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66 vote 0 2023.10.22 (11:36:26)

    구조론적인 사고를 처음 시도한 사람은 석가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구조론이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석가에게도 많은 오류가 있지만 2500년 전이라는 시대의 한계를 감안하면 독보적이다.


    석가는 인류 중에 처음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그것은 생각에 대한 생각이다. 능동적 사고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개 주어진 문제를 푸는 수동적 사고다. 필연적으로 관점의 오류가 발생한다.


    인간이 링 위에 올라 선수로 뛰면 안 된다. 존재의 한쪽 측면만 보게 된다. 부름에 응답하려고 하면 안 된다. 관측자의 개입에 의한 자기소개가 된다. 게임의 주최 측이 되어야 능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문제를 풀고 답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 문제는 문제가 풀고, 답은 답이 찾고, 생각은 생각이 하고, 인간은 게임 밖에서 관리할 뿐이어야 한다. 존재는 연결이며 연결되면 그게 답이다. 연결구조가 답이다.


    깨달음을 얻어 유혹을 벗어났다거나 고통을 극복했다거나 부처가 되었다거나 하는건 본질이 아니다. 아무말 대잔치다. 그걸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일종의 인삿말이다. 게임에 초대하는 것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방어행동이다. 공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천하를 어떻게 유혹할 것인가? 공양주 노파가 자기 딸을 시켜서 스님을 유혹해 보라고 했다는 파자소암婆子燒庵의 화두가 유명하다.


    20년 수도한 선승은 '고목나무가 찬바위에 기대니 삼동설한에 따뜻한 기운이 없다.'하고 정답을 말했지만 그것은 노파에게 한 끼 밥을 빌어먹으려는 발버둥이다. 스님은 소녀를 유혹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부름에 응답하는 방법은 부르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를 내는 것이다. 능동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안 된다. 주최 측으로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역할에 갇히면 인간밖에 안 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7248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7565
6812 외왕내제의 진실 김동렬 2024-02-21 1926
6811 구조의 빌드업 김동렬 2024-06-15 1929
6810 인간의 고통 김동렬 2023-11-28 1930
6809 직관적 사고 김동렬 2024-03-06 1930
6808 테크노 낙관주의 비판 1 김동렬 2023-11-24 1931
6807 의사결정 원리 김동렬 2023-11-22 1933
6806 존재는 도구다 김동렬 2024-02-01 1938
6805 클린스만 잘한다 김동렬 2023-11-23 1945
6804 손자병법의 해악 김동렬 2024-02-28 1950
6803 삼체와 문혁 image 김동렬 2024-04-18 1950
6802 인류의 차원 도약 김동렬 2024-05-03 1953
6801 야당 찍는게 선거다 2 김동렬 2024-03-18 1960
6800 신의 직관 김동렬 2024-03-23 1961
6799 신라금관의 비밀 2 image 3 김동렬 2024-06-13 1962
6798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964
6797 믿음 아니면 죽음 김동렬 2024-06-04 1965
6796 존재 김동렬 2024-04-05 1967
6795 서편제와 동편제의 비밀 image 1 김동렬 2024-02-20 1968
6794 희귀한 인류 가설 김동렬 2023-11-30 1971
6793 지구촌의 빡대가리들 김동렬 2024-03-28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