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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22 vote 1 2021.06.09 (18:31:08)

    인생에 얻을 것은 자유뿐이고 자유를 완성하는 것은 의리뿐이다. 나머지는 유행가의 후렴처럼 따라붙는 시시한 소식들이다. 언제라도 사건의 원인측을 봐야 한다. 자유는 미지의 가능성이다. 열려 있다. 의리는 그 가능성의 실현이다. 행복과 쾌락과 성공은 결과측이다. 그것은 사건이 종결된 상태다. 닫혀 있다. 


    행복이니 쾌락이니 하는 것은 호르몬의 작용이다. 호르몬은 의미가 없다. 마약을 먹으면 3초 만에 행복해진다. 그것은 정신병자의 행복과 같다. 새로운 사건을 격발하지 못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행복이든 쾌락이든 뇌 안에서의 화학적 전기신호에 불과하다. 사건이 끝나면 의미가 없다. 중요한건 사건의 다음 단계다. 당장 내가 무엇을 할 것이냐다.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행복해졌다고? 쾌락을 얻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누가 물어봤냐고? 상관없잖아. 결과측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사건을 연결하는데 의미가 있다. 성공도 명성도 출세도 의미가 없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쓴다면 콤플렉스를 들키는 것이다. 성공이든 출세든 명성이든 인기든 자랑질은 콤플렉스를 들키는 행동이다. 그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건 네 사정이지. 끝났잖아. 가라고.


    김정은이 돼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스트레스가 폭식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골방에 은둔했던 말년의 하워드 휴즈와 같다. 남들은 재벌을 선망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피폐해져 있다. 


    정용진은 왜 날마다 사고를 치는가? 남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왜 타인의 반응이 필요한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면이 파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도발과 자랑질과 과시행위는 타인의 반응에서 자신이 행위하는 근거를 조달하려는 것이다.


    아기는 엄마가 지켜보는 시선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정용진은 여전히 정신적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관종이 공연히 남들 앞에 자신을 전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타인의 반응을 끌어내려고 성공과 출세와 명성을 떠벌이며 성가시게 굴지만 우리는 반응해주지 않는게 좋다. 그것은 그의 게임이다. 각자 자신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내 게임에나 충실하자.


    자기 행동의 근거를 다른 사람의 반응에서 조달하려는 관종행동은 자기 계획이 없는 사람이 미성숙함을 들키는 것이다. 유부남이 처녀 앞에서 얼쩡댄다면 곤란하다. 행복도 쾌락도 성공도 명성도 끝난 게임이다. 끝난 사건을 가지고 자랑질하는 사람에게는 이 한마디가 적당하다. 유부남은 꺼져! 


    자유가 진짜다. 비유하자면 자유는 처녀 신분이고 총각 신분이다. 가능성이 열려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건을 격발한다.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자유는 사건의 원인측이므로 결과를 끌어내는 의미가 있다. 다음 단계가 있다. 그런데 폭주한다. 기승전결의 단계별로 상호작용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정의와 평등과 권리는 자유의 폭주를 견제하는 제어장치다. 정의도 평등도 권리도 중요하지만 자유에 묻어가는 시시한 것들이다.


    정신적 자유는 폭주하지 않지만 대개 허황된 관념이다. 그것은 정신승리이며 자유로부터의 도피다. 정신적 자유는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측의 자유가 아니라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결과측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것이 자유는 아니다. 들판을 날아다니는 나비는 자유롭지만 의미가 없다. 나비는 사건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자유가 없다. 상호작용의 게임판에서 밀려난 주제에 정신만은 나비처럼 자유롭다는 말은 허무개그다. 미지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원인측의 자유가 진짜고 왕이 제 맘대로 한다는 결과측의 자유로움은 가짜다.


    모든 자유가 진짜는 아니다. 진정한 자유는 게임에 이기는 것이다. 져놓고 이겼다고 선언하는 것은 말장난이다. 이겨서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시켜야 한다. 지면 당한다. 밀리고 치이고 밟히고 씹힌다. 지면 사건을 일으킬 수 없다. 이기는데 의미가 있고 패배는 의미가 없다. 


