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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56 vote 0 2015.05.23 (16:47:42)

     

    구조론을 만만히 보지 말라


    구조론은 근본적인 세계관의 변화를 요구한다. ‘입자의 세계관’에서 ‘질의 세계관’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세계관만 바꾸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세계관을 바꾸지 않은 사람이다. 그게 바로 입자의 세계관이다.


    ◎ 입자 세계관 – ‘이것만 선택하면 돼!’
    ◎ 질의 세계관 – ‘에너지를 투입하고 이제부터 운영해야 해!’


    선택하려고 하는 자세가 틀려먹었다. 자신을 을의 포지션에 두는 자세다. 갑의 포지션으로 갈아타야 한다. 빨간약과 파란약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실패다. 네오의 포지션에 선다면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모피어스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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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은 수백 번도 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메커니즘에 주목하지 않는 태도는 정말 나를 낙담하게 하는 것이다. 선택하지 말라. 모피어스를 죽이고 약통을 뺏앗아라. 수동이 아니라 능동이어야 한다.


    메커니즘을 장악해야 한다. 지금 OX 시험문제 푸는 시간 아니다. 답을 적지 말고 교사가 되어야 한다. 게임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정답을 찍으려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깨달을 수 없다.


    구조론으로 보면 공자가 노자보다 형님이고, 두보가 이백보다 형님이다. 이는 나이와 상관없다. 포지션 문제다. 그런데 대화해보면 다들 노자를 좋아하고, 이백을 좋아한다. 스타를 바라보는 팬의 태도로는 결코 모피어스가 될 수 없다.


    왕호구 소비자가 되면 곤란하다. 노자는 가짜다. 입으로 떠드는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건 자동차지. 저건 마차야.’ 이런 식으로 구분해놓고 그걸 지식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 그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다. 깨달음은 다른 거다.


    구조론은 ‘질≫입자≫힘≫운동≫량’을 엮어서 전체를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쓴다. 그런데 말이다. ‘질과 입자 중에서 선택하라면 난 질을 선택하겠어.’ <- 이런 사람은 아직 질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다. 질 뒤에 입자가 따른다.


    입자를 떼내고 질만 챙기겠다는 사람은 질을 챙기지 못한다. 자동차값 다 내고 가장 중요한 키만 빼가는 사람이다. 차는 다른 사람이 챙겨간다. ‘나는 시합은 하지 않고 금메달만 쏙 빼가겠어.’ 이런 사람은 금메달을 딸 수 없다.


    사실 노자가 강조한 ‘이유극강’ 개념이 구조론의 질에 가깝다. 이백의 자유주의가 두보의 권위주의보다 더 질에 가깝다. 그러므로 노자가 공자보다 더 윗길이고, 이백이 두보보다 더 윗길이다. <- 이런 소리 하는 사람 참 많더라.


    이게 다 빨간약 파란약이다. 약을 받지 말고 약통을 챙겨라. 메커니즘을 봐야 한다. 공자는 많은 제자를 키워 ‘질≫입자≫힘≫운동≫량’으로 전개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두보도 마찬가지다. 공자가 양을 하고 있을 때 노자가 참견한다.


    노자 왈 ‘나는 질을 챙겨가는데 넌 양을 챙기는군. 역시 공자 넌 하수야.’ 얼빠진 소리다. 봄에 공자가 질이라는 씨앗을 뿌려놓고 여름내내 놀다가 가을이 되자 수확이라는 양을 챙겨가는 것이다. 공자는 사실 질을 챙겨간 것이다.


    노자는 씨앗만 뿌렸다. 추수는 다른 사람이 한다. 그러다가 굶어죽었다. 질을 하면 입자, 힘, 운동, 량이 따라오는데 이건 팀플레이로 해결해야 한다. 스승은 질을 맡고 제자는 입자를, 졸개들은 힘을, 일반 대중은 운동을 챙긴다.


    량은 로봇이나 기계를 시킨다. 팀플레이 안에서 질을 맡아야지 그런거 없이 질만 빼먹겠다는 사람은 가짜다. 테크닉 하나도 없으면서 진정성 타령이나 일삼는 한국의 야당 정치인들이 그렇다. 안철수나 김한길이 잘 하는 짓이다.


    노무현은 진정성이 아니라 테크닉이다. 정치를 진정성으로 하겠다는 자들은 명나라 말기에 군대를 조직하여 몇 안 되는 청나라 군대와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장렬하게 죽을 생각만 하는 무능한 선비다. 마음은 뜨거우나 껍데기다.


    마음은 누구나 5분 안에 급조할 수 있다. 테크닉이 진짜다. 마음 핑계로 무임승차 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란 권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권력은 선비의 뜨거운 마음에서 생기는게 아니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다.


    공자는 공장을 지었다. 선배가 후배를 통제하는 구조를 발명했다. 그래서 한중일만 유독 경제가 발전하는 거다. 독일도 게르만의 종사제도 전통에 따라 비슷한게 있다. 유태인도 내부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있다. 다들 공장이 있다.


    부족민은 권력공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 탄생을 방해하는 테크닉이 발달해 있다. 어디에 유력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면 온갖 방해공작으로 죽인다. 고립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부족민의 진화하는 방향이다. 그게 유리하다.


    한국의 기독교 역시 유교 영향을 받아 집사니 권사니 하며 선후배간 질서로 통제하는 수직구조를 만들었다. 서양교회에 없는 기괴한 풍속이 한국교회에 있다. 권력이 공장에서 나오지 진정성에서 나오는 일은 없다. 정신차려야 한다.


    모든 사상의 출발점에 존재론과 인식론이 있다. 이 둘을 분별하는 사람은 깨닫지 못한 사람이다. 노자나 이백이 뭔가 알았다 해도 이들은 존재론을 발견한 것이다. 단지 존재론을 발견만 한 사람은 아직 존재론을 깨닫지 못한 거다.


    자연과 인간의 대칭성에서 사유는 시작된다. 그 대칭을 비대칭으로 바꾸는게 진짜다. 하수들은 힘으로 인간을 통제하려 하고 상수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려 하며 진짜 고수는 둘을 하나로 연동시킨다. 자연에서 인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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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은 에너지를 통제하는 테크닉입니다. 물건을 다룰줄 아는 기술자가 되어야 합니다. 훌륭한 인격, 도덕적인 마음가짐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그것은 부족민 사회의 가부장이 되고싶은 욕망에 불과합니다. 그 욕망을 버리세요. 건축가는 집을 잘 지으면 되고, 구조론자는 에너지를 잘 운용하면 됩니다. 에너지를 운용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주어진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성은 유능한 기술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기술이 없이 진정성만 챙기려 한다면 가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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