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115 vote 0 2013.08.07 (23:13:28)

 

    사과는 어디에서 왔는가? 태양에서 왔다. 사과를 논하려면 태양을 논해야 한다. 태양에서 사과까지 어떻게 왔을까? 뚜벅뚜벅 걸어왔을까?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 조상에게서 왔다. 아담과 이브에게서 여기까지 왔다. 족보타고 왔다. 태양은 무엇타고 왔는가? 족보타고 왔다. 그것이 구조다. 구조는 존재의 족보다. 족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결혼이다. 짝짓기다. 비단 남녀간에만 짝짓기가 있을까? 천만에. 모든 존재는 고유한 짝짓기를 가진다. 왜? 에너지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그냥 있는게 아니라, 에너지를 태우고 있다. 그 지점에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스위치가 필요하다. 볼펜은 잉크를 태워야 볼펜이 되고, 찐빵은 앙꼬를 태워야 찐빵이 되고, 책은 글자를 태워야 도서가 되고, 찻잔은 홍차를 태워야 제 구실을 한다. 예외는 없다. 반드시 무언가를 태운다. 그것이 컵이든, 주전자든, 활이든, 나팔이든 마찬가지다. 컵에 든 우유, 주전자에 든 물, 활에 든 화살, 나팔에 든 소리와 같다. 무언가를 태운다. 짝을 짓는다. 그 짝짓기를 보고 그 존재를 규정해야 한다. 무엇과 짝짓는가에 따라 신분이 규정된다. 양반과 짝지으면 양반이다. 상놈과 짝지으면 상놈이다. 내부에 고유한 무언가는 없다. 이성도 없고 영혼도 없고 절대정신도 없다. 7을 결정하는 본질은 7 안에 없고, 6과 8 사이에 있다. 사과를 규정하는 본질은 사과 안에 없고, 태양과 대지 사이에 있다. 그대를 규정하는 본질은 그대 안에 없고, 그대가 소통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대의 존재는 규정된다. 의미가 아니라 맥락이다. 가치가 아니라 권權이다. 사물이 아니라 사건이다. 상대어가 아니라 절대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pinkwalking

2013.08.09 (02:53:11)

설렘..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8.09 (03:25:43)

모든 존재가 에너지를 태우며 

짝짓기하는 지점에서 

일어난 의사결정이

나의 근원이라니... 


나는 짝에서 나왔고

그 짝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는 규정된다.


내 소스가 별것 아닌것 같아 션하오...

세상보는 실눈이 떠지는 것 같아 쿨하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120 유태인의 조용한 죽음 1 김동렬 2014-01-13 9845
3119 공간이 양자다 1 김동렬 2013-11-09 9851
3118 쉽게 생각하자 image 4 김동렬 2013-07-08 9864
3117 결 도 리 법 질서 image 2 김동렬 2012-06-24 9869
3116 구조론이 주문하는 삶의 태도 image 3 김동렬 2012-07-04 9873
3115 하버드 교수식당 3 김동렬 2014-01-22 9875
3114 진화론과 진보론 image 2 김동렬 2013-10-18 9880
3113 최후에 결정하는 자가 되라 김동렬 2014-02-05 9882
3112 강자의 철학으로 갈아타라 김동렬 2018-06-02 9882
3111 보통사람의 보통 생각은 보통 틀린다. 2 김동렬 2018-06-03 9883
3110 수박겉핥기 역사 4 김동렬 2013-09-17 9898
3109 당신이 동기화 된 지점 image 2 김동렬 2013-04-22 9904
3108 불완전한 반존재들 image 김동렬 2013-06-10 9904
3107 구조지능의 문제 1 김동렬 2018-05-11 9914
3106 칭찬교육의 함정 image 4 김동렬 2013-05-06 9922
3105 한 호흡에 쓰기 image 7 김동렬 2013-03-26 9924
3104 사건이냐 사물이냐 image 1 김동렬 2013-05-09 9929
3103 신은 누구인가? image 4 김동렬 2013-03-27 9934
3102 지성인의 자격 1 김동렬 2013-12-18 9938
3101 우주의 모형 image 2 김동렬 2013-11-22 9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