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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06 vote 0 2024.02.29 (10:53:44)

    우리는 교육받은 사람이다. 하라고 하면 한다.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안다. 부족민은 그렇지 않다. 하라면 의심하고 딴전을 피운다. 시키는대로 하면? 너 잘하는구나 하고 두 배의 일을 준다. 당했다. 못한다고 할걸. 이렇게 된다. 어떻게든 애를 먹인다. 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테스트 한다. 일이 진행될 리 없다. 흥정하고 협상하고 설득하는데 진을 뺀다.


    권력이 문제다. 한 번 주도권 뺏기면 계속 밀린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올 방법은 없으므로 끊임없이 트집을 잡아 애를 먹인다. 후진국이 후진국으로 남아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선교사를 보내 심리적으로 제압하면 조금 낫다. 중세 초기에 게르만족의 침략을 받은 로마가 필사적으로 선교사를 보내서 겨우 문명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같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말로 설득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제압할 수는 있다. 무리를 비좁은 예배당에 가둬놓으면 호르몬이 교환된다. 무의식의 변화에는 넘어간다. 권력적 대립문제는 피부의 물리적 접촉을 통해서 일부 해결된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커다란 건물을 짓고 정기적으로 무리를 모아야 한다. 야생의 늑대나 여우를 인간이 길들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애초에 말을 들어먹지 않을 작정을 하고 심리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모든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교육문제로 환원되고 교육문제는 결국 호르몬 문제로 환원된다. 한국의 인구절멸 사태도 본질은 교육의 잘못이다. 다른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 우리가 이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가? 이미 교육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 교육해야 하는 문제에 부닥치면 난감하다. 컴퓨터는 포맷하고 OS를 새로 깔면 되는데 인간을 포맷할 수는 없다. 인간은 원시 부족민 환경에 맞춰진 동물이다. 문명사회는 인간의 타고난 뇌구조와 멀다. 교육하여 맞춰가는 것이다. 환경이 변하므로 부단히 재교육문제에 부닥친다. 민주주의는 부단한 재교육 시스템이다. 산업이 변하면 새로 주도권 쥔 사람에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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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시선의 방향이 다르다. 낯선 사람과 마주치면 당황하여 어떻게든 맞대응을 하려고 한다. 어깃장을 놓고 의심하고 시험한다. 꼬투리를 잡고 애를 먹인다. 신고식 하고 통과의례 거치고 길들이기 한다. 험난하다.


    프로와 아마츄어는 다르다. 베테랑과 신병은 다르다. 문명과 야만은 다르다. 그 간극은 의외로 크다. 우리는 문명중독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가 쉽게 해내는 일이 부족민들에게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거다.


    강아지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잘못된 명령을 반복하는 견주와 같다. 견주는 강아지의 나쁜 행동을 제지하려고 하지만 강아지는 그 행동을 칭찬으로 알아듣고 잘못된 행동을 강화한다. 인간사회도 같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게 정상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서로 마주보기 때문이다. 맞서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겨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타고난 인간의 본능이다. 호르몬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동료가 되어야 한다. 생각만으로 안 되고 함께 뒹굴며 훈련하여 호르몬이 바뀌고 무의식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대립의 세계관을 버리고 초월의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주체의 세계관, 창발의 세계관, 조절의 세계관, 완전의 세계관을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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