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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77 vote 0 2015.01.20 (17:15:45)

     

    소크라테스가 ‘보편적 진리’라는 구조론적 정답을 제시하자 아리스토파네스는 화를 냈다. 소크라테스의 보편주의가 권위주의로 기울꺼라나. 이는 엔하위키의 해석이다. 공자가 정답을 제시하자 노자도 역시 화를 냈다. 그런데 둘의 패턴이 닮았다. 엔하위키의 편집자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거 없다. 남들 하는 데로 하는 거다.


    마르크스주의가 정답(?)을 제시하자 실존주의니 포스트 모더니즘이니 해서 화를 낸다. 합리주의가 정답을 제시하면 실용주의가 화를 낸다. 이는 수천년 동안 반복된 전형적인 패턴이다.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는게 아니고 그냥 그렇게 한다. 조선시대에도 노론벽파의 합리주의와 남인시파의 실용주의가 대결했다. 하는 짓이 똑같다. 천년 가도 변하는게 없다.


    이렇게 생각을 안 할거면 뇌는 뭣하러 달고다닐까? 사실 생각따위 필요없다. 길은 정해져 있고 가거나 말거나 용기에 달린 거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지식인이 지식인에게 대항하는 포지셔닝일 뿐이다. 생각? 그런걸 왜 해? 누가 왼쪽으로 가면 본능적으로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 문재인이 친노면 안철수는 자동으로 반노짓이다.


    ◎ 대상의 정.. 선과 악의 대상은 정해져 있다.
    ◎ 주체의 동.. 악에서 벗어나 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 관계의 정.. 각자 자기 캐릭터가 있으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 방향의 동.. 집단 전체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여기서도 뭐 논쟁을 걸려면 적어도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는 증거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보나마나 위 네가지 중에서 하나로 정해져 있다. 어차피 이 넷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초딩은 사유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엄마가 시킨 대로 해야 한다. 즉 정해진 답을 암기하고 있다가 실행하면 될 뿐 사유라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답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정靜이다.


    중딩이 되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대상에서 주체로 계급이 상승한다. 그래서 계몽주의 관점 나와주신다. 엔하위키의 관점은 전형적인 중 2병이자 계몽주의 관점이다. 대립각을 세워 발언권을 얻으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권위주의에 아리스토파네스 안티를 걸고, 마르크스의 폭주에 샤르트르 제동을 걸고, 공자의 작위에 노자가 제동을 건다. 좋은 짓이다.


    그러나 중 2다. 고딩이 이런 짓 하면 곤란하다. 고딩은 관계를 봐야 한다. 조율사가 되어야 한다.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무국적자에 아나키스트에 히피철학의 계승자라 할 촘스키의 균형감각이다. 그는 미국을 견제하며, 성찰을 주장하며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그의 사유에는 브레이크가 있을 뿐 엔진이 없다. 그에게는 내세울 이념이 없다.


    그는 틀린 길을 비판할 뿐 바른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는 한 번도 자기 생각을 말한 적이 없다. 원초적으로 자기 생각 자체가 없다. 그게 있으면 안 된다고 여긴다. 그냥 지식인들이 원하는 말을 대변인노릇 해줄 뿐이다. 나서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욕먹지도 않는다. 기저에는 전쟁 트라우마가 있다. 유태인의 한계인 거다. 일본식 허무주의와 같다.


    일본의 소설이나 만화나 하나같이 결말이 흐지부지되는 것은, 2차대전에서 깝치다가 크게 데이고 나서 뭔가 분명한 정답을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2차대전에 덴 유태인이 회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환경에 지배되는 것이 지식인의 패배다. 진짜라면 극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를 말해야 한다.


