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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006 vote 0 2014.07.24 (14:41:13)

 

    애초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면 서로간에 대화가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때 교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떤 시인이 냇가에서 시 한 수를 때려주고 있었다. ‘저 아름다운 저녁 놀을 보라. 저 멋드러진 초가집을 보라.’ 지나가던 농부가 거든다. ‘이런 미친 새뀌를 봤나. 저녁놀은 매일 보는건데 뭐가 어떻다고 지랄이여? 초가지붕은 당장 쓰레뜨로 개량할 것이여.’ 훌륭한 새마을 농부였다.


    이들은 서로 다른 지점을 보고 있다. 대화가 안 되는게 맞다. 의견이 다른건 용납이 되지만 관점이 다른건 용납이 안 된다. 둘 중 하나는 그 자리를 떠나주어야 한다. 한일간이라도 그렇다. 일본인과 대화가 안 되는 지점이 있다. 어쩔 수 없는 거다. 종교인과 마주쳐도 그렇다.


    구조론은 구조론의 관점이 있다. 각자가 다른 관점을 들고 나오면 곤란하다. 여기서 내가 하는 말은 의도적으로 하는 말이다. 작심하고 특정한 쪽을 친다. 구조론의 관점을 알리는 수단이다. 다른 곳에서는 침묵한다. 기독교신도가 절에 가서 ‘회개하라’고 외친다면 곤란하다. 지옥가게 놔두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구한말이라면 지사다. 양반 상놈 따지던 시대에 지사는 특별히 대접을 받았다. ‘당신은 양반이오?’ 하고 묻는다. ‘나는 지사입니다.‘ 이러면 신분을 따지지 않고 무사통과다. 독립지사든 개화당이든 무방하다. 정치적 의견이 같든 다르든 무방하다. 80년대 운동권도 그랬다. 그때는 보수꼴통도 운동권이라면 숨겨주는 분위기였다. 각자의 정치적 의견은 접어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그런거 없다. 지사는 별도다. 일본도 마찬가지 막부 말기에 어디가서 밥숟갈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지사 행세를 해야 했다. ‘막부를 타도하고 왕을 세우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고 밝히면 상석으로 모셔졌다. 물론 걔중에는 밀고자가 있어서 밥먹다가 튀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사회에 어떤 혁신의 분위기가 있을 때는 정치적 반대자에게도 관대해진다. 인터넷 초창기가 그랬다. 그때는 일베충도 없었다. 인터넷 선각자들은 어디가도 지사 대접을 받은 것이다. 물론 요즘은 개판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하고 개인 의견을 내세우면 곤란하다. 진리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변혁기에는 그렇다. 이 법칙은 초두효과와 같아서 어떤 첨단부분에만 적용된다. 예컨대 김연아다. ‘난 김연아가 싫은데요?’ 이거 곤란하다. 지사의 포지션에 있으면 건드릴 수 없다. 개인을 말하지 말고 포지션을 논해야 한다는 거다. 그게 S급 세계에서의 법칙이다. 물론 하수들은 그런거 없다. 조낸 까는 거다. 분명히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지점이 있다는 거다.


    진짜냐 가짜냐다. 진짜는 특별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포지션에 대한 평가다. 고행석은 진짜다. 고행석도 팀이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불청객시리즈만 그렇다. 진짜라는 말은 스토리작가가 따로 있어야 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현세는 가짜다. 가짜는 아무리 잘해도 조낸 줘터지는 거다. 진짜는 잘못해도 지사니까 용서되는 거다.


    진짜는 캐릭터에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밖에서 이야기를 주워오면 안 된다. 고행석은 진짜이므로 스토리작가없이 화실 식구들과 대화하는 중에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무엇인가? 복제된다는 거다. 고행석 만화는 고행석 아니라도 끌고 갈 수가 있는 거다. 그래야 진짜다.


