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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99 vote 0 2022.04.03 (21:19:15)

    날씨가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는다. 자연이 먼저 인간에 작용하고 인간은 나중에 반응한다. 항상 상대가 먼저 나를 자극하면 맞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항상 네가 먼저 나를 어떻게 했으니까 하고 이유를 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기 행동의 동력을 타인에게서 조달한다. 인간은 그렇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어린이는 그렇게 해도 된다. 어른이 되면 달라져야 한다. 부하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리더가 되면 달라져야 한다. 소인배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군자라면 그들과 달라야 한다.

   

    구조론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중립도 아니다. 구조론은 진보를 논할 뿐 보수는 논하지 않는다. 인간은 가만 놔둬도 나이가 들면 보수가 되기 때문이다. 머리에 대해서 논할 필요는 있지만 꼬리는 논할 이유가 없다. 꼬리는 머리를 따라오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선제대응이다. 선제타격은 논할 이유가 있지만 후속대응은 논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눈길을 맨 먼저 가는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 뒷사람은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연의 경사다. 우리는 언제나 비탈에 서 있는 것이다.

   

    비탈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있다. 에너지는 언제나 고갈되기 직전의 빠듯한 상태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은 언제나 빠듯한 상태에 있다. 모든 제품은 최대한 원가절감 상태에 도달해 있다. 조금의 여유도 없는 거다.

   

    구독상품에 이윤을 1원만 남겨도 70억 명에 팔면 70억 곱하기 12개월로 840억 원의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왜 자연의 모든 존재는 한계선 근처에 머무르는가? 그것이 에너지를 조달하고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금의 여유가 있어도 곤란해진다.

   

    사자는 발톱이 매섭지만 새끼를 많이 낳지 않는다. 눈꼽만큼의 여유가 있으면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소진한다. 그렇지 않으면 균형이 깨져서 생태계는 파멸한다. 생태계는 단 하나의 여유도 주지 않고 생물을 바짝 조인다. 대기업이 하청업체 쥐어짜듯이 한다.

   

    인간은 예외다. 인간은 신체에 많은 지방을 비축한다. 돼지의 체지방율은 1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돼지보다 더 돼지다. 자연에서는 예외가 없다. 나이든 동물도 젊은 동물에 밀리지 않는다. 만약 밀리게 되면 바로 죽는다. 날지 못하는 늙은 새는 없다.

   

    달리지 못하는 늙은 맹수는 없다. 대부분의 동물은 죽기 직전까지 생식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갱년기는 인간에게만 있다. 극한상태에 몰려야 통제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의 모든 것은 한국의 자영업자들처럼 극한상태에 몰려 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임무형과 명령형이 있다. 미군에게 교육받은 우크라이나군이 임무형이라면 러시아군은 명령형이다. 러시아군은 어느 지역으로 가라고 하면 가는 거다. 왜 가는지 모른다. 만약 목적을 친절하게 설명하면? 요령을 피운다. 거짓말을 한다.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전두환처럼 시장에서 AK소총을 사와서 베트콩을 잡았다고 거짓말 한다. 상사를 갖고 노는 것이다. 임무를 알려주면 반드시 기어오른다. 미군은 병사들에게 임무를 알려준다. 임무를 주면 자체판단에 따라 행동한다. 적군을 우회할 수도 있고 야습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자체판단이 대장의 권위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고지식한 군대가 시킨대로 한다.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차이다. 배운 사람은 임무를 알려주고 재량권을 줘야 강군이 되고 못 배운 사람은 까라면 까는 융통성 없는 군대가 되어야 말을 듣는다.

   

    못 배운 사람은 찬스만 있으면 윗사람을 속이므로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배웠느냐 못 배웠느냐의 학력 문제가 아니다.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민족이 달라도 이게 문제가 된다. 청개구리가 되어 지렛대를 만든다.

   

    자영농과 노예의 차이다. 자영농은 기술을 알려줄수록 소득이 늘고 노예는 기술을 알려주지 말아야 열심히 일을 한다. 흑인 노예는 농사를 자신이 지으면서도 무엇을 심어야 하는지 언제 씨앗을 파종해야 하는지 몰라서 해방된 후에도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철학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임무형이 좋다지만 러시아군은 차라리 명령형으로 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많이 배우고 내부적으로 통합되고 명분이 있는 군대만 임무형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상관을 속인다. 


    아마도 체르노빌 피폭으로 갑상선암에 걸린 푸틴이 죽기 전에 러시아가 앞으로 30년간 먹고살 먹거리를 만들어놓고 죽겠다고 무리한 전쟁을 벌인 것일 게다. 딱 봐도 그렇네. 우리가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비탈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평지라면 가운데가 균형점이지만 비탈에서는 가운데보다 약간 진보가 균형점이다. 대한민국은 가운데보다 약간 왼쪽이 균형점이다. 한국인들이 인류 중에서 가장 똑똑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니면 인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임무가 거기에 있다. 


    웨이터가 쟁반에 와인잔을 여러 개 올리고 빠르게 걸어갈 때는 앞으로 약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비탈에 서 있다. 숨은 플러스알파가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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