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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 진은 범개혁세력의 공론의 장을 존중하라'

일전에 쓴 칼럼에서, 연정은 수순밟기에 불과하고 진짜 큰 건은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심중에 있을 뿐이며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 말을 농담으로 들은 분도 있으리라. 그러나 보라. 벌써 가시화 되고 있지 않은가?(그러나 이 역시 첫 번째 스테이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하여간 ‘연정은 끝났다’며 헛소리한 문희상 바보는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문희상의 존재..! 참으로 수수께끼다.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는데 어찌 저런 것이 다 기어들어와설랑은.

대통령이 문희상류의 ‘버리는 카드’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가온 지자체를 앞두고 고건, 강금실급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순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이건 걍 상상이다. 의미 두지 마시길.. 그러나 생각하라. 정동영, 김근태가 범처럼 버티고 있는 판에 고건, 강금실은 들어올 수 없지만 문희상 바보가 있는 판에는 술술 흘러들어올 수 있다.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필자도 궁금하다. 어떻든 정동영, 김근태의 당 복귀와 고건, 강금실 등의 영입은 일정한 함수관계를 가진다.)

필자는 뭐 지자체 조차도 버리는 카드로 써야 한다고 믿지만 대통령은 워낙에 승부사라서 지자체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여간에 우리당은 아직도 확장할 외연이 더 남아있고 한나라당은 쪼개질 내부모순이 더 남아있다. 이건 뭐 왜 그러한지 말 안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거고.

보도를 대략 훑자하니 유시민이 뜬금없이 ‘내가 울산 유권자라도 민노당 찍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데 이건 바른 수순밟기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날마다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배우는 것이 없다는 말인가?

말은 좋으나 그런 말은 우리당을 탈당하고 난 다음에 할 말이 아닌가?(개인적으로는 탈당을 권하고 싶지만 돌맞을 소리고.. 그러나 사석에서라면 할 수 있을 것) 하여간 노무현 대통령은 초선 때 금뺏지를 반납하고 잠적해서 이인제가 찾으러 다닌 예가 있고(그러나 결국 도로 번복하였다.) 유시민은 없다.

이는 두 사람의 스케일 차이가 그렇다는 말이다.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지 않고 시대의 소명을 읽기 위한 바깥을 향한 창을 언제라도 열어두고 있는 데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 수 위라는 말씀이 되겠다. 그릇이 더 크다.

진중권은 강정구 교수를 시시하게 물고 늘어지는데 쫌생이다. 유시민, 진중권의 문제는 범개혁세력의 공론의 큰 틀에서 나아가지 않고 지나치게 보폭을 좁혀서 소소한 일로 좌충우돌 하며 시시콜콜 제어하려 든다는 점이다.

양치기가 천 마리의 양떼를 모는 방법은 앞에서 고삐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슬슬 따라가는 것이다. 지혜로운 양치기가 하는 일은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오는 방법으로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소스’를 던져주는 즉 시범을 보이는 일이지 본인이 직접 팔장 걷어붙이고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 양들은 원래 고집불통이라서 한사코 양치기를 따르지 않는다.

물론 큰 승부에서 단기전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이 잘 하고 있듯이 적어도 아홉 수는 앞을 내다보는 긴 호흡으로 가는 장기전의 전술을 채택해야 한다.

유와 진은 범개혁세력의 보폭을 넓게 가져가지 않고, 지나치게 요건 요렇게 하고 조건 조렇게 하며 따위로 지시를 내리며, 필자가 일전에 말한 ‘데게데게의 법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는 데게데게(이거 일본말이다. 죄송)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서, 정치현안에서 한 발을 빼고, 시선은 45도 각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뒷짐을 진채로, 알듯 모를듯한 철학적인 지침을 던져줄 뿐 구체적인 액션을 삼가는 것이다. 물론 할 때는 해야하지만 큰 액션은 일년에 한번 쯤, 작은 턴은 3개월에 한번 정도 하는 식으로 정해둬야 한다.

매일 ‘이산이 정답이여. 고지를 타격하자구’ 다음날은 ‘아뿔사 이 산이 아닌게벼’ 그 다음날은 ‘사실은 이산이 맞다카이’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일관되게 가야 하고 일관되기 위해서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울산 선거는 유권자들의 균형감각을 믿는 것이 좋다. 무언의 이심전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략이 적들에게 읽히지 않는다. 유시민은 적들의 귀에 들리도록 말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울산 유권자는 울산 시민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투표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대한민국 안에서 울산이 자랑스럽도록 투표하는 것이다. 정형근 찍고 주성영 찍은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이 울산을 부러워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진리의 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진리는 언제나 옳은 것이다. 그 진리가 조중동의 농간에 의해 언론에 잘못 전달되는 점이 있지만 강교수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가라면 결과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학자는 바른 말을 해야 한다. 앞으로 진실은 더 드러날 것이다. 신천학살을 비롯 미군의 만행이 낱낱이 알려졌을 때 학생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교수의 발언은 우리 민족을 위해 실 보다 득이 더 크다.

물론 진리의 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저자거리의 소인배들은 토씨 따위 자잘한 것을 물고 늘어지겠지만, 강교수의 말이 맞고 틀렸고는 애초에 논의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진짜는 무엇인가? 슬프게도 우리는 625의 진실에 대해 프랑스나 독일사람이 아는 것 보다도 훨씬 더 적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게임의 본질이다. 다털기로 가면 누가 이길까?

결론은 ‘누가 커트라인을 정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유시민, 진중권들은 본인이 직접 땅바닥에 금을 딱 그어놓고 ‘요 선 까지는 가도 되고 요 금을 넘으면 안되고’ 하며 시시콜콜 정하려 드는데 어리석다. ‘울산은 금을 살짜쿵 넘어가서 민노당 찍고와도 된다카이’ 유시민에 ‘강교수는 금을 넘었으므로 아웃이다’ 진중권 따위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법을 배우라. 그건 제대로 수순을 밟는 것이다. 앞을 가기 위하여 뒤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그 넘지말아야 할 금이 없다. 대연정 제안은 그 금을 발로 쓱쓱 문질러서 지워버린 것이다. 그것은 양떼를 앞에서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양치기가 뒤에서 슬슬 따라가며 인도하는 지혜와 같다. 양들이 길을 잘못드는 것은 언제나 그렇다. 잘 보이는 앞 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뒤를 두려워 하므로 양떼는 잘못된 길로 폭주하는 것이다.

믿기지 않는가? 경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처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확신, 바닥이 든든하게 다져졌다는 확신이 든 때가 있었던가? 뒤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므로 양떼가 안심하고 나아가게 하는 노무현식 경영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뒤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헛소문에 양떼가 엉뚱한 길로 폭주한 적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한사코 밥을 안먹는 아이의 밥에 설탕을 뿌려서라도 유혹하여 기어코 먹이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그 아이에게 놀이나 운동을 시켜서 배고프게 하여 스스로 밥을 먹게 만드는 것이 비록 먼 길을 둘러가더라도, 비록 시간은 걸리더라도 바르게 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법이다.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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