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56 vote 0 2019.05.20 (19:21:36)


   천국은 없다


    “천국을 가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많다. 신앙생활에서 천국을 빼놓으면 무슨 재미로 무슨 의미로 신앙생활을 하느냐고 난리 법석을 떤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천년만년 잘 먹고 잘 살아 보았자 죽으면 그만인데 이 세상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웹에서 발췌]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글이다. 요는 천국을 숭상하는 사람들도 당장 천국 가기는 싫어하더라는 말이다. 천국은 좋은 곳이지만 당장 가기는 싫다는 거다. 이상하다. 좋은 곳이면 당장 보따리 싸지 왜? 눈에 띄는 대목은 ‘천년만년 잘 살아봤자 죽으면 그만’이라는 부분이다. 


    인생이 허무하므로 천국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보상받으려는 심리다. 열심히 일했는데 대가를 못 받으면 허무하잖아. 그렇다. 그들 종교인에게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나는 천국을 숭상하는 무리에게 묻고 싶다. 천국이 없어서 허무하다면 그 인생은 실패가 아닌가? 


    불교라면 금생今生은 어차피 실패니까 내생來生을 노려보자? ‘천국을 빼놓으면 무슨 재미로 그리고 무슨 의미로 신앙생활을 하느냐?’그렇다. 그들의 인생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그러므로 실패다. 인생을 말아먹은 자들이 다음 기회로 천국라운드를 노려보는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니들 인생은 실패잖아. 그래서 대안으로 천국을 필요로 하는 거잖아. 자기 인생을 실패라고 규정한다면 그 무대의 총연출자인 신한테 미안하지 않아? 조연이 한다는 말이 이번 영화는 조졌고 다음에 주연을 맡겨주시면 잘해볼 텐데요. 


    이런 수작이 아닌가? 이번 생은 조졌고 다음 생을 노려보겠다는 실패자의 말을 귀담아들을 이유가 있을까? 나는 묻고 싶다. 다음 생의 각본인 천국은 차치하기로 하고 당장 눈앞의 무대인 우주는 존재하는가? 그 우주는 완전한가? 쓸만한가? 멋진 작품인가? 의미 있는가?


    나아가 그 우주의 존재를 인식하는 그대는 과연 존재하는가? 그대는 완전한가? 그대는 쓸만한가? 그대는 멋진 작품인가? 혹시 그대는 똥 만드는 기계가 아닌가? 그대는 벼룩이나 진딧물보다 확실히 나은 존재인가? 그대는 개나 고양이보다 우월하다는 증명을 제출할 텐가? 


    그렇다. 대략 그들의 존재는 망했다. 혹은 거의 망해 있다. 개나 고양이보다 약간 나은 정도다. 외계인이 비웃는다. 니들은 형편없어. 더 이상 지구를 오염시키지 말고 사라지는 게 어때? 망한 존재에 망한 세상이니 천국을 찾는 것이다. 천국이 있다는 말은 그대가 망한 증거다.


    천국 이전에 그대 존재가 망하고 그대 세상이 망한 것이 더 긴급한 문제가 아닐까? 그렇다. 천국이 존재한다면 사탄도 존재해야 하고 귀신도 존재해야 하고 천사도 존재해야 하고 악마도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쯤 되면 일신교가 아니라 다신교가 아닌가? 망했다.


    신은 다수가 있지만 나는 신들 중의 대왕신이라 할 하느님 하나만 믿고 다른 신은 섬기지 않는다 뭐 이런 수작이었던가? 신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게 다신교다. 그것을 섬기든 섬기지 않든 차이가 없다. 다른 신은 하느님의 파워에 미치지 않으므로 신으로 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믿음이 아니라 전술이다. 책략이다. 천국이 없는 이유는 마귀가 없고 천사가 없고 사탄이 없고 악마가 없고 유령이 없고 귀신이 없고 요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없는 이유는 이 우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우주가 완전하기 때문이다. 멋있고 세련되었다.


    이 우주가 꽤나 근사하다. 천국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무대가 실패작이라서 수습할 다음 기회가 요구된다는 것이며 그것은 이 우주에 대한 모독이고 신에 대한 모독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멸시다. 자신이 실패했으므로 세상이 실패한 것이고 그래서 다음 기회가 필요하다.


