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7027 vote 0 2007.11.06 (22:44:43)

질서와 무질서


자연을 관찰하면 반복되는 것이 있고 반복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은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 하루는 부단히 반복된다. 오늘 뜬 해는 내일도 뜬다. 그런데 하루 안에서 아침은 반복되지 않는다.


아침 다음은 아침이 아니고 점심이다. 낮 다음은 낮이 아니고 밤이다. 소설 한 편은 어떻게든 끝이 난다. 노래 한 곡은 언제든 끝난다. 건물 한 채는 따로 독립되어 있다. 사람 한 명도 독립되어 있다. 끝이 있다. 


숫자는 반복된다. 1과 2는 반복된다. 3과 4와 5로 무한히 전개하여 끝이 없다. 그러나 자연수 1은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과 하나를 가리킨다. 이때 그 사과와 숫자 1의 결합구조 그 자체는 반복되지 않는다.


사과 하나와 숫자 1이 만나 개념 하나를 이룬다. 여기에 만남의 구조가 있다. 엄마 하나와 아빠 하나가 만나 자녀 하나를 낳듯이 사과 하나와 숫자 1이 만나 개념 하나를 이루는 대응구조 자체는 반복되지 않는다.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여야 한다는 말이다. 숫자 1은 사과도 하나 개념도 하나 만남도 하나여야 한다. 자녀 하나는 엄마도 하나 아빠도 하나 결혼도 하나여야 한다. 둘이면 안 된다. 엄마가 둘이면 안 된다. 반복되면 안 된다.


하루는 반복되지만 그 하루 안에서 아침이 반복되지 않는 것은 그 하루가 지구와 태양이 만나는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구 하나가 태양 하나와 만남 하나 날자 하나로 세트를 이룬다. 세트 안에서 결코 둘은 안 된다.


● 비반복성이란 무엇인가?.. 지구 1+태양 1+만남 1+밤낮 1=날자 1의 전개에서 세트를 이루는 요소들은 반드시 1이어야 한다. 2는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반복되는 것은 내부에 반복되지 않는 절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구조는 만남의 형태를 반영하고 있고 그 만남의 얼개 자체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헤어지기 전에는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인간은 일생에 걸쳐 오직 한 번 출생하고 한번 죽을 뿐이다. 인간은 한 번 태어나서 세상과 만나고 한 번 죽어서 세상과 이별한다. 그 삶의 1 사이클 안에서 두번 태어남이 없고 두번 죽음도 없다. 반복되지 않는다.


모든 만남이 있는 것은 반복되지 않는다. 만남이 얽힘이고 얽힘이 관계이고 관계가 비반복성이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다. 한번 헤어지기 전에 두번 만나지 않고 다시 만나기 전에 두번 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질서와 무질서, 존재의 반복성과 비반복성은 이처럼 따로 떼어질 수 없다. 둘은 합쳐져 하나의 세트를 이룬다. 이로서 자연의 체계를 이룬다. 모든 반복되는 것 내부에는 비반복성이 숨어 있다. 반복되지 않는 것은 완성되고서야 반복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535 가두는 것이 있다 김동렬 2023-07-26 1908
6534 사건의 수학 김동렬 2023-01-04 1910
6533 모든 언론은 적이다 김동렬 2022-04-26 1911
6532 전율하다 김동렬 2023-08-31 1912
6531 복제 김동렬 2022-12-07 1914
6530 게임에의 초대 김동렬 2022-06-23 1923
6529 이기는 원리 김동렬 2023-07-20 1923
6528 초심자를 위한 구조론 2 김동렬 2022-05-20 1926
6527 구조론의 철학 김동렬 2022-05-03 1928
6526 진리의 부름 김동렬 2023-03-01 1928
6525 카테고리 김동렬 2023-02-22 1930
6524 국힘이 88석을 해도 놀라지 않는다 3 김동렬 2024-04-09 1930
6523 가짜뉴스 타령이 가짜뉴스다 김동렬 2023-07-31 1933
6522 윤석열 까는 영화 오펜하이머 김동렬 2023-08-20 1935
6521 관통자 김동렬 2023-08-23 1936
6520 힘의 처리 김동렬 2023-09-09 1938
6519 생각을 하다 김동렬 2023-11-03 1943
6518 질문과 답변 김동렬 2022-04-23 1944
6517 넙치의 비밀 김동렬 2022-11-30 1944
6516 성소수자 판결 김동렬 2022-06-25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