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665 vote 0 2017.05.20 (12:04:58)

     

    28.


    왜 그딴 거에 몰입하냐고?


    자기가 몰입할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내겐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가치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가치판단이 먼저인가 몰입이 먼저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강신주의 답은 몰입이 먼저라는 것이다. 먼저 몰입해놓고 가치는 적당히 가져다 붙여라. 한 페이지밖에 안 되는 답변이다. 질문도 엉성하고 답도 수준이하다. 강신주가 틀렸다. 


    가치판단이 먼저다. 아니 그전에 에너지 유도가 먼저다. 그 이전에 환경설정이 먼저다. 그냥 몰입하는게 아니고 에너지가 유도되고 뇌가 거기에 반응해서 호르몬이 나와주므로 자연히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성호르몬이 나오지만 이성을 보면 심장이 뛰고 흥분하는 것은 사실 무의식 영역에서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던 것이 그때 반응하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닮는 이유는 무의식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결혼할 때는 성호르몬이 두드러져서 부부의 서로 닮은 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보면 닮아 있다. 어떤 사람을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무의식 영역에서는 오랫동안 생각을 축적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와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대비를 해둬야 한다.


   시뮬레이션 해놓는게 먼저다. 어린이가 위험에 처해 있으면 곧 뛰어들어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두어야 한다. 그러다가 상황이 닥쳤을 때 뇌가 반응한다. 무작정 몰입이 좋다는 식은 강신주의 엉뚱한 생각이다. 뇌의 반응이 먼저고 그보다 먼저 자신을 다양한 환경에 놓아두어 뇌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상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다. 


    재즈를 모르는 사람은 재즈에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재즈를 넉넉히 들어서 귀가 열려야 재즈에 뇌가 반응하고 뇌가 반응해야 호르몬이 나와주고 호르몬이 나와줘야 몰입이 가능하다. 몰입하기 전에 무의식이 부단히 학습한다. 재즈는 좋은 것이다 하는게 학습되어 머리에 박혀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거기에 맞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평소에 나는 자유주의자다 하고 자신을 세뇌시켜 두어야 한다. 나는 예술 지상주의자다. 나는 탐미주의자다. 나는 즉흥적인 반응을 중요시한다 하고 부단히 자신에게 말해두어야 한다. 필자는 역사를 공부했기에 한국에서도 프랑스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고 또 그에 대한 반동도 있을 것이라고 배웠다. 평소에 프랑스 혁명을 부러워했기 때문에 뇌가 반응했다.


    광주전쟁이 일어나자 지금이 그때이다 하고 흥분해 버린 것이다. 뇌가 반응하기 앞서 책을 읽어두어야 한다.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문재인의 한마디가 감동적이다. 무의식에는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무작정 몰입타령은 바보같은 것이다. 맹목적인 몰입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그거 병이다. 몰입에 앞서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먼저 천하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넓은 세상으로 자신을 내보내서 두루 경험해야 한다. 드높은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호연지기를 일으켜 내 안의 에너지를 끌어내야 한다. 이것저것 경험하다보면 뇌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지점이 포착된다. 그럴 때 전율하게 되고 호르몬이 마구 쏟아지고 몰입하게 되어 다섯 시간 꼼짝않고 명상하게 된다.



    29.


    몰입과 집착의 차이.


    몰입과 집착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에 대한 강신주 답은 ‘없어.’ 사랑이 불륜이고 용기가 무모함이야. 일이 성공하면 용기라고 하고 실패하면 무모함이라고 해. 연인을 사랑하면 부모와 틀어지거든. 불륜의 륜은 무리륜인데 무리의 질서에서 벗어나니까 불륜이라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사랑은 불륜인거지. 황당한 주장이다. 근친상간과 성범죄도 사랑인가?