    이 우주가 근사하게 완성된 존재라면 그 우주의 부름에 응답하는 당신 역시 완성된 존재이며 그러므로 의미가 있다. 이 우주가 실패작이면 당신도 실패작이다. 우주와 인간은 부름과 응답에 의해 마침내 완성되는 것이다. 우주가 나를 부르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응답하지 않으면 우주는 없다. 둘은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주가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이며 내가 응답하므로 완성되는 것이며 부름과 응답을 아우르는 주체인 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가 망하면 주연도 망한다. 무대가 망하면 가수도 망한다. 부름과 응답이다.


    무대가 주연을 불러내고 그리하여 완성된다. 무대가 완성되고 주인공이 완성될 때 총연출자인 신도 완성된다. 이번 영화는 극장에 걸어보지도 못하고 엎어졌으니 다음에 잘 찍어보자고 하면 영화사는 그런 작자에게 투자하지 않는다. 묻노니 당신의 존재는 엎어졌는가?


    천국을 믿는다는 말은 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완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주를 부정하는 것이다. 부름과 응답을 부정하는 것이다.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허무하다. 허무하면 실패다. 실패자의 변명을 들어주려고 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우주의 존재가 그대에게 납득되는가? 그 존재의 완전성이 납득되는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이 납득되는가? 우주는 왜 존재하지? 누구도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존재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납득되지 않지만 존재한다. 완전하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작은 나에 큰 우주를 담으려고 하니 무리다. 반대로 큰 우주에 작은 나를 담아내기다. 충분히 담을 수 있다.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다. 동전을 뒤집듯이 간단하다. 나를 담아낼 수 있으므로 나를 불러낼 수 있으므로 우주는 완전하다.


    우주의 부름에 내가 응답할 때 아름답다. 의미있다. 대본에 쓰인 대로 연기할 때 주인공은 완성된다. 영화는 완성된다. 의미가 있다. 모든 것의 연출자인 신의 미소는 그곳에 있다. 왜 응답하지 않는가? 우주는 진작부터 그대를 부르고 있었는데도. 의미는 그곳에 있는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5.21 (02:58:21)

"작은 나에 큰 우주를 담으려고 하니 무리다. 반대로 큰 우주에 작은 나를 담아내기다. 충분히 담을 수 있다.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다."

http://gujoron.com/xe/1090707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슈에

2019.05.21 (14:27:06)

다른 신은 하느님의 파워에 미치지 않으므로 신으려 치지 않는다? -> 신으로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5.21 (14:31:23)

감솨요 ^^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9.05.21 (15:22:15)

'천국이 좋지만 당장 가기는 싫다'

예전에 종교에 회의를 갖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707 자기 자신에게 투표하라. 김동렬 2024-03-10 967
6706 마음의 마음 김동렬 2024-03-10 716
6705 마음의 전략 김동렬 2024-03-09 971
6704 영화 파묘와 쇠말뚝 해프닝 image 김동렬 2024-03-08 1589
6703 주체적 사고 김동렬 2024-03-07 942
6702 한동훈 패션안경의 비밀 김동렬 2024-03-07 1355
6701 직관적 사고 김동렬 2024-03-06 1137
6700 정의당의 몰락공식 김동렬 2024-03-06 1371
6699 동이족은 없다 김동렬 2024-03-05 1076
6698 초월자 김동렬 2024-03-05 992
6697 인간에 대한 환멸 2 김동렬 2024-03-04 1357
6696 인간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24-03-02 1970
6695 양면전쟁과 예방전쟁 김동렬 2024-03-02 1205
6694 사람이 답이다 1 김동렬 2024-03-01 1333
6693 셈과 구조 김동렬 2024-03-01 835
6692 문명과 야만 김동렬 2024-02-29 1111
6691 배신의 정치 응징의 정치 김동렬 2024-02-28 1413
6690 손자병법의 해악 김동렬 2024-02-28 1088
6689 임종석과 자폐증 진보 4 김동렬 2024-02-28 1438
6688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220