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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12 vote 0 2022.03.01 (19:47:45)

    인간들이 개소리를 하면 피곤하다. 둔갑술이니 초능력이니 타임머신이니 사차원이니 무한동력이니 하며 해괴망측한 소리를 늘어놓는 자는 때려죽여야 한다. 그런데 가끔 황당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갑자기 무언가 생겨나거나 혹은 사라지기도 한다. 화학실험이라면 밀폐된 시험관 속에서 질량이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시험관 속에서 생뚱맞게 살아있는 개구리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면 어쩔 것인가? 사차원의 문이 열렸단 말인가? 술법에 통달한 도사가 개구리로 둔갑하여 잠입한 것일까? 진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차분히 검토해 봐야 한다. 그 경우는 실험이 잘못된 것이다. 항상 전제를 의심해야 한다. 사실은 밀폐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것이 원인이다. 우리는 인과율에 의지할 수 있다. 진리는 불변이며 만약 변화가 있다면 그것을 결과로 놓고 추론하여 인간이 실험조건을 잘못 설정한 사실을 찾아낼 수 있으며 그 잘못이 원인이다. 인과의 논리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불변을 기본으로 놓고 거기에 개입한 원인을 제거하여 결과를 처음 상태로 되돌린다. 0을 기본으로 하고 그것을 교란하는 1을 제거하여 본래의 0으로 되돌린다. 0이 출발점이다. 그림을 그리려면 도화지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이 그려져 있으면 안 된다. 흑판을 지워서 0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으로 인간은 출발점에 선다. 


    무엇을 하든 대상과 접촉해야 한다. 그것이 첫 번째 논리다. 접촉점이 0이다. 문제는 뒤로 가는 자들이다. 하여간 피곤한 놈들이다. 출발점에 섰는데 총성이 울리면 당연히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어디가 앞인가? 두 번째 논리가 요구된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 일단은 연결이 우선이고 먼저 연결의 방해자를 제거해야 한다. 다음은 방향을 판단해야 한다. 자로 크기를 재더라도 그렇다. 고객의 신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면 재단사도 양복의 치수를 잴 수 없다. 방해자를 제거하고 대상과 접촉하는게 첫번째다. 다음은 자를 대는 방향이다. 시계방향이든 시계 반대방향이든 어떤 둘이 접촉하면 방향이 생긴다. 피곤해지는 것이다. 밤 하늘에 무수히 많은 은하가 있다. 은하는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일까? 방향은 없다. 은하는 그냥 회전한다. 그런데 관측자가 있으면 방향이 생긴다. 인간이 진리로 다가가는 즉시 방향이 생긴다.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둘이므로 방향이 생긴다. 헷갈리기 시작한다.  


    인간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0은 계속 0이다. 인과율이 열역학 제 1법칙이며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 2 법칙은? 1 법칙으로 출발점 0을 찍었다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1을 정해야 한다. 가만 놔두면 가만 있다는게 1 법칙이다. 건드리면? 깨진다. 그것이 2법칙이다. 


    어떤 원인의 작용에 의해 변화가 일어났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간단하다. 그 원인의 작용과정을 잘 관찰하면 된다. 도둑이 어디로 들어와서 무슨 짓을 하는지는 CC카메라를 달아놓고 관찰하면 된다. 관찰할 수 없다면? 열의 이동은 관찰하기 어렵다. 많은 경우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CC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다.  


    산 꼭대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 결과는 산 기슭에 모여 있는 법이다. 산이 풍화되면 금은 어디로 갈까? 강을 따라 하류로 간다. 자연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는 밸런스가 깨지는 방향으로 간다. 엔트로피 증가다. 왜냐하면 자연의 어떤 상태는 밸런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상태는 0이며 0은 천칭저울이 균형상태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0보다 큰 숫자다. 엔트로피 증가다. 최초의 상태를 밸런스로 정했으므로 자연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언밸런스 밖에 없다. 최초상태가 엔트로피 0 이므로 거기서 일어나는 변화는 엔트로피 증가다.  


