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46 vote 0 2020.08.23 (16:58:28)

    구조론은 언어다


    초심자를 위한 안내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하다. 구조론은 어떤 의견을 주장하는게 아니고 그 의견을 전달하는 언어를 제안한다. 구조론에서 하는 말의 내용에 주목하지 말고 구조론의 말하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사과는 왜 붉은가? 하늘은 왜 푸른가? 이렇게 물으면 안 된다. 사과는 왜 붉게 보이는가? 혹은 하늘은 왜 푸르게 보이는가? 하고 물어야 한다. 사과가 붉다고 하면 ~라고한다의 법칙을 적용하여 사과는 붉은 걸로 한다. 하늘은 푸른 걸로 한다고 알아들어야 한다.


    관측자와 관측대상의 관계가 존재한다. 주관이냐 객관이냐다. 언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메커니즘이다. 그냥 자동차가 좋다고 말하면 안 되고 이 자동차는 가성비가 좋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독일차는 강성이 좋고 일본차는 승차감이 좋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판단해야 한다. 구조론은 말을 똑바로 하자는 제안이다. 사과가 붉다와 붉게 보인다의 차이는 메커니즘에 있다. 구조론은 메커니즘이다. 어떤 것이 있다면 메커니즘이 있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언어가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메커니즘은 둘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붉은 사과와 그것을 보는 내 눈이 있다. 둘이 있는 것이다. 둘은 마주 보고 대칭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대상 자체에도 그러한 대칭이 존재한다. 모든 공간 속을 움직이는 것의 내부에는 반드시 그러한 대칭이 존재한다.


    공간이 대칭이기 때문이다. 작용에 반작용이 있는 것이다. 활을 쏘든 총을 쏘든 공을 차든 움직이는 것은 반대방향의 작용이 있다. 화살이 앞으로 날아갔다면 시위는 뒤로 당겨진 것이다. 진보라는 화살이 앞으로 날아갔다면 보수라는 시위가 뒤로 당겨진 것이다.


    구조론은 비판할 수 없다. 구조론은 언어의 제안이며 언어를 배우면 구조론의 제자가 되기 때문이다. 에스페란토어를 배우면 에스페란티스토가 되는 것과 같다. 어떤 대상에 내재하는 자체 메커니즘 위주로 사고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멋모르고 관측자를 개입시킨다.


    화살이 날아오는 이유는 내가 봤기 때문이 아니고 궁수가 시위를 당겼기 때문이다. 관측대상 자체에 내재하는 자체 질서가 있다. 그 질서를 모르므로 섣불리 선악논리로 가거나 정치논리로 가게 되어 각자 진영논리를 앞세우면 해결책은 미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구조론은 게임의 규칙이자 게임의 제안이다. 별을 보려면 망원경을 써야 하고 말을 하려면 구조론을 써야 한다. 구조론 없는 말은 핑퐁과 같아서 말을 받아주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일본 만담처럼 보케와 츳코미로 역할이 나눠진다. 편향된 응석받이 언어가 된다.


    내가 본 것은 사과가 아니라 빛이다. 빛 자체에 파장이 있다. 하늘은 프리즘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게 빛의 사정인지 하늘 혹은 사과의 사정인지 내 눈의 사정인지 그 배후에 있는 뇌의 사정인지 판단해야 한다. 사과다 하늘이다 하고 고정하므로 문제가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8.24 (04:18:51)

"구조론은 어떤 의견을 주장하는게 아니고 그 의견을 전달하는 언어를 제안한다. 구조론에서 하는 말의 내용에 주목하지 말고 구조론의 말하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230366

[레벨:11]큰바위

2020.08.24 (05:57:27)

"구조론은 게임의 규칙이자 게임의 제안이다. 별을 보려면 망원경을 써야 하고 말을 하려면 구조론을 써야 한다." - 요거이 명문.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797 Re..밀레의 만종이 아름답다고? 김동렬 2002-10-05 15445
796 여론조사로 대통령 되는건 아니고 김동렬 2002-11-07 15448
795 왜 철학하는가? 김동렬 2007-12-21 15448
794 노건평씨 벌써 사고치고 이러기 있나? image 김동렬 2003-02-27 15454
793 영남 사람들이 어차피 맞딱뜨릴 고민 skynomad 2002-10-16 15460
792 몽준일보 분석 - 이익치씨 ‘株風’ 으로 보답? 김동렬 2002-10-31 15466
791 자람의 성공과 이현세의 실패 image 김동렬 2009-01-14 15470
790 헉 초등학생 5명이 또 (펌) 김동렬 2003-06-21 15470
789 미학은 전복이다 image 7 김동렬 2009-10-08 15472
788 후세인과 부시는 쌍둥이였다. image 김동렬 2003-04-03 15473
787 껴안은 후에는 어케되지요? 여울목 2002-11-26 15475
786 Re..맞습니다 자유인 2002-11-05 15478
785 신분사회와 능력사회 통통만두 2002-12-23 15478
784 이거 봐요, 제가 조갑제 포기한 거 아니랬죠? 심리학도 2002-12-09 15486
783 몽준 패착을 두다(오마이독자펌) 김동렬 2002-10-19 15490
782 Re..허참 글 쓰자마자 일이 터지네요 SkyNomad 2002-11-18 15491
781 스티브 잡스의 성공비결 image 3 김동렬 2011-10-18 15491
780 문제의 H양 image 김동렬 2003-03-13 15493
779 조중동 탑에 오르지 말기 운동을 하자 김동렬 2004-04-02 15494
778 신과 종교와 인간 4 김동렬 2009-10-28 15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