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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307 vote 0 2006.02.15 (15:44:04)

고이즈미가 아베 신조를 후계자로 찍었다가 반대파가 결집하는 등의 역풍으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온갖 술수로 잘도 버티든 고이즈미가 답지 않게 자살골을 넣은 거다. 일본도 레임덕 이야기 나오고 있다.

정치판이 원래 그렇다. 후계자의 조기 부각은 대통령을 레임덕으로 몰고 간다. 이번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당연히 후계자의 조기 부각 여부가 된다.

권력의 절반은 인사권이다. 이번에 당권을 쥐는 자가 지자체 공천권을 휘두르게 되어 사실상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약화되고 소통령이 득세하면 정권 망한다.

우리의 당연한 역할은 되도록 차기 주자의 숫자를 늘리고, 형세를 팽팽하게 몰고 가서 경쟁이 치열해지게 하는 것이다. 강금실도 오고, 이해찬도 오고, 고건도 오라는건 그런 뜻에서이다.  

참고로 말하면.. 강금실의 서울시장 출마 구상은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맹랑한 생각이다. 진주를 돼지에게 던져줄 필요는 없는 거. 행정과 정치는 다른데 인간들이 정치를 그렇게도 모르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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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우리당이 뉴스거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보들을 믿고 내년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

정동영, 김근태가 뭐 나쁜 사람은 아니다. 두 사람 다 대통령 될 자격은 있다.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거다.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할 뿐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우리에게 역할을 나눠주지 않으면? ‘너희당’이 된다.

이번 경선의 관심사는.. 두어 개의 필살기를 감추고 있는 김근태가 과연 칼을 뽑을까 하는 점이었다. 지켜본 바.. 그는 끝내 칼을 뽑지 않았다. 왜 그는 승부수를 띄우지 않았을까?

정답.. 겁이 많아서 그렇다.

상황은 점차 정동영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자체를 전후로 정동영이 공천권을 쥐고 권력자 행세를 하면 청와대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견제여론이 크게 일어나서 정동영이 ‘이인제 코스’로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동영이 ‘겸손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정청래, 이상호, 이기명 등 정사모들이 간간히 신용비어천가를 작곡하며 청와대를 해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줄서기 하면 대통령이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내놓고 줄서기 하는 자들은 역적이다. 지자체 선거를 지는 한이 있어도 권력놀음을 자제하여 청와대를 보호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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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나 서프라이즈는 소중한 전투경험을 쌓았다. 싸워본 자가 싸우는 거고 이겨본 자가 이기는 거다.

네티즌이 거의 모든 언론과 맞서 싸우며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이건 짜릿한 거다. 6월 월드컵에서 또 한번의 짜릿함을 맛보기를 기대한다.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밀고가야 한다.

문제는 네티즌들에게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거다. 우리당은 네티즌을 왕따시키고 있는 거다. 경선을 자기들 집안잔치로 만들고 있다. 자기들이 편 갈라 싸우지 않으니 우리는 전투경험을 쌓을 수 없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서 모두가 베테랑이 되어야 하는데.. 신병들로 채워진 군대가 이길 수 있겠는가?

우리당은 그렇다 치고.. 우리들 만이라도 베테랑이 되어야 한다.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 되어야 한다. 알럽황과 관련하여 노짱방에 일부 혼선이 있지만 적이 누가 되든 싸워야 한다는데는 일단 찬성이다.

정리하면 ..

● 서프가 정동영을 견제하면 정동영이 얌전해진다.
● 정동영은 튀면 이인제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잘 처신하고 있다.
● 국참연을 비롯한 궁물족들은 청와대와 정동영을 동시에 해치고 있다.
● 직업 도우미 김근태는 정동영의 ‘조용한 승계 전략’에 잘 협조하고 있다.
● 우리당 대선주자들은 전투경험을 쌓는데 실패하고 있다.

좋은 시나리오 - 정동영, 김근태가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대결한다. 차기 판도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이에 강금실, 이해찬, 고건이 가세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전투경험이 한나라당과의 큰 승부에 요긴하게 쓰인다.

나쁜 시나리오 - 김근태가 반정동영 연합전선을 구축해 보려 하지만 정동영이 겸손모드를 유지하며 전투를 회피하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간다. 그 결과로 후계구도는 조기에 가시화 된다. 전투경험 없는 군대가 강한 적과 맞서게 된다.

결론은..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 중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이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면서 동시에 정동영의 이익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익이라는 거. 강금실 서울시장론은 머리 나쁜 사람이 지어낸 헛소리라는 거.

 

PS.. 재미없는 글이긴 하지만.. 모의고사를 치러봐야 본고사를 잘 보는 거고 전당대회에 관심없지만 이런 것도 생각해 두어야 나중 큰 승부에서 강해지는 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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