    유럽은 왜 무너지는가? 일본은 왜 좌초하는가? 철학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적인 독일과 상대주의적인 프랑스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독일스타일은 자기 엔진으로 가고 프랑스 스타일은 남의 엔진으로 간다. 독일이 오자병법이면 프랑스는 손자병법이다. 똘레랑스를 주장하나 입으로 때운다. 입으로 똘레랑스 했으니 됐고 그것을 실천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누가 무엇을 말하든 딱 보면 위 넷 중에 포지션이 정해져 있다. 언어는 정해져 있고 사실은 짜맞추는 것이다. 자기 언어를 깨뜨리고 더 나은 언어를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답은 소승이냐 대승이냐다. 조조나 유비나 손권이나 제각기 다양성을 가진 영웅의 캐릭터라는 생각은 방향성 없는 소승적 사유다. 근데 이게 밸런스가 맞아 소설이 팔린다.


    여기에 재미들리면 이문열 식으로 재능을 거래하는 장사치나 되는 거다. 선비는 못 된다. 생각하자. 조조나 손권이나 유비가 똑같다면? 여포나 동탁이나 원소도 똑같은가? 그건 아니지. 여포 무개념이니 죽일넘이고, 동탁은 돼지니 용서못할 넘이고, 원소는 우유부단해서 결단력 없으니 소심한 넘이다. 용서가 안 된다. 원술에 하진에 공손찬도 찌질하다.


    왜? 일찍 죽어서 삼국지 초반에 하차했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을 내리자. 싸움은 점차 개인기 대결에서 시스템 대결로 넘어간다. 소승의 무력대결에서 대승의 팀플레이 대결로 넘어간다. 여포나 동탁이나 공손찬이나 이런 무리들은 천하라는 개념이 없이 그냥 개인적으로 잘난척 하던 자들이다. 뭔가 남긴 교훈이 없다. 그냥 실력자였을 뿐 영웅은 아닌 것이다.


    방향성이 있다. 공자가 위대한 것은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공자 이전에도 학문은 있었다. 실용주의였다. 왕의 비서로 점이나 보고, 행사나 주관하고, 임금을 찬양하는 글이나 올리면 되는 거였다. 공자도 처음엔 그렇게 했다. 그런데 취직이 안되었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왕에게 봉사하는 직업 공무원이 아니라 독립적인 신분을 만들어낸 것이다.


    방향제시란 삼국지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거다. 소피스트는 소승이었다. 그들은 비싼 수업료를 받고 재판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제로섬게임이다. 누군가 재판에 이기면 누구는 재판에 져야 한다. 집단 전체에 아무런 이익이 없다. 결국 돈 버는건 변호사 뿐이다. 돈만 들지 소피스트가 활약해서 집단에 좋은게 없다.


    그래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소크라테스를 비판한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제시한 방향성을 읽지 못했으니까. 노자 역시 공자가 제시한 방향성을 읽지 못했다. 역사에는 승자의 포지션과 패자의 포지션이 있다. 이기는 길로 가야 한다. 슈틸리케의 이기는 축구처럼 말이다. 지면서 명분 세우고 정신승리 하는 패턴은 지긋지긋하다. 공자는 승리자의 포지션이었다.


    오자는 승리자의 포지션이었다. 손자는 패배자의 포지션이었다. 소크라테스와 공자와 합리주의는 이기는 축구요, 아리스토파네스와 노자와 실용주의는 말로 때우는 축구다. 2로 1을 이기는 자가 승리자의 포지션이며 1로 2를 이기는 자는 사기꾼 포지션이다. 무조건 2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2가 될 수 있지? 팀으로 가면 된다. 대승이 답이다.


    정리하자. 보이는 대상을 보는 사람은 초딩이고, 그들은 선악구도에 매몰되어 있다. 보는 주체를 보는 사람은 중딩이고, 그들은 계몽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둘의 관계를 보는 사람은 고딩이고, 그들은 캐릭터에 매몰되어 있다. 대상은 정, 주체는 동, 관계는 다시 정, 방향은 다시 동이다. 동이되 그냥 동이 아니라 동의 동이다. 소실점이 있다는게 다르다.


