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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57 vote 0 2024.07.21 (14:14:20)

    인생에 만남과 얻음뿐이다. 인간은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만 그전에 만나야 한다. 잘 만나야 쉽게 얻는다. 만남이 얻음보다 중요하다. 부모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동료를 만나야 한다. 많이 얻으려고 할 뿐 잘 만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실패의 이유다.  


    딜레마가 있다. 만난 다음에 얻을 수 있어도 얻은 다음에 만날 수 없다. 먼저 만나고 나중 얻는다. 먼저 얻고 나중 만날 수 없다. 이미 만났다면 만날 수 없다. 안에서 만나지 밖에서 만날 수 없다. 만나면 이미 안이 만들어져 있다. 만남에는 대가가 따른다.  


    만나는 순간 많은 것이 약속되어 있다. 만나는 순간 비가역적으로 파괴된다. 돌이킬 수 없다. 만남의 약속을 따르는 진리의 길을 가야 한다. 만남의 약속에 의지하는 믿음의 길을 가야 한다. 만남의 약속을 따르는 다르마의 길을 가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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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만남은 평등하지 않다. 주는 자와 받는 자로 나누어진다. 부모와 자식의 만남은 평등하지 않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평등하지 않다. 평등하게 만나려면 매개자가 필요하다. 역시 평등하지 않다. 사병들 간에 평등할수록 간부의 권력이 커진다.  


    모든 좋은 것은 만남에 의해 일어나고 모든 나쁜 것도 만남 때문에 일어난다. 만나는 순간 권력이 탄생한다. 만나서 2가 1이 될 때 남는 1이 권력이 되고, 효율이 되고, 비용이 된다. 남는 1을 해결하는 것이 다스림이다.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라야 만남을 매개할 자격이 있다.  


    우리는 객석에서 시작하지만 무대에 올라야 한다. 받는 자로 시작하지만 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의미다. 매개자에 의해 만났으므로 또 다른 만남을 매개하여 삶을 완성시켜야 한다. 인간들이 추구하는 권력과 돈과 명성은 만남을 매개하는데 필요한 소품들이다.  


    주는 자와 받는 자는 시선의 방향이 다르다. 객석의 관객은 중심을 보고 무대의 배우는 주변을 본다. 중심에 서야 주변이 보인다. 우리는 중심을 보지만 주변을 보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중심을 노리는 것이다. 중심을 장악하고 주는 자가 되어서 주변을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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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사람은 많은데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답답한 이유다. 입이 있는데 왜 말을 하지 않을까?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관객은 많은데 감독은 없다. 청중은 많은데 가수는 없다. 독자는 많은데 작가는 없다. 아마는 흔한데 프로가 없다. 과학은 있는데 진리가 없다. 진리를 나타낼 언어가 없다.  


    영화감독에게는 영화언어가 있다. 시인에게는 시어가 있다. 프로의 세계에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 만날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은 언어다. 해탈이니 열반이니 하지만 부질없다. 내가 변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만날 사람이 만나게 돕는게 진짜다. 위대한 만남에 의해 역사는 크게 이루어진다.  


    청중을 넘어 가수가 되려면, 독자를 넘어 작가가 되려면,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되려면 만날 것을 만나야 한다. 삶의 거대한 방향전환은 거기서 일어난다. 과학의 해석에 머무르지 말고 진리의 직관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러려면 언어가 필요하다. 존재 자신의 언어는 무엇인가?  


    꽉 막혀 있다. 그럴수록 에너지 압력은 높아진다. 작은 물꼬를 트면 큰 물길이 스스로 열린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날 때 세상은 큰 울음을 토해낸다.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언어를 얻으면 대화할 수 있다. 만날 것이 만나게 된다. 그것이 우주의 본래 계획임을 안다면 흥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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