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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75 vote 0 2023.02.08 (19:34:08)

    목재를 연결하여 건물을 지으면 기둥과 벽이 닫힌 구조가 되어 마지막 모서리를 조립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목재를 차례로 끼워맞추다가 마지막 한 개는 헐렁하게 깎아서 억지로 끼워야 한다. 조립식 장난감이라도 최소 부품 한 개는 본드로 붙여야 한다.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닫힌계는 외부와의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중심과 중심을 연결해야 하는데 중심이 내부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결정의 단위는 출구가 입구를 막는 구조문제를 겪는다. 하느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우주의 본질적 모순이다. 자연과 사회와 인간의 모든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다.


    사람의 입에서 항문까지 하나의 긴 파이프다. 파이프를 통과하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은 인체의 내부에 있지만 인체 외부의 존재다. 대장 속의 배설물은 인체 내부에 있지만 인간에 속하지 않는다.


    조개의 속살을 파고든 이물질을 밀어내려고 벽을 쌓은 것이 진주다. 진주는 조개에 속하는가, 아니면 외부의 침입자인가?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진화는 조개가 진주를 품는 것과 같다. 내부에 들어온 침입자를 밀어내려다가 실패하고 공생하게 된 것이다. 존재는 구조문제에 따른 아이러니를 해결하는 과정에 만들어졌다.


    구조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우주의 근본모순이다. 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지만 우회하는 방법은 있다. 열려 있으면서 닫혀 있고 안이면서 밖인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것이 조절장치다. 대칭과 축으로 가능하다. 대칭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 상호작용이다. 대칭을 열면 둘 사이에 코어가 있다. 코어를 움직여 조절한다.


    조절장치 안과 밖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닫힌계다. 닫힌계는 외부에서 동력을 조달하는 시스템이 있고 그 동력을 내부에서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메커니즘은 밸런스와 코어로 이루어진다. 밸런스는 둘의 대칭이며 코어는 대칭의 축이다. 대칭을 벌리고 닫아서 코어의 위치를 움직이는 방법으로 조절한다.


    코어가 하나이므로 조절은 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조절이 두 방향이면 출구가 입구를 막는 구조모순이 일어난다. 조절이 한 방향으로 일어나므로 우리는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얻는 것은 대응이다. 인생은 부단한 대응이 있을 뿐이다. 상호작용의 랠리를 이어갈 뿐이다.


    눈에 보이는 대칭이 둘이므로 우리는 두 방향으로 사고하게 된다. 자연은 한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는 두 방향으로 사유하므로 결 어긋남이다. 대칭을 보지 말고 코어를 봐야 한다.


    팽이가 천천히 돌면 쓰러진다. 사슴이 느리게 달리면 맹수에게 먹힌다. 식물이 굼뜨게 자라면 햇볕을 뺏긴다. 인간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 만유는 환경과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조절장치가 있다. 가만히 있는 돌멩이도 지구 중력과 연결되어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자신을 유지하고 있다.


    조절장치는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두 방향이 되면 출구가 입구를 막기 때문이다. 우주 안의 모든 고민은 여기서 비롯된다. 메커니즘은 움직이는 바퀴 두 개를 연결하며 그사이에서 조절한다. 움직이는 것 두 개는 대칭이고 그사이에서 조절하는 코어는 하나다. 모든 구조는 수평의 대칭과 수직의 코어로 되어 있다.