    패배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경험치를 쌓아 다음 승부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다. 인생은 장기전이고 게임 위에 더 큰 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1차전을 져주고 2차전을 이기므로 궁극적인 승리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 한 번 패배를 발판으로 삼아 다음 게임을 이기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유는 물리적 현실이다. 물질에 기반을 두거나 혹은 말로 동료를 설득하거나 또는 예술가의 창작열을 불태우거나, 어떻게든 자유는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자유의 유는 말미암을 유다. 사건을 말미암아야 한다. 자유에 반드시 물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입소문으로 증폭되는 문화적 사건도 의미가 있다. 물질이든 문화든 자유는 에너지의 격발이라는 점에서 같다.


    의미는 게임을 연결하여 사회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킨다. 기승전결의 기에 서야 사건이 연결된다. 사건의 원인측에 서야 의미가 있다. 자유가 그것을 가능케 한다.


    자유가 엔진이라면 의리는 핸들이다. 결국 운전은 핸들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손으로 꽉 잡아야 하는 것은 엔진이 아니라 핸들이다. 자유가 격발이라면 의리는 조절장치다. 자유는 물질과 지식과 영토에 비례한다. 그런데 환경의 맞대응이 있다. 물질이 크면 세금이 붙고, 지식이 크면 책임이 따르고, 영토가 크면 관리비가 든다. 의리의 핸들로 상호작용을 조절해야 한다.


    자유는 상대적이나 의리는 절대적이다. 젊은이의 자유는 좌파가 되고, 늙은이의 자유는 우파가 된다. 약자의 자유는 권리가 되고, 강자의 자유는 횡포가 된다. 억눌린 자의 자유는 해방이 되고, 압제자의 자유는 범죄가 된다. 반면 의리는 둘이 맞물려 돌아가므로 절대적이다.


    짜장면이 좋다는건 자유지만 콜라와 햄버거가 어울린다는 것은 의리다. 자유가 낱개로 존재하는 원자 알갱이라면 의리는 대칭을 이루고 쌍으로 움직이는 양자역학이다. 원자 하나는 관측자에 대해 상대적이고 양자 둘의 간격은 절대적이다. 자유는 상당 부분 개인이 감당할 몫이고 의리는 집단의 가야 할 방향이다. 자유는 일기장에 쓰고 사회적인 발언을 할 때는 의리를 말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인류에게 남는 것은 상호작용의 증대다. 자유와 의리는 상호작용을 증대시킨다. 자유가 엔진을 켜고 의리가 핸들링한다. 자유는 상대적이므로 확률적으로 인류를 진보시키고 의리는 절대적으로 인류를 진보시킨다.


    서양이 발전시켜온 자유주의는 역사의 천칭저울에 반영되었고 동양이 발전시켜온 의리는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먼저 엔진을 바꾸고 다음 핸들을 바꾼다. 자유가 먼저 일을 벌이고 의리는 마지막에 그 자유를 완성한다. 인류의 문명이 아직 마지막 단계까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의리가 강조되지 않은 것이다.


    자유는 때때로 좋고 의리는 언제나 좋다. 현명한 사람의 자유는 좋고 어리석은 사람의 자유는 나쁘다. 정의, 평등, 권리는 자유의 신장에 따라붙은 부속품들이며 도덕, 윤리, 예절, 교양은 의리에 따라붙는 다양한 해석이다. 명성, 평판, 행복, 쾌락, 성공은 사건이 종결된 후에 남들에게 자랑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결과측이므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


    의미는 언제라도 사건의 원인측에 있다. 거기서 우리가 찾아야 할 미션과 역할이 주어진다. 개인은 자유를 추구하고 집단은 의리를 추구한다. 혼자일 때는 자유를 찾고 게시판과 같이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의리를 말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로 게임에 뛰어들고 의리로 게임을 이긴다. 자유는 의리를 열고 의리는 자유를 완성한다. 의리 없는 자유는 망하고 자유 없는 의리는 왜소해진다. 우리가 세상을 의리로 해석하는 관점을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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