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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60 vote 0 2021.10.17 (15:56:40)

    황당한게 룻소와 로크, 홉즈의 사회계약론이다. 나는 계약서 한 장 못 써보고 사회에 끌려왔는데 남들은 도장이라도 찍어주고 잡혀왔는지 궁금하다. 리바이어던은 또 무슨 개뼉다귀 같은 소리란 말인가? 기독교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말을 돌려서 하다 보니 언어가 너절해졌다. 사회의 존재는 신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인 행위의 결과다. 룻소와 로크, 홉즈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사회는 인간의 발명품이며 인간의 주체적 행위에 의해 진보한다.


    인류의 조상은 씨족 단위로 동굴에 살았다. 한곳에 2~3년을 머무를 뿐이고 채집할 식량이 바닥나면 다른 동굴로 옮겼다. 사냥을 나서는 무리는 많아야 대여섯이고 어린이와 여성을 합해도 씨족원은 스무 명 정도다. 동굴 하나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그 정도다. 외부에 적이 나타나거나 축제가 벌어지면 일시적으로 부족이 소집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씨족단위로 생활한다. 고도화된 사회는 종교와 함께 발생했다. 1만5천 년 전에 처음으로 대집단이 출현한 것이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다. 그들이 이겼다. 쪽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쪽수를 유지하려면 종교로 묶어야 한다. 사회는 계약된게 아니고 종교와 문화를 비롯한 인간의 지적활동의 결과가 축적되어 진보한 것이다.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 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레토릭이 아니다. 진보의 동력은 언어와 문자, 종교와 문화를 비롯한 지적활동의 성과라는 점에서 동물의 진화와 다르다. 처음 종교의 등장에 의해 대집단이 출현했고 대집단을 유지하려면 생산력의 발달이 필요했다. 종교가 산업을 촉발했고 산업이 사회를 진보시켰다. 종교와 산업의 상호작용에 양의 피드백이 일어나서 랠리가 이어진 것이 문명이다.


    사회계약론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종교적 약속도 계약이라면 계약이다. 그러나 본질은 물리적 지렛대다. 사회의 물리력은 권력이다. 집단이 공유하는 영역, 세력, 역할이 권력의 토대가 된다. 권력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지배권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확대해석된 것이 종교다. 신은 대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죽은 씨족의 족장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지배권은 자식이 열세 살이 되면 끝난다. 성인식을 치르고 독립하는 나이다. 소년은 어머니의 자녀에서 씨족원으로 소속이 바뀐다. 어떤 똑똑한 사람이 부모와 자식의 얼굴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버지와 자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자 배다른 자식들이 같은 집단에 머무른 것이 씨족에서 부족으로 발전한 계기가 된다.


    '의하여'와 '위하여'의 차이다. 사회계약은 위하여다.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작용이다. 위하여는 귀납이므로 과학의 언어가 될 수 없다. 연역하여 의하여로 보면 부족이 공유하는 영역, 세력, 역할이라는 권력자산의 축적에 의하여 사회가 발전한다. 공유자산에는 각자의 지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집단에서 이탈하면 나만 손해다. 언어와 문자와 관습과 종교와 산업에 의하여 집단의 공유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사회의 진보다.


    진보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보다 긴밀해지는 것이다. 부족민은 마을 입구에 해골을 쌓아놓고 외부인은 보는 즉시 죽인다. 타자성 행동이다. 부족의 공유자산이 적으므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부족의 공유자산이 증가하자 외부인을 통제할 지렛대가 생겼다. 손님을 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인을 흡수하여 대집단을 유지하고 경쟁집단을 제압한다. 자신이 약하면 침입자를 죽이고 자신이 강하면 손님으로 초대한다. 공유자산의 증가로 부족이 강해진 것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인간은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동물이다. 무엇을 위하여라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뭐든 하려면 지렛대가 있어야 한다. 지렛대는 권력이다. 인간은 지렛대를 보호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어지는 랠리가 지렛대다. 상호작용 게임이 벌어지면 랠리가 이어지는 결정을 내린다. 랠리를 죽이는 팀은 진다. 주최측이 개입하여 룰을 바꾸어서라도 랠리를 깨는 팀을 제거한다. 폐쇄와 고립을 추구하는 집단은 제거되었다. 인류는 언어와 문자와 전통과 산업이라는 공유자산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외부집단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고 공유자산이 없는 집단을 흡수했다. 공유자산이 증가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사회의 의사결정단위가 커진 것이 문명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궁극적인 지렛대는 의리다. 최초의 권력은 부모와 자식간의 의리에서 연역된 가부장 권력이다. 오랫동안 종교가 의리를 생산했다. 종교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에 호소하여 의리를 생산한다. 공자는 이성으로 의리를 생산한 사람이다. 구조론의 제자는 의리의 생산과 보호에 가담하고 합당한 권력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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