    변화는 밸런스에서 또다른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이며 최초의 상태를 밸런스로 규정했으므로 거기서 변화는 언밸런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추론할 수 있다. 1법칙이 개소리를 시전하여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방해자를 제거하여 최초 출발점 0을 찍는 것이고 2법칙이 거기서 한 걸음을 떼어 우리가 전진할 방향 1을 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한자는 세로쓰기다. 영어는 가로쓰기다.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처음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잘못해 버리면 만년 동안 피곤하다. 첫 단추를 꿰는 문제다. 1법칙이 0이라면 2법칙은 1이다. 데카르트가 엉뚱한 생각을 했다면 우리는 좌표를 왼쪽으로 그려야 한다. 그렇게 0과 1을 정하면 2와 3은 자동이다. 4,5,6,7,8 기타등등은 말할 것도 없다.  


    1법칙이 중요한 이유는 귀신이니 내세니 천국이니 무한동력이니 초능력이니 하는 각종 개소리를 시전하여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방해자를 퇴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려면 일단 책상에 앉아야 한다. 누가 찾아와서 술 먹자, 게임 하자고 꼬시면 공부를 할 수 없다. 방해자를 퇴치하고 일단은 책상에 앉아야 한다. 1단은 그렇고 2단은? 책을 펼쳐야 한다.  


    일단 방해자를 제거하고 이단 책상에 앉았다면? 방향을 알아야 한다. 방향을 헷갈리는 것은 순환의 오류 때문이다. 원인에서 결과가 나오는데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 순환의 오류다. 여당의 어떤 원인으로 야당이 어쨌는데 이번에는 야당의 어떤 원인으로 여당이 어쩌고 하면서 무한반복. 영원한 되돌이표, 이거 망하는 공식이다. 부모가 잘못해서 자식이 잘못하게 되고 그래서 잘못한 자식 때문에 다시 부모가 잘못하고. 닭이냐 달걀이냐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닭이 먼저다. 부모와 자식이 둘 다 잘못했으면 부모 책임이다. 힘을 가진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순환의 오류를 해결하고 한 걸음 전진하게 하는 것이 2법칙이다. 1법칙이 인과율이라면 2법칙은? 본말율이다. 본말율은 필자가 붙인 이름이다. 본질과 현상의 논리다. 본질이 밸런스면 현상은 언밸런스다. 밸런스는 연결이고 언밸런스는 단절이다. 닫힌계 안에서 저절로 진행되는 자연계의 모든 변화는 밸런스에서 언밸런스로, 본질에서 현상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연결에서 단절로 간다. 그 역은 절대로 없다. 왜냐하면 최초를 밸런스로 정했기 때문이다. 최초가 0이므로 거기서 변화는 1이다. 


    1법칙으로 사유의 출발점을 찍고 2법칙으로 방향성을 판단한다. 그 다음은 같은 패턴의 무한반복.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온 세상 친구를 다 만나고 오겠다. 0과 1을 정했다면 무한대까지 자동으로 간다. 2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1이 특정될 때 2도 정해진 것이다. 자를 잴 때도 그렇다. 먼저 기점을 정하고 다음 단위를 정한다. 1을 밀리로 가든, 센티로 가든, 미터로 가든, 킬로로 가든, 마일로 가든 아무거나 하나를 찍으면 된다.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1법칙 인과율 - 개소리를 하지 말자. 
    2법칙 본말율 - 한 방향으로 똑바로 가자. 


    사유의 최초에 할 일은 0과 1을 정하는 것이다. 0으로 접촉하고 1로 방향을 정한다. 접촉은 둘의 접촉이므로 방향판단이 요구된다. 둘은 2다.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1이 특정된다. 인과율 곧 원인과 결과의 논리는 0을 정하는 문제이며, 본말율 곧 본질과 현상의 논리는 1을 정하는 문제다. 0과 1을 정했으니 십과 백과 천과 만과 억은 고민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제 도구를 작게 혹은 크게 늘리면 된다. 작게는 나노단위로 현미경 찍고 크게는 광년 단위로 망원경 찍는다. 그것은 노가다를 열심히 하면 된다. 천리길을 가려면 신발끈부터 묶어야 한다. 0은 인과율, 1은 본말율이다. 이걸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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