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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69 vote 0 2023.12.03 (10:25:01)

    87년 양김이 단일화를 했어야 했다는 주장은 낭만적인 개소리에 불과하다. 이탄희 부류의 물정 모르는 어린애들이 하는 소리다. 당시 누가 되었던 김 씨가 되었다면 백 퍼센트 군인들이 움직였다.


    군인들이 움직이지 못한 이유는 첫째, 91년 소련 붕괴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 한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소련제 탱크를 몰고 남침한다는 쿠데타 구실이 사라진 것이다. 둘째, 노태우가 북방정책으로 군부의 쿠데타 명분을 빼놓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수교하면서 반공 쿠데타 하나? 셋째, 김영삼이 하나회를 소탕해서 정치군인들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김대중이 당선되면 백 퍼센트 군부세력과 한판 붙어야 하며, 아스팔트에 피를 흘려야 하며 그러므로 우파들은 김영삼을 찍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것이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김영삼은 수박인 것이다. 


    수박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 군부와 권력을 분점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김대중은 기회가 없으며 김영삼은 IMF를 불러와서 다음 대통령은 군인에게 가는 것이고 김대중은 살해될 것이 백 퍼센트였다.


    김대중 입장에서는 살해되느냐 살아남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살아난다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소련붕괴 - 북방정책 - 하나회 척결의 3박자로 군부가 무너졌지만 이는 결과론이고 당시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김대중이 당선되고 김영삼이 협조해야 군부를 제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김영삼이 당선되었다면 김대중은 협조할 수 없다. 왜? 군인들은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고 있던 상황이다.


    당시 군부의 논리를 검토하자.


    김영삼 당선의 경우 - 김영삼은 빨갱이다. 김대중은 더 빨갱이다. 빨갱이와 빨갱이가 합작한 빨빨정권을 우리가 용납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김대중은 김영삼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다. 김영삼은 난 빨갱이가 아냐. 빨갱이 김대중 저리 꺼져. 하고 김대중과 거리두기를 하며 밀어낼 것이고 이제 쿠데타 환경은 완벽하게 갖추어지는 것이다.


    김대중 당선의 경우 - 김대중은 빨갱이지만 김영삼은 빨갱이가 아니다. 군부는 이렇게 갈라치기를 시도한다. 이때 김영삼이 나서서 김대중이 빨갱이짓을 하는지는 내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다. 안심하라. 이렇게 되면 군부가 쿠데타 할 명분을 얻지 못한다. 


    이 구조는 나중 DJP조순 3자연합에 의해 완성된다. DJP연합으로도 약하고 거기에 조순까지 끼워서 겨우 군부의 쿠데타 논리를 막은 것이다. 그것도 소련 붕괴로 환경이 변해서 그나마 된 것이다. 소련이 건재했다면? 쿠데타 백 퍼센트다. 적의 자비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려고 하는 자는 인간이 아니다.


    양김씨 중에 하나가 당선되게 하려면 김대중이 되는 수밖에 없으며 김영삼이 되었다면 무조건 쿠데타는 일어나는 것이었다. 문제는 김영삼이 빨갱이 혐의를 피하려고 김대중을 죽인다는 점이다. 이건 백 퍼센트다. 


    군부의 기술은 갈라치기밖에 없고 여기서 김영삼의 선택은 뻔하다. 자기가 살려면 김대중을 죽이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은 마지막까지 김대중을 죽이려고 했다. 박정희는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고 김영삼은 윤석열처럼 검찰수사로 죽이려 했다. 김태정이 김영삼의 살인을 막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대중과 김영삼 둘 중에 누가 당선되든 한 번은 피를 흘려야 했던 것이며 문제는 김영삼은 김대중을 도와야 본인에게 이익이고, 김대중은 김영삼을 돕고자 해도 김영삼이 자기만 살려고 '빨갱이 저리가' 하고 쫓아낼게 뻔하다는 거다. 구조가 그런데 어쩌라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때 일 다 까먹었나? 김대중 되면 군인들이 총 들고나온다, 김영삼 찍어라고 말하지 않았나? 87년에 김영삼 되면 김대중을 죽여서 군인들과 흥정했을 것이 백 퍼센트다. 나는 순진한 바보가 아니다. 세상은 양심대로 가는게 아니라 구조대로 간다. 


    왼쪽 깜빡이 넣고 오른쪽으로 핸들 꺾는게 정치의 법칙. 김영삼 다음 김대중은 오른쪽 깜빡이 넣고 왼쪽으로 핸들 꺾다가 자빠지는 구조, 김대중 다음 김영삼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JP가 오른쪽으로 핸들 꺾는 역할을 한 거. 엔트로피의 비가역성. 법칙이 그런데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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