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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37 vote 0 2023.11.28 (17:40:35)


    인생의 고통은 누가 내게 도움을 호소하는데 돕고자 하지만 힘이 다하여 돕지 못하는데 있다. 그럴 때 인간은 좌절한다. 인생의 기쁨은 적절히 도움을 주는데 있다. 그럴 때 간격이 좁혀진다. 간격 좁히기가 인생의 전부다.


    간격 좁히기는 때로 위태롭다. 본의 아니게 상대의 권력을 빼앗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나의 도움이 왜 거절되는지 모를 때가 있다. 권력관계가 작동하면 받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된다. 인생의 희극과 비극이 그 안에 있다.


    우리는 타인의 권력에 대해서는 너그럽기 바라고 나의 권력은 엄격하게 집행하려고 한다. 권력으로 위엄을 세우려고 한다. 이중잣대다. 사실 인간은 권력이 뭔지 모른다. 옛날부터 권력이 상징과 비유로 말해졌던 이유다.


    인생의 진실은 권력이다. 좋은 것도 권력이고 나쁜 것도 권력이다. 믿음과 사랑과 의리는 좋은 권력이다. 우리는 타인의 나쁜 권력을 조심하라는 경고는 많이 들었지만 나의 좋은 권력을 디자인하는 기술은 배우지 않았다.


    권력은 간격을 좁힌다. 믿음과 사랑과 의리는 간격을 좁힌다. 간격 좁히기는 때로 위태롭다. 나쁜 사랑, 나쁜 믿음, 나쁜 의리도 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우리가 권력의 작동 메커니즘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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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압이 없으면 전기는 흐르지 않는다. 수압이 없으면 물은 흐르지 않는다. 권력압이 없으면 사회는 작동하지 않는다. 의리압이 없으면 동료와의 관계는 단절된다. 사랑압이 없으면 가족은 해체된다. 믿음압이 없으면 개인은 붕괴된다. 의사결정 못한다.


    권력은 자연의 법칙이다. 바람이 부는 것은 기압 때문이다. 모든 움직이는 것은 계를 이루고 내부에 압력이 걸려 있다.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기 어렵다. 인간은 권력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한다. 감정이 앞선다. 권력 앞에서 인간이 흥분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흔히 상징과 풍자와 비유와 암시로 전달된다. 인간은 자연을 관찰하듯이 건조하게 권력에 다가가지 못한다. 권력 앞에서는 긴장하고 만다. 권력을 조롱하고 대드는 사람은 많아도 권력을 조직하고 다루는 방법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는 이유다.


    인간은 권력이 자비롭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엄격하기를 바란다. 내가 칼자루를 쥐면 엄격하게 집행하고 남이 칼자루를 쥐면 선처를 구한다. 권력은 도구다. 칼과 같다. 칼을 잘못 다루면 손가락 베인다. 집단이 권력을 잘못 조직하면 사람이 다친다.


    권력은 이기는 힘이다. 권력을 다루려면 권력을 이겨야 한다. 말을 타려면 말을 이겨야 한다. 이기지 못한다. 평정심을 이루지 못한다. 권력은 압박이다. 사랑도 압박이고, 의리도 압박이고, 믿음도 압박이다. 그러므로 긴장하게 된다. 쫄거나 난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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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권력이다. 인간의 의사결정권이다. 권력은 계 내부에 압력을 조성하여 힘을 전달한다. 닫힌계 안의 자원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여 내부에 강한 압력이 발생할 때 집단은 비로소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권력을 조직하는 과정은 위태롭다.


    권력은 동력원을 연결한다. 닫힌계 내부를 쥐어짜서 자발적 동원력을 조직할 수도 있고, 외부에 있는 동력원과 연결할 수도 있다. 집단의 더 높은 단위와 연결할 수도 있다. 높은 단위로 올라설 때 인간은 흥분한다. 권력 앞에서 인간은 가벼움을 들킨다.


    권력을 정면으로 말한 사람은 공자, 노자, 마키아벨리, 니체다. 다른 사람은 쫄아서 말을 돌리거나 딴전을 피웠다. 대개는 권력을 풍자하고 조롱하고 반항하며 겉돌았을 뿐이다. 인간의 진실과 대면하지 못하고 존재의 진실과 맞서지 못한다. 비겁하다.


    공자는 대담하게 권력을 긍정했다. 노자는 말을 돌려서 했지만 그것은 부정을 통한 긍정이다. 마키아벨리와 니체는 권력과 권력자를 헷갈렸다. 대개 권력을 객관적인 도구로 보지 못하고 감정을 앞세운다. 야생마를 길들이지 못하고 신세한탄을 한다.


    권력은 전구에 불을 켠다. 압력을 전달한다. 스위치를 눌러 전원을 연결하면 된다. 단순한 조작이다. 흥분하지 말고, 쫄지도 말고, 날뛰지 말고 쿨해져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대개는 더 높은 세계로의 초대를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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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은 연결이고 연결은 긍정이다. 스위치 ON이다. 긍정하기 어렵다. 인간은 부정이 자연스럽다. 대화할 때는 '그게 아냐!' 하고 시비하듯이 말을 건다. 사실은 그냥 대화하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꼬맹이도 미운 일곱 살이 되면 야무지게 말대꾸 한다.


    인간은 NO가 자연스럽다. YES 하고 긍정하면 다음에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YES를 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은 미리 자기가 할 말을 준비한 사람이다. 긍정어법을 쓰는 사람이 진짜다. 부정어법은 자기 말의 단서를 상대방에게 얻는 잔꾀다.


    무언가 강조할 때 부정어법을 쓴다. 좋다고 말하면 되는데 괜찮다고 한다. 영화는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물이 인기가 있다. 선행영화보다 범죄영화가 많다. 부정어법이 인간을 긴장시켜 간격을 좁히면 통제하기 편하다. 권력자가 화를 내는 이유다.


    권력은 도구다. 도구를 쥐면 긴장한다. 말에 타면 긴장한다. 총을 들면 긴장한다. 권력을 쥐면 긴장해야 한다. 인간은 부정을 통해서 긴장을 끌어낸다. 공자의 긍정주의보다 노자의 부정주의가 인기가 있다. 모세의 십계명부터 하지 마라는 말이 더 많다.


    도구를 쥐는 과정은 부정이 필요하다. 종교의식을 앞두고 목욕재계를 해야 한다. 아닌 것을 제거해야 한다. 다음 도구와 하나가 되는 과정은 긍정이다. 함부로 긍정하면 제압되고 마냥 부정하면 멀어진다. 이중의 역설이다. 부정을 통한 긍정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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