    손목시계의 탈진기가 대표적이다. 바퀴 둘 사이에 앵커가 있다. 선박의 닻처럼 생긴 T자 모양의 부품이 바늘의 전진과 백래시를 조절하며 '틱틱틱틱' 하는 소리를 낸다. 유형의 사물이든 무형의 사건이든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시계의 탈진기와 유사한 수평의 대칭 둘과 수직의 코어 하나로 이루어진 조절장치가 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상호작용하는 것이며 상호작용은 조절된다.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내부 밸런스를 조절하여 외력의 작용에 반작용하는 방법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움직이는 것은 동력을 전달하는 상부구조와 연결하는 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


    전기는 스위치로 외부와의 연결을 조절하고 전구를 교체하여 내부를 조절한다. 자전거는 좌우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고 속도를 올려 지구와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 내부의 심리적 균형을 조절할 수 있고 집단과의 관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때 우선순위 문제가 제기된다. 무엇을 먼저 조절할 것인가? 에너지의 방향성 문제다. 외부를 먼저 조절하고 내부를 다음 조절해야 한다. 전체를 먼저 조절하고 부분을 나중 조절해야 한다. 조절의 순서가 틀리면 출구가 입구를 막는 구조문제가 생긴다.


    존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능이다. 기능이 있는 것은 존재가 있고 존재하는 것은 기능이 있다. 기능이 없으면 거짓이다. 기능을 작동시켜 보는 방법으로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 귀신이든 초능력이든 내세든 천국이든 모든 거짓은 조절장치가 없다.


    두 방향으로 가면 거짓말이다. 무한으로 발산되는 것도 거짓말이다. 조절의 우선순위가 틀린 것도 거짓말이다. 그것은 조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방향으로 수렴되어 에너지 회로를 다치지 않아야 진실이다. 조절장치가 기능하는가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존재는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것은 단위다. 소립자든 원자든 분자든 의사결정하는 단위가 있다. 강체의 덩어리 형태나 유체의 무더기 형태로 닫힌계를 이룬다. 모든 의사결정은 닫힌계 안에서 일어난다.


    단위는 닫힌계다. 닫혀 있는 모든 구조는 외부와의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닫혀 있다는 것은 입구와 출구가 만난다는 말이다. 이는 모순이다. 에너지는 외부에서 들어오고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거쳐 다시 외부로 빠져나간다.


    닫힌계와 열린계가 있다. 열린계는 에너지를 전달할 뿐 의사결정하지 못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닫힌계에서 일어난다. 야구공과 배트가 충돌해도 짧은 순간 닫힌계를 만든다. 계가 닫히지 않으면 공의 진행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단위에 속하는 자원들은 닫힌계 내부의 코어를 바라본다. 코어는 계의 중심에 있다. 그런데 에너지를 제공하는 외부와의 연결은 그 코어가 담당한다. 코어는 내부에 갇혀 있는데 연결하려면 외부에 드러나 있어야 한다. 모순이다.


    의사결정하는 뇌는 인체 중심에 있고 그것을 전달하는 입과 귀와 코는 외부에 있다. 왕은 가장 깊숙한 내부에 있는데 동시에 최전방에 있어야 한다. 모든 존재는 중심이 밖에 있어야 하면서 안에 있어야 하는 구조문제를 겪는다.


    구조문제는 생물의 진화에서 관찰할 수 있다. 자신을 보호하려면 껍질이 필요한데 껍질이 생장을 막는다. 조개가 껍질을 열면 갈매기에게 먹히고 껍질을 닫으면 굶주린다. 신체를 지탱하려면 뼈가 필요한데 조개와 다슬기는 뼈를 바꾸지 못해 꼭지가 약하고, 게는 탈피할 때 취약하고, 척추동물은 조골세포와 파골세포가 뼈를 교체하므로 그만큼의 손실이 있다.


    늦게 팬 장작이 위로 올라간다. 나무는 오래 묵은 줄기가 밑둥이 되고 새로난 가지는 말단이 되는데 장작은 반대가 된다. 선배가 앞에서 후배를 이끌어야 함과 동시에 후배가 기회를 갖고 선배는 뒤에서 받쳐줘야 하는 모순이 있다.


    코어가 가장 중요한데 코어를 내부에 감추어 보호해야 한다. 부러져도 코어가 부러진다. 코어가 앞에서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우리는 대칭을 위주로 사유하지만 대칭은 조개의 껍질처럼 코어를 보호하는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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