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52 vote 0 2022.05.18 (21:01:35)

    인간은 왼팔로 겨냥하고 오른팔로 던진다. 둘은 하나의 동작을 구성한다. 팔은 둘이지만 사건은 하나다.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구조론은 일치의 문제를 사유하는 과학이다. 인류 문명의 다섯 기둥이 되는 원자론, 이데아론, 원론, 시학, 역학의 공통점은 일치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어떤 일치에 의해 촉발된다. 유황과 적린이 만나 성냥불을 켜듯이 혹은 성냥불과 양초가 만나 촛불을 켜듯이, 어떤 일치에 의해 사건은 격발되는 법이다. 공격과 수비든, 진보와 보수든, 투수와 타자든, 칼과 도마든, 펜과 종이든, 축구공과 골대든 언제나 일치와 불일치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 하는 논쟁은 유치하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투수는 왼발이 축발이 되고 오른손으로 던진다. 왼발 끝에서 오른손 끝까지 일직선이 만들어진다. 그 일직선이 공을 던지는 것이다. 모든 변화는 반드시 대칭을 거치며 대칭은 둘의 대칭이고 둘은 축을 중심으로 일직선으로 전개한다.


    운동은 그 축의 이동에 의해 연출되는 것이며 그 축은 하나다. 둘이 아니라 하나인데 주목해야 한다. 그 하나를 찾을 때까지 사유를 밀어붙여야 한다. 과학계는 방법론의 부재로 수렁에 빠져 있다. 근본적으로 틀어져 있다.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논쟁하고 있으니 유치하다. 진보냐 보수냐 논쟁할 일이 되냐?


    남자냐 여자냐 논쟁할 일인가? 여자가 축이 되어 중심을 잡고 남자를 외곽으로 빼서 채찍처럼 휘두른다. 여자의 움직임이 적고 남자의 움직임이 크다. 남자 따로 여자 따로가 아니라 여자와 남자가 사실은 하나이며 모계사회에서 여자가 중심부를 이루고 남자를 주변부로 휘둘러서 주변을 제압하는 것이다.


    채찍의 손잡이는 적게 움직이고 끝은 많이 움직인다. 여자와 남자가 있고, 진보와 보수가 있고, 수요와 공급이 있는게 아니다. 하나의 시장이 있고, 하나의 문명이 있고, 하나의 사람이 있다. 여당과 야당이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국민이 있다. 변화는 언제나 코어의 이동으로 일어나므로 코어를 봐야 한다.


    요리사가 잘해야 하는가, 아니면 재료가 좋아야 하는가? 이렇게 둘로 나누어 각자 편먹고 논쟁하는게 과학계의 수준이다. 처참하다. 둘은 하나다. 요리사가 실력이 없으면 재료가 좋아도 의미가 없다. 맛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리실력이 뛰어난데 재료가 형편없다면 그것도 재능의 낭비가 된다.


    어떤 대칭되는 것이 실제로는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머리와 꼬리가 있다. 그것은 일마다 다르다. 어떤 일은 남자가 머리가 되고 어떤 일은 여자가 머리가 된다. 어떤 일은 왼손의 겨냥이 중요하고 어떤 일은 오른손의 투척이 중요하다. 어떤 투수는 하체를 잘 쓰고 어떤 투수는 그냥 팔로만 던진다.


    여기에는 균형이 있으며 그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이 진보다. 막연히 균형만 추구한다면 허무하다. 우리는 균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 균형을 조금씩 주변부로 이동시켜야 한다. 사회에 갈등이 있는 이유는 균형점이 부단히 외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중심부가 주변부를 장악해 들어가는 것이 진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647 존재론과 인식론 김동렬 2023-12-13 1504
6646 힘의 구조 김동렬 2023-08-19 1511
6645 양자역학 김동렬 2024-02-03 1515
6644 구조론으로의 초대 김동렬 2022-05-31 1518
6643 말씀과 약속 김동렬 2023-11-10 1523
6642 감상주의 신파정치는 버려야 김동렬 2023-11-30 1524
6641 힘이 짐을 이긴다 김동렬 2023-08-17 1527
6640 윤한정권 멸망공식 김동렬 2024-04-07 1527
6639 주체의 사상 김동렬 2024-01-30 1542
6638 김건희의 뇌물공화국 김동렬 2024-02-22 1547
6637 영화 나폴레옹 실망? 김동렬 2023-12-10 1552
6636 구조론의 초대 김동렬 2022-07-07 1566
6635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12-18 1568
6634 연결 김동렬 2023-01-19 1584
6633 존재의 엔진 김동렬 2023-07-22 1587
6632 에너지의 세계 김동렬 2022-06-25 1588
6631 영화 파묘와 쇠말뚝 해프닝 image 김동렬 2024-03-08 1591
6630 신의 진화 김동렬 2023-11-15 1592
6629 백마 타고 오는 사람 1 김동렬 2023-11-24 1601
6628 국혐 포기는 이르다 김동렬 2024-03-14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