   111.JPG


    당신이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포지션은 위 넷 중 하나입니다. 그 넷은 개인이 집단 앞에서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정해집니다. 무의식 중에 자신에게 서열을 부여해 버리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간단합니다. 엄마가 아기를 보살피듯 하는 것입니다. 사회 앞에서도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그 엄마도 집단 앞에서는 아기로  되돌아가버린다는게 문제입니다. 훌륭한 기업 CEO도 예비군 훈련장만 가면 양아치로 되돌아가버린다는게 문제입니다. 당신이 그때 엄마노릇 잘 했듯이 예비군복 입고도 엄마처럼 의연하면 됩니다. 엄마곰도 아기곰을 지킬 때는 그 정도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이며, 그렇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집에서는 왕초노릇 하고 사회에서는 졸개노릇 하는게 문제입니다. 왜 역할을 바꾸죠? 어차피 인생은 신과의 일대일인데. 소설가는 자신이 신이라는 관점으로 써야 합니다. 어차피 작가의 관점은 전지적 관점이니까요. 소설을 쓰면서, 집에서는 왕초지만 거대한 사회 앞에서는 아기나 마찬가지인데, 하고 마음이 좁아지는 순간 깨달음은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없습니다. 작품은 실패입니다. 당신은 이미 깨달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사회 앞에서 아기가 되어 역할놀이에 분주하는 한 답은 없습니다. 엄마곰은 깨달을 수 있지만 아기곰은 절대로 깨달을 수 없습니다. 조현아의 행동, 이명박의 행동, 클라라의 행동, 안철수의 행동은 사회 앞에서 자신을 아기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거대한 사회 앞에서는 아기 맞습니다. 만족하십니까? 




 


[레벨:2]김지영

2015.01.20 (20:25:48)

입으로 똘레랑스했으니 됐고 ......ㅋㅋㅋㅋㅋㅋㅋ

걍 참아준다, 너희가 그걸 알아다오 한다는. 자뻑이 신의 경지에 이른 표현이죠.
그래서 그런 말도 있죠, 이탈리아 집시들이 지금 다 빠리에 있더라 라는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뻥튀기도 이런 뻥튀기가 없어요. 실제로 보면, 이 나라의 어디가 문화스러운가 싶던데요.
건축과 도시모델은 독일, 오스트리아
건축, 패션은 이탈리아를 봐야 하죠.
자동차... 푸조? 별로. 독일, 이탈리아, 미국 제품이 더 나아요.
여자들 화장품도 가장 극악한 게 프랑스제입니다. 품질이나 가격이나 소비자를 우롱하는 나쁜! 새끼들이죠.
예의도, 싸가지도 없죠. 지 성질 돋우게 했다고, 한 노인네가 커브길을 도는 대형 트럭앞에 떡하니 서서 지팡이로
삿대질을 하던데, 물론 횡단보도였지만 보는 내가 간담이 서늘한 적이 있죠.
마트의 계산대 앞에서도 참 가관이라능.... 계산대 점원이 가격을 말했는데도 더 살 것 있다고 기다리라고...ㅋㅋㅋ
그 다음이 내 차례인데 날 뭘로 보고..ㅋㅋㅋㅋ
그러면서 방금 들어온 아는 사람과 싸바? 싸바? 한다능...ㅋㅋㅋ
이게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통할 수 없죠.
[레벨:2]김지영

2015.01.20 (20:41:40)

아, 결국에는 그계산대 젊은 남자 직원(살짝 아랍쪽 같던데)이 그 노인네 물건 싹 치워버리고 바로 내 물건 계산해 줬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5.01.21 (02:40:43)

애초 초딩이지만 살다가 보면 어쩌다 중딩, 고딩인척 순간적으로 척해볼 수는 있었어도 그 이상 진전이 없는 답답함...

하수를 벗어나는 길은, 내 언어를 득하는 길은 책수레 5개는 읽고나서 생각해볼 일... 아니 고수팀을 만나면 단박에 될 수도... 중수=> 상수=> 고수의 길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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