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85 vote 0 2020.03.19 (12:09:08)

      
    패러다임의 전환    


    구조론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구조론은 어떤 사실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보는 관점과, 그 사실을 전달하는 언어와, 그 사실을 추론하는 과학의 방법론까지 다 바꾸는 것이다. 알고 있는 기득권 지식을 모두 버리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얀 백지를 펼쳐놓고 지식의 건축을 새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눈코귀입몸에서 얻은 관측의 단서를 근거로 추론하여 자연의 사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즉 인간이 기준이 된다. 틀렸다. 자연의 기준으로 갈아타야 한다. 내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를 근거로 삼지 말고 자연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자연의 맞은편에서 관측하지 말고 자연과 동행하며 재현해야 한다. 


    내가 눈으로 본 것은 빛이 피사체를 거쳐온 것이다. 빛의 사정과 피사체의 사정과 내 눈의 사정이 뒤섞인 불확실한 정보다. 그사이에 시간이 흐르므로 단서가 변질된다. 자연의 사건은 원인에서 결과로 진행하는데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후의 결과측에 접근하므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원인측의 자연과 결과측의 인간이 서로 마주 보므로 진행방향이 달라서 혼선이 빚어진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고도의 추론을 통해 희미하게 진상에 접근하지만 그마저도 믿을 수 없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인간의 관측이 아니라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자연의 모든 사건은 한 가지 플랫폼을 사용하므로 일이관지할 수 있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재현하는 것이다. 관측이 아닌 재현의 방법으로 곧 결과측의 귀납이 아닌 원인측에서 연역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근원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자연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자연에서는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자연이 무엇을 결정하는지를 추적하면 된다. 의사결정하는 것은 구조다. 구조는 대칭구조다. 계 안에서 에너지의 방향성이 대칭을 만든다. 에너지의 방향성만 따라가면 우리는 자연히 근원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연역추론의 제 1 원리가 되는 자연의 궁극적 존재는 원자가 아니고, 이데아도 아니고, 기도 아니고, 사원소설의 네 가지 원소도 아니고, 음양오행설의 오행도 아니다. 자연에는 오로지 에너지의 방향성이 존재할 뿐이다. 방향이 일치하면 균일하고 균일하면 계를 이룬다.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아 불균일하면 계가 깨진다. 계가 깨지면 알 수 없게 된다. 균일성에 의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계에 외력이 작용하면 계는 외력의 작용에 따른 계 내부의 모순을 처리하고 계를 그대로 유지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존재를 인식한다.


    자연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균일한 계에 외력이 작용했을 때 일어나는 에너지 방향성의 모순을 내부에서 처리하여 계를 유지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것이 사건이다. 사건은 원인에 의해 격발되고 결과에 의해 노출된다. 우리는 결과측이 역방향에 서서 원인측의 순방향을 되짚으려고 하므로 동선이 엉켜서 실패한다. 사건의 원인측에 서서 결과까지 동행하는 방법으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그것이 결따라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의 근원에 대칭을 만드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있다. 내부가 연결되어 있는 균일한 계, 곧 닫힌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닫힌계가 외력의 작용을 받으면 내부의 균일성이 깨져서 모순이 발생한다. 모순을 처리하지 못하면 계가 깨져서 존재가 무너진다. 폭발, 부패, 붕괴, 증발, 해체가 일어난다. 반대로 외력의 작용에 따른 모순을 처리하여 계를 유지했다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사건이다.


    확산과 수렴의 에너지 방향성이 계 내부에 대칭을 조직하고 대칭은 축을 성립시키며 축의 이동이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어 닫힌계를 유지하므로 질량보존을 성립시킨다. 5회에 걸쳐 내부적인 대칭을 조직하며 지속적으로 양의 되먹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구조손실에 따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성립시킨다. 


    에너지가 형태를 바꾸므로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질량보존으로 에너지가 형태를 바꾸는 범위를 알고 엔트로피 증가로 형태변화의 순서를 알면 완벽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3.19 (14:15:28)

"모든 것의 근원에 대칭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있다. 내부가 전부 연결되어 있는 균일한 계, 곧 닫힌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http://gujoron.com/xe/1180991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798 문재인 흙, 안희정 물, 이재명 불, 안철수 공기 image 김동렬 2017-04-03 13576
1797 바보들은 자중해야 한다 김동렬 2005-11-29 13581
1796 김대중 전대통령의 스케일 김동렬 2006-09-19 13583
1795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생각 김동렬 2005-06-12 13584
1794 정치판이 어린애 놀이터인가? 김동렬 2003-05-07 13586
1793 우리당 아직 천정 안찍었다 image 김동렬 2004-01-19 13587
1792 보안법, 최후의 승부가 임박했다 image 김동렬 2004-12-23 13590
1791 신기남의원을 지지함 2005-08-03 13591
1790 전여옥의 팥쥐놀음 김동렬 2003-10-15 13595
1789 우울한 대통령 펌 김동렬 2002-10-20 13596
1788 존재론과 인식론 image 3 김동렬 2012-04-18 13597
1787 정동영 김근태 장난하나 김동렬 2006-02-09 13600
1786 평화 2 김동렬 2010-10-07 13600
1785 개혁파의원들은 민주당을 탈당하라! 김동렬 2002-12-23 13601
1784 '환멸의 정치' 청산이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시민K 2002-11-26 13603
1783 명계남은 아직도 입이 있나? 김동렬 2005-04-11 13603
1782 변화의 모멘텀이 주어졌다 image 김동렬 2004-04-12 13605
1781 노건평씨 청와대에 가둬놓아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4-01-30 13606
1780 마이너스의 세계관 image 7 김동렬 2011-07-15 13607
1779 생각하는 방법 image 8 김동렬 2017-07-26 13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