    스토리작가 김세영은 캐릭터구축에만 몰두한다.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그 다음은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끌고 간다. 이는 롤플레잉 게임과 비슷하다. 대칭과 균형이 맞아야 한다. 대개 이각구도와 삼각구도가 혼재되어 있다. 양자간에 균형이 긴장을 조성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간다. 공격의 달인 조조팀과 방어의 달인 손권팀, 생존의 달인 유비팀이 합종연횡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하수들은 ‘그래서 나한테 이득되는게 뭔데?’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를 약자로 설정한다. 상대방을 가해자로 놓고 방어하려는 심리를 들킨다. 그런 식으로 살면 사기당한다. 강자들은 남의 명령을 듣지 않으므로 피싱에 당하지 않는다. 피싱은 명령하는건데 왜 복종해? 바보냐?


    나는 피싱에 속아도 말을 안 듣기 때문에 당하지 않는다. 은행으로 가라고? 니가 와라. 수사관 명령이라고 복종하는게 이상하다. 왜 나한테는 피싱전화가 안 오나 하고 약올라 하던 때가 있었다. 통화에 잡음이 심한 상태에서 나더러 우체국으로 가라고 요구하는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화가 나서 끊어버렸는데 나중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피싱이었다. 비슷한 수법으로 당한 뉴스를 보고 알았다.


    약자 포지션에 있으면 당한다. 사회에는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 진짜와 가짜가 있다. 진짜는 실패해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던지는 사람이다. 상호작용 총량을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가짜는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천만관객이 들어도 본인 호주머니만 채우는 경우가 있고, 2만 관객으로 망해도 새로운 시선을 던져서 인류의 아이큐를 끌어올리는 사람이 있다.


    지사의 포지션이 있다. 물론 그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민주화가 되자 지사들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운동권 학생을 숨겨주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꼴통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IT는 새롭고 문화계는 새롭다. 새로운 물은 다른 곳에서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새로운 시선을 가져오는 사람이 지사다. 지사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 좋은 지사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 이득이 되느냐?’는 관점을 가진 하수들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다. 농부에게 핀잔을 들은 시인은 그저 갈길을 가는 거다. 그 농부를 설득할 필요는 없다. 지나가는 개나 소를 설득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지사가 되어야 하며, 지사를 발굴해야 하며, 지사들의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지사의 팀에 들어야 한다. 오직 지사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 개인을 판단하면 안 된다.


    아무리 신분이 높아도 새누리당은 그냥 똥이다. 대화는 대화가 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며, 주고받는 대화 안에서 또다른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 1인칭 주체적 관점을 가지라는 말이다. 그들은 골동품 수집하듯이 지사를 수집한다. 개인의 됨됨이는 무시한다. 인류팀에 필요한지가 중요하다. 인류팀의 감독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여기서는 그렇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07.24 (19:34:10)

인류팀의 감독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세계 역사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그에 따른 사상의 변화를 이해함과 동시에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핵심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교육은 그러한 것을 도외시 한 채 

국,영, 수에 몰두 하고 있습니다.


만약 구조론 연구소가 없었다면

이러한 현실을 반성할 기회마져도 없었을 것 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4.07.24 (22:02:56)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제 행태입니다.논네들만 드글드글해서 대화는 하지 않고

썰만 풉니다.대화해봐야 그들의 답은 새누리도 아니고 박근혜이니 무슨 얘기를 

더 하겠습니까?

그저 웃고 잘 지냅니다.^^

[레벨:3]유이

2014.07.25 (03:18:29)

그렇군요. 덕분에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4.07.25 (05:47:32)

저 가엾은 중생들은 누가 구원 할 것인가?

농부가 시인의 말을 못알아 먹으니 시인의 몫은 아니겠고, 

시인 또한 시를 읋을 뿐 구원자는 아닌 것 같고, 

농부가 구원에 관심이 있을리도 없고,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봅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차원에서 망할 사람은 망하고, 

시를 읊는 사람은 그렇게 읊으면서......


웃고 지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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