정희 방식이 재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인들의 비판은 필요하다.

해결사다운 또 CEO다운 노무현 대통령의 접근방식과 최장집, 손석춘류 지식인들의 의견대립도 이 지점에서이다.

노무현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지식인은 길게 내다보고 시스템을 정비하고자 한다. 어느 쪽이 옳을까?

필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노무현 방식이 위험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식인들의 시스템이란 것도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빌어먹을 관료주의 때문이다. 당장 현장에서는 환자가 죽어가는데, 규정이 어떻고 따질 겨를이 있겠는가. 일단은 환자부터 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주의란 시스템은 시스템이면서도 오히려 해결사의 등장을 환영하는 시스템이다.(이 부분이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

무엇인가? 그 민주주의의 결과로,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로 한국의 유권자들은 해결사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이되 시스템보다 오히려 인간을 신뢰하는 시스템이다. 인간보다 시스템을 더 신뢰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은 공산주의다.

시스템은 중요하지만 최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스템은 용도가 없는가? 아니다. 훗날 노무현정권의 공과를 평가하는데는 최장집, 손석춘의 척도가 유효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렇다. 지식인의 잣대란 사후에 평가하는 데는 유효하지만,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유효한 도구가 아니다.

지금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평가부터 하려고 한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이건 순서가 아니지 않은가?

역사이래 좋은 시스템은 없었다. 완벽한 제도, 완벽한 법률, 완벽한 체제 따위는 단 한번도 등장한 바 없었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면서도 시스템을 부인하는 기묘한 시스템을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은 시스템이 아닌 인간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 인간을 신뢰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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