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538 vote 0 2018.06.26 (14:05:05)


    전략의 대강은 자체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할 것인가다. 오자병법과 손자병법의 차이다. 정답은 선 오자병법 후 손자병법이다. 전략과 전술의 차이다. 오자병법은 전략에 맞고 손자병법은 전술에 맞다. 오자병법으로 군대를 키우고 손자병법으로 임기응변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 과도하게 손자병법에 의지하다가 망한다. 손자병법으로 한 번의 전투를 이길 수는 있으나 전쟁 전체를 주도할 수는 없다. 손자병법은 적을 속이는 것이다. 적을 속이면 적도 아군을 속인다. 오자병법은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보여줘서 적이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일단 항복하게 되는 원리다. 


    적을 속이는게 아니라 반대로 적이 아군을 신뢰하고 따르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속임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이겨야 한다. 문제는 오자병법을 쓰다가 손자병법으로 갈아탈 수 있으나 그 역은 없다는 거다. 엔트로피다. 관성력에서 작용반작용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그 역은 없다. 


    위치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도 그 역은 없다. 절대성 모드에서 상대성 모드로 바꿀 수 있지만 상대성에서 절대성으로 갈아탈 수는 없다. 에너지가 없어서 안 된다. 걸어가던 사람이 업혀갈 수 있지만 업혀가던 사람이 걸어갈 수는 없다. 이미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러므로 초반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 처음에는 걸어가다가 안 되면 업혀가야 한다. 처음부터 업혀가다가 자생력을 잃어버리면 안철수처럼 낙오되어 오도가도 못한다. 권투기술을 쓰다가 불리하면 유도기술로 바꿀 수 있으나 그 반대는 곤란하다. 원거리 공격인 권투를 하다가 클린치 상태가 되면 근거리 공격인 유도로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유도를 하다가 갑자기 권투로 바꾸면 상대방은 도망가 버린다. 화살을 쏘다가 적이 근접하면 창으로 바꿔야 한다. 창으로 육탄전을 벌이다가 그 상태에서 활로 바꿀 수 없다. 활시위를 매기기도 전에 죽어 있다. 원거리 타격이 먼저다. 공자의 원칙을 따르다가 결정적인 시기에 노자의 지혜를 응용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노자의 융통성을 쓰다가 갑자기 공자의 원칙주의로 돌아설 수 없다. 그렇게 갑자기 바꾸는게 원칙위반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배운 다음에 응용기술을 써야지 응용기술을 익힌 다음에 기본기를 강화할 수 없는게 한국 축구가 안 되는 원리다. 세상 모든 망하는 집단의 공통점은 기본을 어기고 꼼수를 쓰다가 뒤늦게 원칙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망하는 것이다.


   안철수처럼 말이다. 양의사를 찾다가 안 되면 한의사를 찾을 수는 있다. 반대로 한의사를 찾다가 뒤늦게 양의사를 찾으면 치료시기를 놓쳐서 망한다. 어디를 가나 주가 있고 종이 있으며 정면에서는 주를 위주로 하고 종은 뒤에서 보조나 해야 한다.


   철학이 주라면 처세술은 종이다. 강자의 철학이 정면승부라면 약자의 처세술은 뒷설거지다. 약자의 처세술은 어디가서 보란듯이 내세울 것이 못 된다. 쉬쉬하면서 몰래 한 번 써먹고 버리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674 김동길의 기구한 팔자 김동렬 2002-12-18 18678
6673 당신은 이미 구조론 안에 있다. 김동렬 2010-03-04 18677
6672 마이너스가 정답이다. 김동렬 2011-10-27 18649
6671 저항을 넘어서 자유를 바라보기 2005-08-05 18645
6670 김두관, 참여정부가 암흑기였다? 김동렬 2007-06-28 18617
6669 소통이란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7-02-22 18614
6668 진중권을 불신하게 된 이유 김동렬 2003-05-25 18538
6667 신과 인간의 관계 김동렬 2009-02-18 18528
6666 김대중 전 대통령 CBS창사 50주년 대담 김동렬 2004-10-22 18496
6665 단일화충격 - 이것이 노무현식 정치다 image 김동렬 2002-11-11 18495
6664 럭스와 카우치 2005-08-03 18489
6663 엘 고어 감독의 불편한 진실 image 11 김동렬 2010-02-17 18479
6662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지 맙시다. image 김동렬 2003-12-02 18468
6661 내가 진중권을 고소하는 이유 김동렬 2003-05-24 18458
6660 칼기 사건의 진실은? image 김동렬 2003-11-20 18432
6659 몽준을 조질 것인가? 김동렬 2002-10-23 18429
6658 미녀 응원단을 환영하며 image 김동렬 2003-08-20 18428
6657 DJ가 한번 더 평양을 다녀와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3-06-16 18420
6656 에너지는 1을 따라간다. image 김동렬 2011-08-27 18404
6655 송두율은 죽었다 image 김동렬 2003-10-02 18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