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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27 vote 1 2022.01.05 (17:40:40)

    언어는 주어와 술어다. 세상은 물질과 성질이다. 구조론은 단위와 구조다. 여기서 성질이 문제로 된다. 정성적인 분석과 정량적인 분석이 알려져 있다. 구조론은 측정하지 않는 성질을 측정가능한 물리량으로 바꾼다. 그것이 메커니즘이다. 


    하늘이 푸른 것은 성질이다. 정량적으로 보면 파장이 짧은 것이다. 태양의 고도가 높으면 미세입자가 반응하여 푸른 빛이고 고도가 낮으면 수증기가 반응하여 붉은 빛이다. 파장의 간격이 색깔을 정한다. 모든 성질은 물리량으로 변환된다. 


    성질이 문제인 이유는 '과학하기 싫은' 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세는 건데 세기가 싫다. 나이스의 어원은 세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지 않아도 되니 좋잖아. 모든 비과학, 반과학의 태도에는 세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김영삼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대통령은 인사만 잘하면 된다? 정치하기 싫다는 말이다. 망했다. 대통령은 의전만 챙기면 된다? 박근혜의 멸망이유다. 신자유주의도 그렇다. 작은 정부? 정부 운영하기가 싫다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공무원 없애고 각자 알아서 먹고살게 하자는 거다. 왜? 일하기 싫으니깐. 한 고조 유방은 법을 모두 폐지하고 약법 3장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망했다. 그게 도교사상이다. 폐지한 법을 되살려 군현제로 돌아갔지만 도교가 한나라를 망쳤다.


    너는 딱 이것만 해라. 우리는 딱 이것만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칸을 나누고 판도라의 상자를 덮고, 양파껍질을 까지 말고, 문제가 터지면 쉬쉬하고 덮어버리고 뭉개자는 사람들이 많다. 처세술 부류에 많다. 뭐든 1만 번만 반복하면 된다고? 


    주변에 많다. 칸을 나누고, 제한을 걸고, 덮개를 덮고, 얼부무리고 각자 자기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무리들. 서로 터치하기 없기. 그게 차별주의다. 그들은 진지하게 들어가기가 싫은 것이다. 안아키든 백신거부든 하기싫다는 것이다.


    뭐든 하기 싫다는 자세는 과학이 아니다. 무슨 이념이나 노선이라는게 그렇다. 그 자체로 딱 요것만 하자고 스스로 제한을 거는 것이다. 지식인은 비판만 하면 된다? 대안은 필요없고? 스스로 제한을 건다. 아빠는 월급만 갖다주면 되고? 


    엄마는 애들만 보살피면 되고?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되고? 바라문 계급은 제사만 지내면 되고? 크샤트리아는 전쟁만 잘하면 되고? 인류사의 모든 이념, 정치노선, 문예사조, 철학사상에 요것만 하고 다른건 하기싫다는 마음이 깊이 배어 있다.


    우리는 모든 하기싫다는 비겁한 마음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주의 주장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칸을 나누고 구획을 정하고 구석구석 짱박혀서 해먹으려는 비겁한 마음을 때려 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사상이 우리의 적이다. 


    부단한 상호작용이야말로 존재의 본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진보에 정답이 있는게 아니고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하는 정도를 계속 높여가는 것이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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