    어림없다. 사랑은 존엄과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것이고 불륜은 그렇지 않다. 용기는 훈련된 것이고 무모함은 훈련되지 않은 것이다. 무모함은 흥분해서 달려드는 것이고 용기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무모함은 감정이 앞서는 것이고 용기는 의도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전두환을 쳐죽이고 싶은 마음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범죄를 미워하는 마음은 의도적으로 훈련한 것이다. 훈련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범죄에 휩쓸린다. 그게 군중심리다. 여럿이 함께 있으면 의사결정이 어렵고 집단의 의사결정이 방해되면 모두가 어색하고 피곤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집단이 의사결정하기 편한대로 결정해버리면 군중심리에 휩쓸려 이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집착은 불안하기 때문이다.


    A에 집착하는 것은 B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공부가 불안하기 때문에 게임에 집착한다. 아니면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그거 병이다. 의사결정 스트레스다. 냉장고에 음료수병이 비뚤게 전시되어 있으면 불안해진다. 그거 일일이 바로잡는게 병이다. 강박증이다. 자꾸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 하는 일에 방해받는 것이다. 호흡이 교란되니 숨이 편하지 않다.


    집착은 대부분 심리적 도피다. 몰입은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몰입은 공부하고 훈련하여 의도적으로 연출해야 한다. 좋은 음악을 작곡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작곡가들은 안 되면 대마초를 피우기도 한다. 대마초가 호르몬을 끌어내어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고도로 집중하게 되면 온몸의 감각이 모두 깨어나 극도로 예민해진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집중되어 예민해진다. 나는 이것을 사랑한다 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을 세뇌시켜 예민하게 날을 벼러두어야 한다. 사랑의 감정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사랑도 훈련된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부족민은 사랑할 줄 모른다. 동물도 익숙해져야 사랑한다. 모르면 서로 물어 뜯는다. 훈련된 개나 영리한 개가 새끼를 돌보고 친구를 사귄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처럼 신경이 곤두서야 한다. 고도로 집중해서 틀린 음을 찾아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고도로 몰입해야 한다. 프로야구 심판 중에 몰입하지 않고 오심 내는 엉터리 심판 몇 있다. 심판들도 연습해야 한다. 요리사라도 손끝의 감각을 키우고 혀끝의 미각을 키워야 한다. 그냥 되는건 절대로 없다. 닫힌계 내부의 질서를 찾아낸다.


    요리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패션이든 한 분야에 정통하면 내부의 돌아가는 질서를 알게 되고 그 질서에서 갑을 잡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럴 때 몰입은 가능하다. 필자가 전두환을 미워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훈련한 것이다. 세상과 각을 세워 지렛대의 받침점을 얻는 거다. 불의를 보면 못참도록 날을 벼러두어야 한다.



20170108_234810.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750 홍준표법의 경우 김동렬 2005-07-05 13610
1749 잠수함이 박아도 세월호 안 넘어간다. image 3 김동렬 2016-12-30 13613
1748 이겨서 기쁘다 image 김동렬 2003-10-31 13614
1747 노무현 대통령께 묻는다 김동렬 2004-06-23 13617
1746 창은 부러지고 근혜는 곪고 김동렬 2006-02-28 13617
1745 확률을 알아야 구조를 안다 image 1 김동렬 2017-06-17 13618
1744 Re.. 행정수도 이전이 막판 악재가 된 것은 사실 김동렬 2002-12-15 13622
1743 일어서라 유시민 김동렬 2004-12-01 13622
1742 이해찬의 미소 image 김동렬 2004-12-28 13623
1741 손가락이 다섯인 이유 김동렬 2008-02-19 13626
1740 유물론과 유심론 image 3 김동렬 2013-07-02 13627
1739 전여옥의 질투 김동렬 2005-06-14 13628
1738 장길산과 서프라이즈 김동렬 2004-07-05 13629
1737 강준만 대 유시민 김동렬 2005-05-21 13629
1736 국참연이 불쌍하다 김동렬 2005-03-23 13632
1735 창자뽑은 조선일보 image 김동렬 2002-11-27 13633
1734 재보선 유감 김동렬 2005-10-25 13633
1733 왜 한국인은 강한가? 김동렬 2005-12-25 13635
1732 창의하는 방법 image 김동렬 2011-06-05 13635
1731 얼빠진 한겨레 김동렬 2005-05-07 13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