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87 vote 0 2024.01.28 (18:00:16)

    태초에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는 둘 사이에서 일어난다. 둘이 마주보고 계를 이루면 둘 사이는 안이다. 관측자는 밖에 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밖에서 알 수 없다. 우리는 변화를 직접 볼 수 없다.


    변화를 알아내려면 추론해야 한다. 추론의 단서가 필요하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존재는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변화하려면 반드시 외부에서 작용해야 한다. 외부의 무엇을 만나서 서로 마주보고 간섭하면 닫힌계의 내부가 만들어진다.


    엎어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다. 변화의 순간에 서로 마주보고 붙잡고 멈춰야 한다. 붙잡아주는 매개가 있다. 매개는 간섭한다. 간섭하므로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변화를 돌이킬 수 없으므로 우주는 질서가 있고 우리는 추론할 수 있다.


    안은 간섭하고 밖은 간섭하지 않는다. 빛은 간섭하고 어둠은 간섭하지 않는디. 삶은 간섭하고 죽음은 간섭하지 않는다. 진보는 간섭하고 보수는 간섭하지 않는다. 선은 서로 돕고 악은 돕지 않는다. 앞은 간섭하고 뒤는 간섭하지 않는다.


    그릇에 담긴 물은 서로 붙잡고 간섭한다. 엎어진 물은 간격이 떨어져 있어서 간섭할 수 없다. 어떤 둘이 만나 닫힌계를 이루고 서로 간섭하면 내부에 압력이 걸리며 변화의 동력이 된다. 연결과 단절을 나누는 닫힌계가 추론의 단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41 유권자의 갑질 김동렬 2024-02-26 1273
6740 양면전쟁과 예방전쟁 김동렬 2024-03-02 1276
6739 순진한 한국인들 김동렬 2024-05-03 1276
6738 동양은 신이 없다. 김동렬 2024-04-11 1285
6737 신의 권력 김동렬 2023-11-29 1287
6736 소크라테스 김동렬 2024-02-22 1292
6735 인간의 고통 김동렬 2023-11-28 1296
6734 존재는 도구다 김동렬 2024-02-01 1296
6733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297
6732 조국당이 이기는 이유 1 김동렬 2024-04-03 1304
6731 한국 정치의 비밀 김동렬 2024-04-01 1308
6730 직관 논리 믿음 김동렬 2024-03-29 1312
6729 교언영색 한동훈 image 김동렬 2024-03-13 1313
6728 선거의 절대법칙 김동렬 2024-04-17 1313
6727 클린스만 잘한다 김동렬 2023-11-23 1315
6726 인간의 충격 김동렬 2023-11-26 1316
6725 정치란 이렇게 하는 것이란다 김동렬 2024-03-12 1320
6724 오자병법 손자병법 2 김동렬 2024-02-26 1329
6723 빡대가리 동훈준석 멸망공식 김동렬 2024-04-24 1330
6722 테크노 낙관주의 비판 1 김동렬 2023-11-24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