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4340 vote 0 2005.07.30 (10:55:26)

비록 나사렛 사람 예수가 하찮은 무리 몇 십명을 이끌게 되더니 우쭐해서.. 잘난 척 하다가.. 한번 내뱉은 제 말을 주워담지 못하고.. 본인도 원하지 않던 성인(聖人)이 되는 대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역사의 어떤 미묘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사실을 안다면 그 현장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슬프다. 지식인들이, 안다는 사람들이, 손석춘들이, 고태진들이, 오마이뉴스들이(김당, 전홍기혜, 강준만은 진작 포기했고) 그렇게도 가배얍게.. 풀잎처럼 가배얍게 자신들의 알량한 밑천을 드러내고 돌아선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토록 쉽게 가롯 유다의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노무현이 그 균열을 사정없이 드러내고 말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차라리 이 나라에 정치가 아니라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환자들의 영혼을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수는 확실히 가롯 유다를 실망시켰을 것이다. 예수는 로마군을 공격하지도 않았고 군대를 창설하지도 않았고 혁명을 꾀하지도 않았다. 겨우 한다는 짓이 십자가에 매달려서 죽는 꼴이었다니.


그러나 그대 가짜가 아닌 진짜라면, 영혼이 깨어있는 자라면 그 상황에서도 역사의 미묘한 숨결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89년 무렵이었다. 한 가련한 이혼녀가 노태우의 독재에 항의하기 위하여 분신자살을 했다. 그때 조선일보가 한 말을.. 그 더러운 말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선을 넘어버린 그 말을.





그때 지식인들이, 민주화 운동가들의 냉담했던 태도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조선일보의 말이 액면 그대로 맞는지도 모른다. 그 가련한 이혼녀가, 우울증을 앓던 이혼녀가 인생에 낙담한 나머지.. 마지막 저승 가는 길에 유치하게도.. 잔머리를 굴려서.. 신문에 이름이나 한번 내보자고.. 자살을 결행하면서 뜬금없이 민주화를 타령하면서.. 빨갱이(?)들이 벌여놓은 '죽음의 굿판'에 현혹이 되어서.. 분신이라는 소박한 방법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그 작은 죽음조차도 역사의 미묘한 힘이, 그 거룩한 숨결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앞에서 최소한의 겸허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대는 도무지 무슨 명목으로 인간임을 주장할 것인가?






나는 그때 있었던 40여 위의 분신투쟁 중에서 그 이혼녀의 죽음이 가장 성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그 하나를 위한 까메오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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